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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Mar 03. 2020

낙관론자들의 승리?

하락장 속에서 발생하는 작은 희망의 힘

더위가 막 시작되려던 2019년 5월, 미국의 전기차 제조기업 테슬라와 CEO인 일런 머스크는 사면초가에 빠져 있었습니다.


2016년부터 예약판매를 받았던 신차 '모델3'는 일런 머스크의 약속과는 달리 생산량이 쉽게 늘어나지 않았고, 일런 머스크가 제조업을 너무 얕봤다는 평가와 함께 그 자신조차도 제조업이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내뱉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일런 머스크는 방송에 나와 마리화나를 피웠고, 임직원들이 그의 기행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이 연이어 흘러나왔습니다.


결정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감소하면서 차량 판매대수는 예상보다 적어졌고, 연이은 적자로 인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테슬라가 보유한 현금이 바닥을 보인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가 소유한 다른 회사들의 주식을 사는데 많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을 알려지자 주가 하락으로 인해 마진콜을 당해 경영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습니다. 바야흐로 그의 신화도 끝이 멀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항상 수익에 굶주려있는 헤지펀드들이 이런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었습니다. 테슬라와 같은 기술주들은 실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수백 배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꿈이 무너지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헤지펀드들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처럼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고, 주가는 순식간에 반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의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2019년 2분기 신차인 모델3의 생산량과 판매량이 예상치를 뛰어넘자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3분기, 4분기 연속 흑자를 보이며 자동차 생산 또한 안정화되자 반대로 공매도를 했던 사람들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몰려 있던 상어 떼가 도리어 함정에 빠진 상황이 된 것입니다.


매수 포지션(주식을 사는 경우)과 달리 매도 포지션(공매도)에는 손실에 제한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제가 1주당 100만 원짜리 주식을 샀는데, 이 주식의 가치가 0원이 된다면 제 손실은 -100%입니다. 하지만 제가 1주당 100만 원에 공매도를 한 상태에서 주식이 1주당 500만 원이 된 경우 저는 -400%의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손해는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매도 포지션을 취하다가 이득을 볼 수 없는 경우, 팔았던 주식을 다시 사들여서 빌렸던 주식을 갚아야만 합니다. 테슬라 같은 경우에는 공매도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테슬라 주주들이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테슬라의 전망이 급격히 밝아졌기 때문에 아무도 테슬라의 주식을 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시장에 테슬라 주식 물량이 마르면서 가격이 급격히 치솟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서 지속적인 주택 가격 상승이 예상되자 주택을 팔려는 사람이 사라져서 가격이 급격히 치솟았던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테슬라의 지난 1년간 주가 흐름에 대해서 설명한 것은 바로 2월 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지칭)로 인해 위기감이 커져가던 전 세계 주식시장 분위기를 한 번에 반전시켰던 것이 바로 테슬라의 어마어마한 주가 상승이었기 때문입니다.


2월 3일 중국 상해주식시장이 오랜 설 연휴를 끝내고 개장하자 코로나19로 인한 우려가 터지며 하루 만에 7%가 넘는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 뒤이어 열린 미국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공매도 숏 스퀴즈의 힘으로 하루 만에 20%가 넘게 상승하자 공포에 질려 숨을 곳을 찾던 투자자들의 마음속에 다시 탐욕이 불붙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불은 미국과 유럽에도 코로나19가 전염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급격히 사그라들어 결국 지난 일주일은 블랙위크(black week)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오늘(3월 2일)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까지 패닉 상태를 이어가던 전 세계 증시는 오늘 아침 중국시장의 개장과 함께 분위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하루 중국의 상해종합주가지수는 3% 이상 상승하며 아주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우선 오늘 아침 발표된 중국의 2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0.3으로 나온 것입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매달 제조업체들의 구매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현재 상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설문 조사하여 얻는 결과입니다. 50을 기준으로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국면을,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 국면을 의미합니다.


오늘 기록한 40.3이라는 수치는 지난 1월의 51.1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하락한 수치로써, 2008년 11월 금융위기 당시 40.9보다 낮은 수치이며, 지난 2004년 4월 지표가 처음 발표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생각보다 선방(?)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중국이 문제의 당사자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문제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와 비슷한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참고로 2008년 말 미국의 제조업 PMI가 가장 낮았을 때는 35 밑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만약 중국 정부의 주장대로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을 보인다면 앞으로 경제지표가 이보다 나빠질 리가 없기 때문에 시장 참여 주체들은 이 정도 수치에 도리어(?) 진정을 한 것입니다.


또한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신증권법이 실시되었고, 중국 정부의 또 다른 경기부양책이 기대되자 투자자들의 탐욕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해) 꿈과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여야만 형성될 수 있는 곳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꿈과 희망 그리고 욕심을 품은 사람들은 지금처럼 세상이 혼란스러운 때에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조차도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조만간 닥쳐오는 더 큰 악재에 묻혀 휩쓸려 떠내려가는 법이 많습니다. 그래서 흔히 하락장에서는 변동성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악재에 휩쓸려 가다가 작은 희망에도 크게 반응해보지만, 이내 다시 밀려오는 악재에 휩쓸려 가는 것입니다.


반대로 상승장에서는 사람들이 이미 취해있기 때문에 작은 악재들은 무시되기 마련입니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큰 사건을 암시하는) 작은 사건들은 무시되기 마련이고, 이런 작은 사건들은 사람들이 무시한 사이에 점차 커져 큰 사건으로 터지고 맙니다. 그래서 상승장에서는 변동성이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반등은 작은 것에서도 위안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려 만들어낸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진짜 상황의 반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흔히 실물 경제라고 부르는 투자자들의 심리 이외의 실제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증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조만간 나올 중국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와 미국의 2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가 만약 투자자들의 걱정보다 양호하게 나온다면,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코로나19를 마치 조금 위험한 독감 취급을 하는 분위기로 사람들이 익숙해진다면 미국과 전 세계가 다시금 탐욕이 불붙어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지표와 달리 중국의 실물 경제가 멀쩡하지 않다는 게 드러나거나 또는, 미국인들의 패닉이 더 커질 경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무너지며 주가가 한번 더 큰 폭으로 주저앉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으로써는 단기간 내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저도 매수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일단은 며칠 앞을 예단하기 보다는 워렌 버핏의 말처럼 인류가 망하지 않고,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보다 더 잘 살 것을 믿어봐야겠습니다.


P.S. 어제 밤에 글 쓰다 저장해두고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다우지수가 폭등해 있네요;; 블룸버그 헤드라인만 봤을 땐 20% 가까이 조정이 들어간 상황에서 연준의 액션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갑자기 몰린 탓으로 보이는데, 이게 또 실물 경제가 박살나는 신호가 오면 분위기가 한번 더 바뀔 수 있어서.... 여러모로 2020년 2월과 3월은 정말 흥미로운(?)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는 지난 2019년 초부터 2020년 초까지 테슬라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기사들입니다. 제가 매일 아침 빼먹지 않고 읽는 한국경제신문의 김현석 특파원님 기사들입니다. 테슬라와 일런 머스크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면 재미있으실 겁니다.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1904094172i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1905235296i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1912103195i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01157847i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0204759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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