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금호 Jun 12. 2023

베를린에서 대형 쓰레기 버리기

5년만에 가구를 버리고 새로 구입했습니다

5년전, 한국에서 한국 생활을 정리하면서 베를린에 계약된 집에 가구를 배달/설치하기 위해서 이케아를 이용했었다. 당시에는 길어야 3년 정도 쓸 생각으로 굳이 비싼 제품을 사기보다는 나름 가성비가 좋은 제품들을 고심끝에 주문했었다. 그랬던것이 어느새 5년이 훌쩍 지났고, 일부 가구들의 경우에는 더이상 쓰기 힘들 정도의 상태가 되어서 드디어 버려야할 시기가 왔다. 그러나, 베를린에서 대형 쓰레기를 버려본 적이 없다보니 미루고 미루다가 더이상 미룰수 없는 상태가 되어 드디어 팔을 걷어붙이고 버려야 하는 가구를 해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가구를 조립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편에 속해서 3개의 침대를 어렵지 않게 해체를 할수 있었다. 문제는 해체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부피도 크고 무겁기도 해서 일단 미니밴인 우리 차에 실었다. 이미 길고 큰 화물을 충분히 싣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보였던 우리 차는 이번에도 큰 활약을 해주었다. 카트 두대에 해당하는 무겁고 긴 나무판들이 어렵지 않게 실렸고, 이케아까지 문제 없이 도착했다. 혹시나 해서 짐을 내리기 전에 다시 한번 이케아 직원에게 폐가구를 받아주는지 물어보았고, 받아준다는 이야기에 끙끙대며 모든 짐을 내렸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센터 직원이 가구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어렵다는 제스처를 취하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 직원은 우리가 이것들을 다시 팔려고 하는 줄 알고 매입 가능 여부를 확인했던 것이다. 우리는 돈 필요 없다니까 그럼 모두 받아주겠다고 해서, 마음 바뀔까바 얼른 주고 나왔다. ㅎㅎ 1차 대형 쓰레기는 이렇게 해결되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이것 말고도 처분이 쉽지 않은 매트리스나 의자등이 남아 있었다. 



버려야할 가구들을 일단 버려서 공간을 만들었으니, 5년전처럼 이케아 웹사이트에서 미리 봐둔 가구들을 주문하였다. 당연히 배송/조립까지 신청하려고 했는데, 5년전과 달리 조립의 경우 협력업체인 Taskrabbit을 통해서 처리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빨리 배송이 가능해서 금요일 오후에 배달 받기로 하고, 토요일 오전 8시부터 Taskrabbit을 통해 소개받은 작업자가 조립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원래 가구 가격의 1.5배 수준의 비용이 나가게 되는데, 다 끝나고 나서 다시 생각을 해봐도 배송/조립까지 업체에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케아 직원들이 금요일 오후에 예정대로 미조립 상태의 가구들을 배달 완료하였고, 토요일 오전 8시 조금 넘어서 예약했던 키가 훤칠하게 큰 작업자가 "동생"과 함께 왔다. 두방에 각각 2개씩의 가구를 조립해야 하는 것이라 두사람이 나눠서 각각 작업을 시작했는데 약 2시간이 걸려서 끝났다. 혼자왔으면 3~4시간이 걸렸을 일이니 두사람이 온 것은 좋은 선택인듯 하다. 능숙하게 가구를 조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종이박스나 기타 쓰레기들을 버리기 좋게 잘 접어서 한쪽에 쌓아둔 덕분에 나중에 우리가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리기에 좋았다. 와이프도 조립 서비스를 마음에 들어해서 나중에 10% 팁도 추가로 지불했다.


새 가구를 구입한 덕분에 남는 수납장은 켈러에 가져가서 이번에 켈러 정리도 같이했다. 그러면서 와이프가 몇번 연습한 접이식 자전거, 딸내미가 두번 연습한 스케이트보드, 아들내미가 한달 탄 킥보드 등은 회사 동료들 중에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형 매트리스 2개, 오래된 첼로 케이스, 부서진 의자 2개, 망치로 해체해야 하는 침대 갈비살, 책꽂이 등이었다. 이것들은 이전처럼 이케아에 가져다주기 애매해서 드디어 집 근처 재활용 센터를 알아봐야 했는데... 마침 집근처에 한곳이 있어서 시험 삼아 의자 2개와 책꽂이를 차에 싣고 달려갔다. 재활용센터 입구에서 어떤 종류의 대형 쓰레기를 가져왔는지 확인하고 어디다가 버려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식이다보니, 많이 붐빌때는 줄줄이 기다려야 할듯 보였다. 구글 지도 리뷰를 봐도 불만이 많은 리뷰도 적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오후 4시쯤 가니 그다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고 직원들도 친절한 편이었다. 사무용 의자는 오피스 쓰레기 컨테이너에, 책꽂이는 나무 컨테이너에, 플라스틱 의자는 sperrmüll (대형 폐기물)이라고 적힌 컨테이너에 버리라고 해서 각 컨테이너에 던져넣는 것으로 끝났다. 한국처럼 따로 신청을 하고 돈을 낼 필요 없이, 그냥 차에 싣고 와서 지정된 컨테이너에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이걸 모르고 괜히 복잡할까봐 엄두도 내지 않았던것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ㅎㅎㅎ 다음날도 재활용센터 닫는 시간 (금요일은 오후 5시) 직전에 대형 매트리스 2개와 첼로 케이스, 침대 갈비살 등을 싣고 도착해서 신속하게 버리고 왔다. 이로써 모든 대형 쓰레기를 다 버린 것이라 속이 아주 시원했다. 진작 이렇게 할 것을.


그러고 보니 지금껏 독일에서 살면서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 및 대형 쓰레기를 버리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한국처럼 비싼 쓰레기 봉투를 따로 살 필요도 없고, 음식물 쓰레기 양에 따라 돈을 내야할 일도 없었고 아무때나 원하는 쓰레기를 해당하는 쓰레기통에 버릴수 있었다. 물론 가끔 청소차가 치워가지 않아서 쓰레기 통이 넘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돈내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야 해서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수박 같은 과일 먹는 것을 굳이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대형 쓰레기를 그냥 차에 싣고 가서 쉽게 버리고 오면 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가까운 오후여서 그랬는지 재활용 센터에서 일하는 분들 모두 유쾌했고 우리 강아지를 다들 너무 좋아했다. 첫날에는 일하는 아저씨들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와이프에게 우르르 몰려 들어 내가 끙끙대며 쓰레기를 버리고 있을때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둘째날 입구에서 안내하는 여성분은 갑자기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우리 강아지에게 간식 하나를 가져다 주었다. (아마도 자기 강아지 주려고 산것을 뜯어서 하나 준듯) 


물론, 자동차가 없는 사람의 경우 대형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대형밴을 렌트하거나 전문 업체에 컨테이너 같은 것을 주문해서 거기에 버리면 업체가 통채로 가져가서 버리는 방식도 있는 것 같다. 대형 쓰레기용 컨테이너 대여는 이사 갈때같이 대형쓰레기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쓰레기가 많이 나올때에는 유용할 것 같다. 이번에 대형 쓰레기를 버려보면서 다짐한게 있다면, 앞으로는 대형 침대나 대형 매트리스는 절대 사지 않겠다는 것. 분해나 처분이 힘들어서 차라리 1인용 침대와 매트리스를 나란히 붙여서 쓰는것이 나중에 버릴 때 쉽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기대 이상이었던 라이프치히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