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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hira Nov 02. 2023

<크레센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연합의 오케스트라

공상과학과도 같은 실화기반 영화(스포)

영화를 보면서 설마 실화는 아니겠지? 싶었는데 놀랍게도 실화모티브로 했습니다. 그저 판타지라 여겼건만 실제 유대인 마에스트로(지휘자)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끈 서동시집(West-Eastern Divan) 오케스트라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거든요. 물론, 등장인물과 세부 내용 특히 결말부의 일들은 픽션일 듯 합니다. 영화와 같은 사건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이 관현악단은 존속할 수 없었을 듯한...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서로를 대하는 걸 보면, 영화에 나온 표현 그대로 '공상과학' 같은 영화입니다. 전 2021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관람했었는데, 주제의식이 꽤 명료합니다. 어찌보면 교육(계몽)적이고 단순한데다 굉장히 나이브하고 예상이 가는 스토리(+막판 뒷통수)의 작품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영화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제가 매우 선호하는 전쟁, 액션, 히어로, 판타지, 음악장르 중 1.5개에 해당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2년이 지난 뒤 이 영화를 떠올려보니 더욱더 서글퍼지는 동화같은 영화로군요. 



동시집 관현악단(West-Eastern Divan Orchestra)은 1999년에 아르헨티나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태생의 미국 영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가 공동으로 창단했습니다. 이들은 과거 홀로코스트가 있었던 독일 바이마르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그리고 다른 아랍 음악가들을 위한 워크숍을 기획했는데요. 처음에는 공존을 모색한 일회성 실험이었으나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설적인 오케스트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2012년에는 베네딕토 교황 앞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으며, 광주 비엔날레 DMZ 평화콘서트에 아카이브가 전시된 적도 있더군요. 

그리고... 2023년 11월 현재에도 베를린, 런던, 홍콩 등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악단의 이름은 괴테가 페르시아(이슬람) 시인인 하피즈의 번역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집필했다는 서동시집(Westöstlicher Divan)에서 따왔는데요. 중동 지역의 젊고 유망한 연주자들을 양성함과 동시에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는 아랍과 이스라엘 분쟁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한다는 것이 창단 목적입니다. 때문에 수석주자나 독주자의 경우 유대인 연주자와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과 아랍인들을 골고루 배분해서 기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 음악가들을 위한 자리를 매년 따로 할당한다는군요. 현재 창단자들 이름을 딴 바렌보임-사이드 재단을 설립해 악단 운영과 관현악 강습,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 교육, 세비야 유소년 음악교육 등을 하고 있는데요. 주요 거점은 독일 베를린, 스페인의 세비야,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행정수도 라말라입니다. (근데 라말라 쪽이 여전히 괜찮을런지...)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 https://west-eastern-divan.org/



감독이 실제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이스라엘 사람이던데,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스토리가 직설적인데다가 결말은 마음이 불편해지지만 역설적으로 눈과 귀는 즐거운 영화입니다. 오스트리아 같은 이탈리아 북부 산맥의 절경에 클래식 선곡 또한 상당히 의미있고 아름답거든요. 그럼, 인상적인 장면과 음악정보가 함께한 스포 후기 나갑니다. 

+ 초반엔 진짜 죽빵을 날리고팠던 둘! 감독 본인이 유대인이라 좀더 자유로운 것인지 오히려 이스라엘 애들을 다소 재수없게 보여주고 팔레스타인 애들에 감정이입 하도록 한 연출이 의외였습니다. 



Intro 로미오와 줄리엣의 위험

시작은 팔레스타인 소년과 이스라엘 소녀가 자기들이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리는 영상을 찍은 뒤, 도망치다가 위험에 빠진 듯한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앞으로 소년소녀에게 계속 신경이 쓰이게끔 하는 오프닝이지요. 



1. 이질적인 상황 속의 연주자들

평온하게 음악에 집중하며 연습하는 (이스라엘) 

최루탄이 터지는 엉망진창 상황에서 연습하는 라일라(팔레스타인)
핵인싸 아버지와 함께 확성기차량을 타고, 결혼식 연주를 홍보하는 생계형 소년 오마르(팔레스타인)

그리고 소녀 쉬라(이스라엘, 넌 철부지없음이 짜증나서 설명을 생략한다!)


