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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폭발!!이라는 도파민

조회수 3,000회! 구독자 100명! 돌파!!

by 나귀

브런치 작가라는 달콤한 부캐의 탄생

2025년 4월 2일, '브런치 작가'라는 부캐(alternate character )를 선물 받았다. 덕분에 요즘은 남는 시간엔 거의 글을 쓰고, 머릿속엔 늘 다음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다닌다.


사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땐 그저 마음속 이야기를 조용히 꺼내어 내 삶을 천천히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순수한 기쁨을 누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고, 때로는 정성 어린 댓글로 소통하며 위로와 격려를 건네주었다. 글을 쓴다는 기쁨에 관심과 사랑이 더 해지자 재미가 배가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글쓰기 초보작가인 내가 한 번쯤 상상했던 일이 진짜로 일어났다!



도파민 폭발의 아침

그날 아침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눈을 떴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브런치 글을 확인하는데... 조회수가 다른 날과 다르게 '0'이 뒤에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알아보니 이게 웬걸, 내 글이 'Daum' 에 소개된 것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그저 내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 평범한 글이 말이다.


'여행 맛집' 카테고리에 올라간 내 글은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치솟고 있었다. 800, 900... 그리고 드디어 1000을 넘어서는 순간, 작게 '와'.. 하고 소리가 새어 나왔다. (결국 3,000회를 넘어섰다!) 마치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손끝이 살짝 떨렸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것이 '조회수 도파민'의 맛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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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소개된 봉주르 무슈의 글


달콤한 착각, 그리고 질문

조회수 그래프를 들여다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 글이 조금은 인정받는구나,라는 달콤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현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Daum에 소개되었지만, 이전에 쓴 글들의 조회수는 여전히 두 자릿수를 맴돌았다. 결국 메인에 소개된 한 편의 글만 반짝했을 뿐, 그 열기는 쉽게 식어갔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잠시 나를 선택했던 것뿐이었다.


"이게 다였어?" 처음엔 실망스러웠다. 마치 복권에 당첨됐다가 꿈에서 깬 것 같은 허탈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그 순간의 들뜸과 허무함이 내게 한 가지 말해주는 게 있었다.


“넌 왜 글을 쓰고 있지?”

“그토록 들떴던 이유가 뭐였을까?”


돌아보면 일차적으로는 나를 정리하고, 삶을 관찰하고,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질문들에 대답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글이었다. 조회수는 귀한 응원이고, 구독자는 감사한 인연이지만,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내 글의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랐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빛이 되기를,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글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마라톤 = 글쓰기

결국 중요한 건 한 번의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계속해서 글을 쓰면서 '내가 정한 골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여정' 그 자체라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글쓰기는 마라톤과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대부분의 시간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고독한 길 위에서 홀로 달려가야 한다. 때론 손가락이 무거워지고,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나는 왜 뛰고 있는 거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기억하려고 한다. 내가 정해놓은 골인 글쓰기의 진심과 목적에 대해. 글쓰기가 주는 기쁨에 대해. 거창하지 않더라도 내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빛을 전했다면, 조금 더 따뜻한 위로를 건네었다면, 그 글은 이미 박수를 받을만한 글일 것이다. 마라톤에서도 모든 사람이 1등은 아니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과 같은 결이 아닐까?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유

이 작은 해프닝을 경험하면서 다시금 내 마음의 온도를 살펴본다. 어제 미처 다 풀지 못한 이야기가 밤새 내 안에서 어떻게 익어갔는지, 오늘은 어떤 생각을 풀어내고 싶은지 조용히 묻는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데 집중하려 한다.


물론, 슬며시 올라가는 라이킷 숫자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날은 낯선 이의 공감댓글 한 줄이 하루 종일 미소 짓게 만들기도 한다. 그 따뜻한 소통 덕분에 브런치에서 글쓰기는 덜 외롭고, 더 따뜻한 여정이 된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 위에 더 오래 남는 건 결국 하나, ‘내가 왜 글을 쓰고 있는가'에 대한 조용한 대답이라 생각한다.


나와 같은 초보 작가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중심이 흔들리지 말자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오늘도 잘 달리고 있다고 말이다. 당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달려가고 있다면 누가 뭐라 해도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간 지치고 흔들리려 할 때쯤 예상치 못한 응원과 조회수 폭발의 구간이 당신을 반길지도 모른다. 혹 그렇지 않더라도, 이만큼 뛰어온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자.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글을 쓸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마라톤과 글쓰기, 그리고 인생

결국 모든 것이 '완주'가 아닌 '여정' 속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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