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 라이프치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4월에는 가족 전체가 추크슈피체 여행을, 5월에는 우리 부부만 라이프치히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중간에 예정에도 없던 런던 여행을 다녀옴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3주에 한번씩 여행을 다니게 되어버렸다. 덕분에 3주에 한번씩 여행 짐을 쌌다가 푸는 것도 일이 되어버렸다. 라이프치히는 베를린에서 겨우 2시간이면 갈수 있는 가까운 도시임에도 함부르크나 드레스덴과 달리 지난 5년간 한번도 방문할 기회가 없던 도시였다. 딸내미가 한창 독일 미대 입시를 할때, 할레 미대에 마페가 합격해서 2차 시험을 통지를 받았었고 딸내미가 하루 종일 2차 시험을 보는 사이 우리 부부는 근처에 있는 라이프치히 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딸내미가 베를린 바이젠제에 합격해버리는 바람에 할레에서의 2차 시험은 참여하지 않게 되었고, 우리의 설레이던 라이프치히 여행 계획도 무산되어버렸었다. 그런 사연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보겠다고 마음 먹고 여행 준비를 했는데, 중간에 런던 여행이 잡히는 바람에 이번에도 취소될뻔했었다. ㅎㅎㅎ 마이리얼트립으로 가이드 투어를 예약했었는데, 가이드분께서 우리가 방문하는 시기에 있는 다양한 공연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신 덕분에 운이 좋게 정명훈 지휘자의 공연도 예약할 수 있었다.
확실히 2시간 비행 거리인 런던보다, 2시간 운전 거리인 라이프치히가 부담없이 방문하기 좋았다. 낀 연휴라 차가 막힐법도 했지만, 아우토반은 일부 공사 구간을 제외하면 큰 무리 없이 운전하기 좋았고 고민 끝에 예약한 라이프치히 호텔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침대가 심하게 삐걱거리는 것을 제외하면) 호텔 위치가 좋아서 조금만 걸어가면 어디든 방문하기 좋아서, 짐을 풀고 구도심을 산책하며 관광을 즐기면서 쇼핑도 조금 했다. 때마침 마켓이 열리는 날이라서인지 사람도 엄청 많아서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활기가 넘치는 도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대학과 교회 밖에 없는 작은 도시에 뭐가 볼 것이 있다고 2박 3일이나 여행을 가는가?"라고 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도심의 인상은 다른 도시들과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사이에 도로 한복판까지 자리 잡은 양쪽 식당의 테이블들은 다른 독일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기도 했다.
가이드분께서 추천해주고 예약까지 해주신 곳에 저녁 예약이 된 상태였지만, 호텔 근처에 일본 라멘집이 많은 편이라 호기심도 생기고 점심을 못먹은 상태라 맛이나 보려고 들렀는데 독일 스타일화된 교자나 라멘 맛은 둘째치고 서비스가 별로라 독일와서 난생처음 식사 마치고 팁을 주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리고 방문한 RATHS KELLER는 너무나 멋진 식당이었다! 일단 화장실이 호텔급으로 아주 훌륭했고 내부 인테리어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2리터짜리 보틀에 주문한 맥주는 물론 학센과 오리고기도 너무나 맛있었다. 물론 서비스도 대만족이었고. (짝퉁 일본 라멘집에서 기분 상한 것은 금방 잊혀짐) 다른 독일 식당에 비해 테이블 회전이 무척 빠른듯 음식이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나왔다. 입가심으로 주문한 셔벗에 샴페인을 따라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라이프치히에 방문하는 분들께는 강력 추천!
https://goo.gl/maps/CDNGi8jqGvExEEUMA
둘째날, 호텔 로비로 찾아오신 가이드분과 함께 라이프치히 중앙역에서부터 투어를 시작했다. 독일인 남편과 함께 살며 자녀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 우리 부부와 아이들 교육은 물론 독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어 투어 내내 재미있었고, 워낙 꼼꼼하게 준비하셔서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주시려고 해서 많은 것을 배울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끼리 왔으면 놓쳤을 "라이프치히 전승 기념비"에 트램을 타고 다녀오는 것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나폴레옹이 러시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프로이센 연합군과 전투를 치렀고 이 전투에서 패배해서 실각된 곳이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유럽식 건축물과는 다른 스타일의 건축 양식도 인상적이었고, 일부러 엘레베이터와 끊임없는 계단을 올라 도착한 꼭대기에서 라이프치히 전역을 둘러보는 것도 좋았다.
https://goo.gl/maps/4NU3SbA7DX67D34d8
전날 미리 돌아보았던 구도심을 가이드분의 설명을 들으며 다시 돌아보니, 라이프치히는 중세 이전부터 이미 부유한 도시였고 덕분에 꽤나 많은 이야기들이 이곳저곳에 담겨있었다. 대부분이 전쟁기간 동안 폭격을 받아 재건되었지만 교회 건물들은 무사했다는 것도 신기했고, 바흐의 삶과 사후 그에 대해 재평가가 되는 과정에 대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이용했던 수많은 프라이빗 투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가이드 투어 중에 하나였다. 혹시라도 라이프치히를 방문하시는 분들께서는 기회되시는 꼭 이용해보시기 바란다. 참고로, 코로나 이전에는 라이프치히 여행자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라이프치히 방문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가 숙박했던 호텔도 최근에 만들어진 호텔이라고 한다.
https://www.myrealtrip.com/offers/2034
하루종일 엄청 걸어다니며 투어를 한 탓에 피곤했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라 호텔에서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역시 가이드분께서 예약까지 해주신 곳인데, 예약없이는 식사가 불가능할 것 같은 엄청나게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거대한 식당이었다. 흔히들 "독일 음식"은 맛이 없고 괜찮은 식당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5년 넘게 독일 살면서 독일의 여러 도시에 있는 독일 식당들을 다녀본 경험에 따르면 더이상 동의가 어렵다.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많은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멋진 서비스를 받으며 저마다 다른 맛의 맥주나 와인을 즐기며 먹는 독일 음식은 나름 매력이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런 식당을 다녀보면, 한국 사람들 못지 않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며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콘서트를 예약해서 얼른 먹고 나서야 했지만, 음식과 와인이 맛이 있어서 맥주와 치즈 등을 추가로 주문하는 바람에 콘서트에 늦을 뻔했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https://goo.gl/maps/pPvHKgYvy5GcKCBr6
식당에서 게반트하우스까지는 멀지 않아서 서둘러 걸어가서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2개월전에 예약을 했었는데, 당시 남은 티켓이 몇장 없어서 비싸지만 둘이 앉아서 볼수 있는 좌석으로 예약을 했다. 덕분에 가까운 곳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열정적인 정명훈 지휘자의 지휘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한시간 반 동안 3곡을 스트레이트로 연주하고 마쳤는데, 모든 청중이 일어나서 박수를 칠수 밖에 없는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호텔로 걸어가다보니, 우리 호텔에도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숙박하는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았다. 매년 5월, 6월에 라이프치히에서 음악 축제가 열리니 일부러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너무나 바쁘고 힘든 일정을 마친 탓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뻗어서 잠들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기본은 하는 조식을 맛있게 먹고 피트니스센터에서 한시간 운동을 한다음 조금 쉬었다가 체크아웃을 한 다음, 베를린으로 향하는 아우토반을 날라서 2시간 이내에 집에 도착했다. 짧고 타이트한 일정의 2박 3일 여행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고, 라이프치히라는 도시를 좋아하게 된 여행이 되었다. 함부르크나 드레스덴 처럼 생각나면 한번씩 방문하게 될 도시 중에 하나가 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