+ Partita No.3, Prelude - Johann Sebastian Bach
갈팡질팡한 선율이 매력인 바흐의 파르티타 3번 전주를 켜는 바이올린 선율은 생동감이 느껴지기 보단 마음이 막 조급해지게 만드는 군요. 영화 속에서는 '서둘러야해!!' 이런 느낌으로 흘러나옵니다. 


2. 양국 연주자들로 꾸려지는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양국의 화합을 도모하는 프로젝트 기획자는 독일의 거장 에두아르트 교수를 모셔오고 곧 오디션이 진행되는데요. (재단 이름이 너무나 직설적인 '효율적 이타주의 재단' 이더라는?!)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오디션장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합니다. 국경 검문소에서 금발의(소녀 쉬라를 닮은) 여군에게 부당한 검문을 받은 라일라는 이웃집 소년인 오마르의 아버지가 검문에 거절당해 소년 혼자 동떨어지자, 그를 챙겨 데리고 가면서 가장 일찍 나왔으나 결국 가장 늦어버립니다.


3. 공정한 실력 vs 공평한 숫자 : 론 vs 라일라

바로 앞에서 시위와 최루탄이 빗발치는 상황이니 당연히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게다가 검문 때문에 꽤 많은 팔레스타인 애들이 오디션장에 오지도 못했기에 쪽수마저 딸립니다. 교수는 실력만 중시하고 기획자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며 숫자를 중시하는데, 그걸 옆에서 보고는 아랍인 외모를 가진 이스라엘 애들로 채우자는 오지라퍼 론!!

부당한 일에 민감하게 발끈하며, 앞에서 대놓고 따져묻는 매사에 분노와 한이 그득그득한 라일라(팔레스타인)와 항상 여유있고 핵인싸에 실력도 탑급이지만, 정치질로 뒷공작을 하는 얄미운 론(이스라엘)이 대비됩니다. 양 국가의 제1바이올린의 캐릭터 묘사가 상당히 인상적이군요. 일단 오프닝은 팔레스타인 쪽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좀더 안타까워하도록 연출했습니다만 과연... 이 영화가 끝까지 그 스탠스를 유지할까요? 

그나저나 블랙드레스를 입은 부잣집 처자(이스라엘)는 오디션 탈락에 분통을 터뜨리고, 하는 짓이 가관인게 이 아이가 불행의 씨앗이 되리라 바로 짐작이 가능합니다! 


4. 바람은 과연 불 것인가...

그리고 실력이 살짝 애매해서 보류 판정을 받았던 아마도 나이가 가장 어린듯한 관악기를 부는 양쪽 국가의 소년소녀들


+ Serenade for Winds, op 44, 1. Movement - Antonin Dvorak
소년(클라리넷), 소녀(호른)의 악기인 관악기(Winds)를 위한 곡이란 뜻이지만, 곡명에서 알수있듯이 이들로부터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하는 바람이 담긴 선곡이로군요. 그러나 대타로 들어오려했던 아랍인 외모의 이스라엘인들이 연주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5. 개판 오분전!!

교수는 제1바이올린의 양측대표 둘 가운데 의외로 라일라에게 악장을 맡깁니다. 침착함을 유지하고, 상대를 포용할 수 있을거 같다면서요. 솔직히 둘다 성깔 장난 아닌 게 도찐개찐인 듯 연출해서 해당 대사에 헛웃음이 났습니다. 첫연습날 선민사상을 가진 이스라엘 연주자들은 협조는 커녕 악장을 개무시하고 영어발음을 놀리는군요. 억울함과 화가 잔뜩 쌓여온 팔레스타인 연주자들은 엄청나게 폭주해서 득달같이 달려듭니다. 연습을 시작하기도 전에 바로 개판이 돼버렸지요. 

그걸 지켜보면서 아아... 진짜 현실은 쉽지 않겠구나 확 느끼게 되는 교수와 영화 밖의 관객. 일제강점기 일본+우리, 혹은 통일후 남한+북한이 모이면 이렇게 되려나? 란 상상을 해보게 되는군요. 


