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담긴 인간/몸의 미학과 신성-5 (스포)
의 후속편입니다.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
"건축가는 상류층의 창녀다" - 필립 존슨(1906-2005)
건축과 도시, 조경의 업역 사이에서 이리저리 유랑하던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의 총평입니다.
건축가는 '상류층의 창녀(high-class whores)'라고 했던 필립 존슨(1906~2005)의 유명한 말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공공공간을 다루는 도시계획가/조경가는 정치/제도권의 창녀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 때로는 제 알량한 환경 관련된 신념과 배척된 일을 해야할 때도, 때로는 제 정치 성향과 다른 편에서 일해야 할 때도 은근 많거든요. (feat.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번은 가장 크리티컬한 위치를 NO 터치(Touché)한 계획안 덕인지 예산은 충분히 따내되, 개발할 땅의 1/3을 부지에서 빼버린 결정이 이루어졌던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결과물의 방향, 즉 추구하는 뜻을 함께 맞춰볼 수만 있다면 어느 편이든 가서 몸을 굴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요. 솔직히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돌고래 개체수를 가둔 수족관을 설계해야했던 돌고래 러버 선배보단, 바다를 간척한 땅에 도시 개발하던 제가 나은 처지였던 것 같기도... (아, 아닌가? 아아... 거기에 뿌리내릴 가엾은 식물들...ㅠㅠ)
여튼 그래서 오늘도 밤늦게까지 꿈꾸는 자들을 위해 이 한 몸(노동력) 팔아 일을 해야한답니다. 큽!
건축주/발주처(client) 잘만나는 게 최대의 복록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일하다 보면 서로간의 뜻이 달라서 애먹을 일이 참 많습니다. ㅜㅜ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건 뿌연 안개 속에 감춰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속마음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꼬여 자신의 욕망을 잘 모르는 발주처를 만났을 때, 상황까지 꼬이면 답을 찾아내기 정말 어렵더군요. 이 작품 속에서도 커뮤니티 센터를 짓던 도중, 지역사회(community)의 민원과 시공 감리와의 갈등으로 공사비용과 기한이 확~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길(road)은 태초의 원대한 뜻/비전/계획(road-map)과는 달라지기 마련이며, 소통(communication)을 통해 갈등의 실마리를 풀고 타협점을 맞춰 나가는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만 합니다.
영화 속 대자본가 해리슨은 책을 읽는 공간을 원했고(책을 읽기는 하는건가? 아님 수집만 하는건가?), 도서관을 비롯해 체육관과 강당, 교회 등 온갖 시설이 포함된 커뮤니티 시설을 지으려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론 도서관이 빠졌더군요. 지역사회의 지지/보조금을 받기위해 교회가 중심이 되었구요. 게다가 해리슨은 이전에 책 읽으라고 만들어준 의자에 누워서 면도/꽃단장?만 하더라는... 이럴거면 도서관 짓겠다 하지말고 솔직하게 좋아하는 와인 마시면서 예쁜 꼬까옷 입고 함께 파티에서 어울려 노는 클럽하우스를 짓자고 하지 그러셨소. 에효...
참고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간혹 미션스쿨일 경우 채플을 넣어서) 지역의 미래 아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를 만든게 곧 대학 캠퍼스입니다. 대게 개척가(frontier) 정신이 투철한 자본가/정치가(대통령들) 등 지역유지들이 캠퍼스를 짓고 지(知)적 욕망이 있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후학(後學)을 계속 키워내는 시설이지요. (요즘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그 캠퍼스들이 다시금 통폐합 당하는 처지에 놓인...)
어쩌면 지역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센터 건립 = 그 일이 굴러가게된 것은 해리슨이 뒤에서 자기 뱃속만 불리는 사업가가 아니라 지적인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이로 기억되고 싶었던 건 아닐런지... 게다가 그는 라즐로가 유럽에 남겨놓은 건축물의 영속성에 영감을 받았는데요. 왠지 지역사회(community)에서 선망받는 인물이 되어 역사에 길이길이 영원히 남고싶은 그의 정치적 욕망에서 시작된 일일 듯 합니다. 그의 오래묵은 결핍인 미국의 약한 역사적 뿌리, 제 손으로 끊어낸 조부모와의 계보, 어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이란 빈 자리를 채우면서요.
한 마디로 이 영화가 바라보는 시선을 차용해보면 계획을 하는 사람이란?
다른 이의 욕망/결핍을 (창녀처럼) 살살 긁어주면서 온갖 정보와 아이디어를 끌어모아 비전/계획안을 보이고 (약을 팔고?) 자신의 창조적인 행위를 (남의 돈/손으로 자위하듯) 표출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ㅜㅜ. feat.<다모>)
+ 땅과 영역, 침식 그리고 영속성
영화는 크게 2 파트로 나뉘어 중간에 쉬는시간(Inter-mission) 15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과 끝에도 막을 한번 더 나누어 마치 오케스트라 음악처럼 서곡(Overture), 1막 도착의 수수께끼(The Enigma of Arrival), 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핵심(The Hard Core of Beauty), 그리고 에필로그, 첫번째 건축 비엔날레(Epilogue, The First Architecture Biennale)로 시간이 분할되더군요.
