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음양오행설과 상생&상극의 기초원리

동양의 과학철학에 따른 해석 (스포)

by Nashira

한국계 이민 2세 피터손 감독의 두번째 장편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마치 미국(혹은 유럽)으로 이민 온 동양인(동아시아 혹은 인도, 중동) 가족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요. 동-서양이 어우러지는 내용인 것처럼 비록 서양의 4원소론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지만, 동양의 음양오행설과 상생, 상극의 원리를 안다면 더욱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엘리멘탈의 포스터나 예고편을 봤을 때, 저같은 옛날 세대들은 순간 90년대 만화영화 주제가인 "땅, 불, 바람, 물, 마음 5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캡틴 플래닛~! 캡틴 플래닛!!" 노래가 갑자기 떠오르며 피식할 것 같습니다...만, 이 4원소5행은 생각보다 근본있는 개념이랍니다. :)


동양에서는 춘추전국시대(기원전 4C)음양오행설(>>>>)이 나타나, 당과 송나라의 주자/명리학에서 꽃을 피워 이론이 체계적으로 다듬어집니다. 현대에도 사주풀이, 궁합, 풍수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요. 서양에서는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4C)가 정리한 4원소설(Fire, Water, Earth, Air)이 있었는데요. (엠페도클레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짐) 이 4원소론는 나중에 중세 연金술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약 2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이 이론은 근대에 이르러 화학자 라부아지에의 실험과 돌턴의 원자설로 인해 폐기되지요. 그러나 상징주의 학파의 현상학자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이미지론에서 이 4원소들을 다시 등장시킵니다. 기존 그리스 학파의 4원소(elemental)와 개념은 다르지만, 상상력의 연금술이란 측면에서 이 4물성(material)의 상징적 이미지를 다루고 있지요. 때문에 디자인, 예술, 환경미학 분야에서는 아직도 유효하게 활용되고 있답니다.




과학원리-1, 과학원리-2, 과학원리-3 시리즈에 이어, <엘리멘탈>이 전체관람가용 애니메이션인만큼 가급적 쉽고 간단하게(과연? ㅜㅜ) 영화와 관련된 동양의 오행(五行) 개념을 설명해볼게요.


[상생 관계]

이건 여주인공인 불(여성)을 기준으로 한 오행표인데요.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흐름을 차례대로 살펴보면 나무땔감을 통해 은 활활 타오르고, 은 그걸로 을 따뜻하고 비옥하게 만들며, 금속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고, 금속을 깨끗하게 흐르게 하고, 은 나무를 성장시키게 됩니다. 의 상생관계에서는 나를 키워주는게 -인성/어머니고, 내가 만들어내는게 -식상/자녀랍니다.


이러한 원형의 자연스러운 순환관계가 바로 '상생' 이지요.



[상극 관계]

다음으로 안쪽에 별모양으로 치고박는 흐름을 살펴보면, 을 꺼트리고, 금속을 녹여버리고, 금속은 도끼처럼 나무를 베어내고, 나무 속의 양분을 빨아내 황폐화시키고, 은 댐처럼 물길을 막거나 방향을 틀 수 있습니다. 의 상극관계에서는 나를 제어하는게 -관성/남편이고, 내가 등골 뽑아먹는게 -재성/아버지라 할 수 있지요.


이처럼 상대를 제어하는 관계가 바로 '상극'입니다.



즉, 상생이란 다음단계로 흘러가는 보살핌의 방향이며, 상극이란 상대를 제어하는 전투적인 방향입니다. 이때 상극이란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랍니다. 너무 세게 친다면 당연히 상대는 트라우마를 갖게 되지만, 적절하게 제어해주는 역할도 하거든요. 당하는 쪽의 기운이 과다하면 오히려 치는 쪽이 다치기도 하구요. 상생시켜주는 것도 과하면 오히려 도와주려다가 상대를 망가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힘의 균형이 깨지게되면 역행(reverse)하거나 노이로제에 걸린답니다. 즉 엘리멘탈 시티에서 앰버가 잘 살아가려면, 각 원소들의 에너지가 원활하게 잘 흘러 들어오고/나가면서도 균형을 이루어 중화되는 것이 뭣보다 중요하지요.



이 작품은 서양의 (Fire), (Water), (Earth), 공기(Air)의 4원소로 주요 캐릭터를 설정하였는데, 동양의 음양오행설 기준으론 , , 와 동일한 3원소에 , 이 빠져있고, 공기(Air)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Earth) 안에 +의 속성이 합쳐져있고, (유리 포함)은 의인화가 안되었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니, 공기(Air)가 있다는 게 가장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군요. 이건 후속편에서 정체를 분석해보겠습니다. :)




앞에서 설명한 오행 의 상생-상극의 관계에 따라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면,


- 나라에 출신 가족이 이민와서,


- 만의 타운(비겁)을 이루어 살다가...


- 인 땔감 숯콩(인성)을 먹으며 자라나,


- 벽난로(식상)가게 운영을 배우던,


- 의 금속제련(재성)을 잘하는 엠버는,


- 의 흙더미(식상)로 수해를 극복하다가,


- 의 강화유리(재성)를 만들어낸 뒤,


- 인 남친(관성) 웨이드를 닮아가면서,


- 인 꿈(재성)이 아빠유산임을 깨닫고,


- 로 이곳을 빛내는 유리공예가가 되어,


- 나라 시스템(관성)의 멋진 구성원이 된 뒤,


- 의 비비스테리아에 봄을 가져다주는...


이러한 인생의 순환과정을 돌면서 오행의 균형을 잡아 이 땅의 중심에 서서 다른 원소들과 조화롭게 中和되어 살아나간다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탄절, 석가탄신일뿐 아니라 공자탄신일(공부자탄강일)도 기념하는 학교를 나온 덕분에 유학사상을 필수로 배우긴 했는데요. 음양오행설은 오히려 한국건축사 수업에서 풍수지리를 배우며 접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전 수업과제 때문에 문묘제례에 참관하면서 제사란 걸 그때 처음으로 구경했어요. (기독교+천주교 집안에서 자라나 신학적 미학으로 종교시설 논문을 썼으나 현재는 범신론자임. 언젠가 또 마음이 바뀔 수도?) 명리학은 호기심에 취미로 익혀본 수준이라 오류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시리즈 구성]

*영화 커뮤니티 MUKO에 (1)~(9)까지 리뷰했던 글이며, 브런치에는 (10) 과학원리 편부터 연재한 뒤 (1)부터 옮겨오고 있습니다.


<영화속 과학철학>

(1) 오프닝 : 음양오행설과 상생&상극 기초원리

(2) 본편1 : 물+불의 상호작용> 엠버의 성장환경

(3) 본편2 : 물+불의 궁합분석> 2원소의 문제들

<인터미션/디쇽!>

(4) 본편3 : 오행의 순환> 엠버의 수해대책

(5) 본편4 : 오행의 균형> 아빠와 헤어질 결심

(6) 본편5 : 4원소의 중화> 공기와 흙의 정체

(7) 본편6 : 웰컴! :) > 비비스테리아의 어원

(8) 본편7 : 기독교(창세기)에 담긴 천지창조

(9) 엔딩 : 태극기(4괘)에 담긴 대자연의 원리

<번외/과학원리>

(10) 과학원리-1 > 공기/흙/나무와 물/불

(11) 과학원리-2 > 물/불의 빛과 파동

(12) 과학원리-3 > 물/탄소의 순환체계

(13) 영화를 보고 떠오른 건축물 (미정)


*모든 영화 이미지는 네이버 공식 홈페이지와 예고편 장면을 활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