6. 가족 내의 충돌, 이웃 간의 지지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 연주자들의 상황을 좀 더 밀착해 보여줍니다. 아들의 꿈을 팍팍 지지해주는 오마르의 아빠는 라일라의 합류를 반대하는 이웃집 가족을 설득해주네요. 한이 맺힌 상황에서 자신이 존중받길 원했던 라일라. 위험한데다 반역자로 찍혀서 이웃에게 돌맞을거라며 극구반대하는 라일라의 엄마와 우유부단하지만 그래도 음악을 하게 해주고픈 아빠. 둘다 이해가 가는 조언입니다. 결국 다들 합류한 가운데, 공항에서 절친 쉬라에 대한 질투심을 감추며 가서 무슨일 경험하는지 꼬박꼬박 알려달라는 부잣집 처자 씌앙X! (역시 SNS는 위험해;;;) 


7. 서로의 소리를 듣지않는 양측

오스트리아 같은 산동네 이탈리아로 간 단원들. 알프스 산맥의 절경이 펼쳐진 남티롤(South Tyrol)에서 합숙을 하게 됩니다. 파헬벨의 캐논을 연주하며, 한명씩 쌓아가는데 묘~하게 긴장감이 맴도는군요. 솔로를 맡게된 자기를 질투한다 여겼었지만, 알고보니 론을 솔로로 추천했던 게 악장인 라일라(팔레스타인)였음을 알게된 뒤 머쓱해진 론(이스라엘)입니다.


+ Canon in D major - Johann Pachelbel
상대방에 맞춰 세기와 박자, 분위기의 느낌을 조율해야하는 화음이 아름다운 곡이건만 분명 불협화음은 아님에도, 아름답지 못한 음악에 교수는 답답해합니다. 실력은 있으나 상대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서로의 소리를 듣지 않은 채 자기 할 것만 하는 그들!! 하모니는 그런게 아니야!!! 


8. 선을 넘는 샤우팅

독일인 교수는 졸지에 심리상담가가 되었군요. 화해를 위한 치유 상담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중앙에 선(밧줄)을 그어놓고 두줄로 서서 서로에게 넘어가지 말고 마주보며 소리치게 하는데, 이 때 이들의 에너지가 엄청나더군요?!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다들 욕설에 상처받고 지쳐서 나가 떨어집니다. 그리고는 차분히? 자신들의 윗세대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은, 그동안 귀에 못이박히도록 들어온 아픔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그들. 나치로부터의 해방 이후 나라를 세웠더니 아랍권의 총공격을 받으며 총살당하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졸지에 집을 잃고 쫒겨나와 폭격당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 엄청나게 오래도록 곪아버린... 그리고 자신의 가장 가까운 가족과 이웃들이 겪은 일인지라,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았다며 가벼이 넘길 수도 없는 상처들입니다. 


9. 평화를 바라는가? Yes/No

교수는 다시한번 선을 사이에 두고, 평화를 바라는가? 물으며 Yes/No 로 이동해보라고 하는데?! 아아... 모두가 바라지 않는다는 쪽에 서는군요. 순간 제가 방향 헷갈린 줄 알았습니다. 하긴 그리 한순간에 간단히 풀릴 상처가 아니지요. Yes 쪽에는 상대방에게 소리칠 때 내내 괴로워하던 어린 철부지 소년소녀 포함 달랑 4명 뿐입니다. 


10. 랍비의 모자를 쓴 소년과 아랍의 히잡을 쓴 소녀

상대방이 되어보자며 서로의 상징(모자/히잡)을 써볼 사람을 찾는 교수와 여기에 자원한 소년소녀. 순간 팡팡 터지는 사진 세례에 제가 막 소오름!! 아쫌!!! 제발좀!! 하아... 저게 발단이 되겠구나라는 불안감이 확~ 엄습합니다. 교수는 상황이 아닌 사람을 보라면서 계속 둥글게 둥글게 뺑뺑이를 돌며 인사시키고, ("I see you!"가 꼭 두고보자! 같더란?) 그러다 나중엔 다들 자기도 모르게 재미나게 물놀이도 하고, 또래들끼리 대화도 트는군요! 딱히 풀어지려고 애쓴 건 아니지만, 그저 상대방을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마주하게된 그들...