특히 저는 1,2막의 년도를 나눈 기준이 참 궁금했는데요. 혹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할계획(1947), 첫번째 대통령 사망(1952), 그리고 한나 아레트로 하여금 '악의 평범성'을 깨닫게 만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검거 사건(1960) 기준이지 않을까라는 뻘~한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영화의 초반부 라디오에서 이-팔 분할계획 뉴스가 흘러나왔기에 1947년은 왠지 맞을 것 같더군요. 역사적인 사건을 좀 찾아보니, 1952년 조상들의 땅에 귀환할 이스라엘인이 누구인가를 규정하는 시민권법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1960년에는 비유대인 팔레스타인인을 이스라엘에 들이는 데에 대한 추가 시민권 해석이 이루어졌다고... 흠... 막을 나눈 기준은 이 땅(집/영역)에 다리/발을 들이고 뿌리내릴 존재(가족/친구/내편)가 과연 누구인가? 란 질문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네요.
한편, 에필로그에 나온 1980년은 베니스 비엔날레(1895~)가 예술에서 건축분야(section)를 처음으로 분할시킨 해이기도 합니다. 85년이나 지속해온 비엔날레의 역사에서 다시금 새로운 첫 역사, 즉 초판본이 씌어진 것이지요. 이후로는 아트와 건축이 서로 번갈아가며 열렸는데요. 코로나가 터진 후 2021년부터는 홀수해에 건축 비엔날레가, 짝수해에 아트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1980년에 열린 첫번째 건축 비엔날레에서는 라즐로가 설계한 것과 같은 모더니즘 건축이 아니라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이 전시되었습니다.
영화 초반부, 라즐로는 자신이 쫓겨났던 유럽 땅에서도 지반이 침식당하지 않은채 꿋꿋하게 그 장소에 버티고있던 자기 건축물의 영속성을 강조하며 해리슨에게 영감을 주었는데요. 해리슨이 사라진 후 에필로그 장소인 첫번째 건축 비엔날레가 열리던 베니스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시 지구 상에서 가장 첫번째로 사라져버릴 도시로 손꼽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침식(erosion)되고 있구요. 결국 해리슨이 사라지듯 언젠가는 라즐로의 작품도 침식되어 사라지고, 첫번째 건축 비엔날레가 열렸던 물의 도시 베니스도 아주아주 먼훗날에는 사라질지도요. 어쩌면 해리슨이 홀~딱 반해 물 건너 미국으로 분할해 온 대리석 조각과 이탈리아의 거대한 대리석 광산도 언젠가 인류가 멸망할 때 쯤엔.......?
개인적으로 조카딸의 마지막 연설에 나온 목적(destination)이란? 곧 생의 여정 끝에 다다른 종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삶은 한편으론 죽어가는 과정이며, 죽음이야말로 피할 수 없는 인간/별★의 운명(destiny) 일테니까요. 실은 제 나이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던 2년전 갑작스레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고나니, 모쪼록 뒤늦은 효(孝) 차원에서라도 잘? 나이들어(老) 죽어야(=살아야)겠단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몇달전 ODA 컨소시엄으로 만난 지인이 팔레스타인에 같이 기획조사 나가보자고 꼬드겼으나 아아... 이 시국에는 차마 엄두가 안나더군요. 답답하게 히잡 쓰고 돌아다닐 자신도 없고, 전쟁 영상/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인지 겁이 나 거절했는데, 실제로 출장 1주일 전 그 마을 아이 한명이 폭격으로 죽었다고... ㅜㅜ 게다가 몇일 전, 이란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봤는데 이스라엘 vs 이란은 또...?!! 에효...)
그나저나 이 사단이 일어나게된 뿌리 즉 초판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아버지가 태어난 날 새롭게 리모델링한 독서 공간을 집안에 선물하려던 아들 해리와, 그 집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이름을 딴 (정작 도서관은 빠진) 커뮤니티 센터를 이 땅에 선물하려한 아들 해리슨의 꿈★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일을 맡긴 건축가 라즐로는 친척집 화장실 깨끗한 욕조에 오줌을 갈겨 개XX마냥 영역 표시(mark)를 해놓듯, 거대한 바빌론 타워같은 랜드마크(Land-mark)를 땅에 싸지르게 되는데...
(자고로 Man은 씨뿌리는 X관리를 잘해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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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아갈 집/영역은 어디일까?
[00] 출산/출항과 어머니/자유의 여신상
+ 고향(자궁)에서 벗어난 넓은 세상 : Free/Ship
+ 유럽에서 받아온 출산 선물 : Steel+Mother
+ 첫째날 밤에 한 행위 : Oral Sex
+ 가까운 친인척을 찾아가는 여정 :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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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도착의 수수께끼(Enigma≒암호기계)
[01] 4촌은 내편이 아니더라?, 이웃4촌
[02] 트라이시클과 캔틸레버 의자, △□○
[03] 빛, 말과 글, 독서 그리고 NEWS
[04] 다같이 뒹굴며 땅을 캐는 바닥 인생
[05] 빛을 어떻게 막을/비출 것인가
[인터미션] 기억의 박제, 하모니의 순간포착 : still♥steel
▶ 한지붕 한가족을 이루는, 인생 갈림길의 증거
[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Hard Core≒핵심)
[06] 몸의 구속, 고통/쾌락과 뼈아픈 장애
[07] 기준선을 다시 긋는다고?, 선 넘는 행위
[08] 몸과 건축, 어울려사는 유연성
[09] 고대 로마의 원석, 잠재력을 가진 존재
[10] 엘리트주의와 카르텔의 혐오, 그리고 창녀
[11] 종교와 정치, 그리고 언어/몸의 소통/폭력
[12] 시공간의 이동, 그리고 기적/예술의 순간
[에필로그] the 1st 건축 비엔날레(biennale≒2년마다)
[13] 베니스의 상인 : 빚을 갚을 때, 과연 피를 흘리지 않고 살을 발라낼 수 있는가?
▶ 미래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시 직격탄을 맞게될 지반 침식중인 도시
과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땅의 운명/종착지(destination)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