+ Symphony No. 9, 2. Movement - Antonin Dvorak
신세계(New World) 교향곡이라니... 멋진 선곡이네요!! 새롭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맘이 담겨있겠죠? 2악장은 이민자의 나라 미국(신세계)으로부터 보내온 고향 보헤미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선율인데,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라하는 곡입니다. 이 영화 통틀어서 이 순간이 가장 맘편하고 행복했다는...


11. 독일 vs 유대인 :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의 공존

부모가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른 의사였던 교수/지휘자는 2차대전이 끝난 후 전범인 자신들을 숨겨줬던 농부에게 부모가 뒷통수(총) 맞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모의 죄로 인해 평생을 참회하며 살아왔었군요. 결국 아이들이랑 같이 자전거 타고 가다 아마도 유대인인 듯한 차량에 똥 테러를 당했습니다. 그래도 여기 이스라엘 학생들은 독일전범 아들인 교수에 대한 반감이 없는 듯 하네요? 모든 상처가 씻기거나 완벽하게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만, 서로 언젠가 마주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교수입니다. 

다시금 교수가 지금 당장 공존을 택할수 있는가 Yes/No를 묻자, 이번엔 론이 먼저 악수를 청합니다. 선긋기때와는 다르게 두명 빼고 다함께 한덩이가 되어 부둥켜 안는군요.

그러나 그동안 오마르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다 사랑에 빠진 소년소녀의 낌새를 알아차리게 된 라일라. 오히려 마음이 활짝 풀어진 론과 달리 라일라는 적정선의 거리를 계속 유지하려고 합니다. 라일라는 소년 오마르에게 소녀 쉬라가 18세가 되면 군복무를 하게 될테니 총을 들고 널 검문할거라며, 너무 가까이하지 말라고 현실을 일깨워줍니다. (그보단 화합하는 모습을 고까워하는 이들에게 철딱서니 없이 자랑질한 SNS를 주의했어야;;;)
여하튼 이 엄중한 상황에 철없는 쉬라는 밤을 함께 보낸 아침 둘의 사진을 방구석 질투녀에게 보내고 마는데;


12. 너무나 추운 겨울입니다. 봄이 오긴 올까요?

뭔가 인트로가 떠오르며 불안해지는 이 상황에 연습하는 마지막 합주곡 사계-겨울! 교수는 이제는 한팀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있으니 만족한다지만;; 아아...... 봄이 안올꺼 같다구요!! 


+ Four Seasons (Winter) - Antonio Vivaldi

봄을 기다리며 눈보라 휘몰아치는 겨울을 견뎌내는 나름 어두우면서도 조금씩 희망의 느낌이 담기는 곡인데, 솔직히 영화 속 상황이 대단히 불안해서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그 자체로도 음악과 참 잘 어울리는 선곡이네요. 비발디의 사계 중에서도 겨울을 택하다니! 막막하지만 그래도 곧 괜찮아질꺼야!가 공존하는 불안불안+위태위태한 곡이랍니다. 


13. 로미오와 줄리엣인가 vs 소돔과 고모라인가

우리 눈에는 한데 어우러진 화합의 상황이지만, 극단주의자들 눈에는 지옥불이 떨어져야할 천인공노할 타락한 상황! 쉬라를 찾으러온 그녀의 삼촌과 이를 피해 사랑에 빠졌단 영상을 찍은 뒤 달아난 소년소녀. 이들을 찾으러온건 교수를 지키던 그저 독일 경호원이었으나, 말이 안통하는 둘은 두려움에 달아나고 결국?!!


14. 언제든 개판날 수 있는 상황

아아.... 제기랄! 꿈많고 재능있던 소년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나요?! 교수는 네가 원하는걸 스스로 결정해보라며 프랑크푸르트에 가자고 제안했건만 애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건지! 왠지 많은 걸 함축하는 듯한 상황이로군요. (야 임마! 원하는걸 하라는 게 여친이랑 같이 도망가란 뜻이 아니잖아! 교수가 널 지원해주겠다는 게 그런 뜻이 아니었잖... 아놔! 대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기회를 열어줬더니 모든 걸 망가뜨릴 셈인가?)

설마 다친 거겠지 싶었으나;; 진짜 죽... 하아... 영화는 그 장면을 보여주지도 않고 소리로만 알려주는데, 과연 단순 교통사고였을지, 혹 협연을 꼴뵈기 싫어한 누군가가 행한 차량테러였을지 관객은 알 수 없습니다. 이어지는 핵인싸 오마르의 아버지가 동네를 돌며 구슬프게 울던 그 애끓는 차량 확성기소리에 눈물이 펑펑 흐르는군요. 라일라는 다시금 "빌어먹을 유대인!!"을 외치며 괜한 쉬라의 삼촌 차에 돌을 집어 던지고, 또다시 개판 오분전으로 뒤엉키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15. 선(유리벽)을 넘어 들려오는 춤(추모)곡 볼레로!

뉴스에서 소년의 죽음으로 연주회는 취소되었고 평화회담에도 위기가 찾아왔음을 알립니다. 이전에 교수가 그어놨던 선처럼 유리벽이 양측을 가로막은 공항 대기실. 처음에는 더럽게 재수없던 론이 어느새 조금씩 변화해 있었습니다. 그가 먼저 일어서서 유리창에 '볼레로'의 도발적인 도입부를 활로 탁타다다닥~ 두드리며 연주를 시작합니다. 벽을 사이에 두고 한명씩 악기를 들고 함께 연주하는 그들...


+ Bolero - Maurice Ravel
처음엔 어랏?! 이곡은 추모의 의미로 쓰기엔 너무나 화려한 무도곡인데?! 왜 하필 이 곡을? 이러면서 의아해 했으나 생각해보니 초반에 합주한 캐논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곡입니다. 캐논이 모두 다같이 화음을 스윽 얹어 돌림노래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곡이라면, 볼레로는 마치 양측(남녀)이 싸우
듯이 각 악기 하나하나의 솔로가 튀면서 무한반복되는 곡입니다. 게다가 주구장창 크레센도만 있는 곡이자, 마지막에는 엄청나게 웅장한 합주가 되는...!!

아아.... 제목 <크레센도>를 이곡에서 따온거였네요. 
교수가 초반 힐링타임때 뺑글뺑글 걸으면서 "I See You" 내가 널 보고있다는 눈빛으로 한명한명 인사시키던 것처럼, 이 갈등의 굴레에 휩쓸리지 말고 개개인을 바라보라고 했던 그 주제의식이 드러나는 선곡이로군요. 선(밧줄,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샤우팅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 각자의 소리를 계속 키워가다보면 하나의 멋진 춤곡, 평화와 공존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음...... 그러나 지금 2023년의 현실을 보면 왠지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지경이 된 듯 합니다. 그들이 각자 목소리를 높이는 게 하모니는 커녕, 영화 초에 있던 그 샤우팅처럼 펼쳐질 따름이지요.


+ p.s. 독일영화

<운디네>에 이어 음악과 신화와 전쟁사와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정리벽 심한 공대출신인 저에게 독일영화는 여러모로 취향에 잘맞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했던 영화였습니다. 독일은 알기 쉬운 메타포를 녹여내어 역사적으로 자기성찰하는 영화를 꽤 많이 만드는 것 같더군요. 

이 영화는 실화기반임에도 보는 내내 저건 판타지 같은 영화란 생각이 들긴 했다만, 요즘 돌이켜보니 지인~짜 판타지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분명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올해 말에도 여전히 공연을 이어간다는 것 또한 동화 같지만 실화입니다. 

아무쪼록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의 빠른 종식을 기원합니다. 


서동시집 관현악단 창립자 바렌보임의 2023년 10월 오피니언 

"Our Message Must Be Stronger Than Ever": Opinion article by Daniel Barenbo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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