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한국의 40~50대 개발자들의 한탄은 왜 반복되어야만 하는가
트위터를 통해서인지 페이스북을 통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간만에 클리앙에 올라온 40대 후반 개발자의 진로 고민글과 그 글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을 읽어보았다. 이 글만 읽어봐도 우리나라에서 40~50대 개발자가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확실하게 알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이다. 정작 당사자인 개발자들은 고민이라지만, 40~50대에도 취업 걱정이 없는 셈이라 일반인들이 부러워할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뒤늦게 개발자의 길로 들어서는 분들도 많은 것이고. 하지만 그저 취업이 되는 것보다는 인간답게 대우를 받고 좋은 조건과 여건에서 일을 할 수 있느냐 (삶의 질)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40~50대 개발자라면 최소 그 업계에서 경력 20~30년차들인 베테랑 중에 베테랑들이다. 그런 베테랑들이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누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겠는가. 이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깨달을 생각이 없는 것이 한국 사회의 문제이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203914
클리앙에 계정이 없기도 하고, 필자의 생각을 댓글로 달기보다는 여기에 글로 적어보고자 한다. 현재 40~50대인 개발자분들 뿐만 아니라, 개발자를 희망하는 지망생들이나 신입 개발자분들 또한 자신의 향후 미래 계획을 수립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클리앙의 글쓴이가 올린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24년 동안 경력을 쌓은 개발자이다.
2. 한국에선 나이가 들면 관리직으로 돌리거나, 적은 비용으로 등쳐먹으려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3. 40~50대 개발자는 소속되기 보다는 직접 회사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4. 할줄 아는 것이 개발 분야밖에 몰라서 다른 일은 할 줄 모른다.
흔히들 말하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성실한 개발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본다. 참고로 필자는 "(그저)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개발자"이기를 거부하는 스타일의 "날날이" 개발자이며, 이러한 "착하고 순진한 엔지니어" 컨셉이 우리 인생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순진한 개발자의 미래는 뻔하게 정해져 있을 뿐이다. 아쉽게도 개발만 잘하는 개발자 따위는 널리고 널렸다. 노래만 잘하는 가수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있는지 따져보면 무척 쉽다.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노래를 무척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그의 노래가 대중으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어렵다. 대중을 끌어당기는 자신만의 매력과 개성이 존재해야 하고, 폭발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남들에게는 없는 "운"이라는 요소와 그 "운"이 나에게 도달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 작업도 필요하다.
우선 이 자체는 인정을 받아야 마땅하다. 필자 역시 8비트 DOS 시절을 거쳐서 16비트 DOS에서 32비트 윈도우로 넘어가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뤘고, C++ 중심의 응용 프로그래밍에서 Java 중심의 웹 프로그래밍, 그리고 또다시 Object-C와 Java 베이스의 모바일 프로그래밍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통과해야 했다.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Javascript와 Python으로 프론트엔드/백엔드를 아우르는 풀 스택 프로그래밍으로 넘어와서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말이 쉽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면서 계속 경력을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쉬운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가 "나이가 있는데다가 영어를 못해서 해외로 눈을 돌리지 못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는 점이다. 24년 동안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부는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공부하겠지만, "영어"는 공부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보이고 굳이 "나이"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외국 생활을 하기는 적합치 않아 보인다.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얽매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 제한되는 이야기일 뿐 조금만 밖으로 나오면 "나이"나 "영어"는 우리 인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독일에서 영어와 독일어를 잘못하는 필자의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최소 10년에서 15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지만 같이 어울리거나 일하는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먼저 "나이"나 "영어" 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단점을 장애물로 남겨놓지 말고 하나 하나 제거하려는 노력을 해보자. 그러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 IT 업계에서 경력이 많은 개발자를 제 값 주면서 찾는 경우는 정말로 극도로 아쉬운 상황이 아니라면 드물다. 값은 후려치려고 하면서 원하는 요구 사항은 하늘을 찌른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값싼 인력으로 머릿수 채우고 뺑뺑이 돌리는 것에 익숙한 업계에서 경력을 존중하고 제 값을 치르면서 대우한다는 것은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문 글의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40~50대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의 선배들 중에도 50대가 넘어서도 계속 개발을 하시는 분들을 봐왔지만, 그저 단가가 조금 높은 일용 노동직에 불과한 인생일 뿐이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계속 개발을 하면서 먹고 살고 있다는 위안은 될지언정, 그것이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까. 업무 자체의 스트레스 보다는 사방 팔방에서 갑질하는 인간들로 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경력이 많은 전문가이지만 전문가로서 대우를 받기보다는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대체품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환경에 제약이 있다면, 자신을 더욱 변화 시키면서 동시에 환경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환경을 바꿨는데도 변하는 것이 없는 경우는 스스로는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멈춰있을때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필자가 독일에 온 이유는 40~50대 뿐만 아니라 60대에도 존중받으면서 좋은 여건에서 계속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싶기 때문이었고,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고 있다.
https://brunch.co.kr/@nashorn74/62
이미 20~30대 사업을 해보지 않았다면, 정말로 위험한 생각이다. 크건 작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모든 리스크를 자신이 안고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10~20년을 샐러리맨으로만 일을 했던 사람이 하는 착각은 자신의 업무 경력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 돈을 받고 일을 하던 경력은, 남에게 돈을 주며 일을 시켜야 하는 경력과는 전혀 다르다. 한번도 자신에게 월급을 주던 사장이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그와 같은 사장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많은 것을 놓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더우기 샐러리맨 시절에 했던 실수는 욕을 먹든 감봉 처분을 받든, 최악의 경우 짤리든 그 리스크가 경감되어 돌아오지만, 자신이 사업을 하면서 하는 실수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그대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기 마련이다. 더더군다나 대인 관계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그다지 좋지 않은 "(주어진 일만)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개발자"가 사업을 하게 된다면, 그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엔지니어가 사업을 시작해서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을 위한 상품 개발에 몰두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뭔가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굳이 사업을 해보고 싶다면, 메인잡으로 기본 생활비를 벌면서 사이드잡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부터 시작해서 부딪쳐보자. 그렇게 해서 우선 시장(마켓)과 자신(능력수준)의 현실부터 처절하게 파악하는 것이 첫번째이며, 곧바로 돈이 만들어지는 아이템을 찾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모하게 일을 벌렸다가 망하게 되면, 십중팔구 사업 실패의 원인을 다른 이에게 찾으면서 원망만 하게 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욕좀 먹어야 한다. 소위 자신을 진성 "엔지니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일 수록 이런 말을 계속 말하고 다니면서,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 생각에는 이것이 진정한 엔지니어의 모습이며, 그렇게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세상이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개발자 뿐만 아니라 어떤 직종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이런 정신 상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제는 오로지 "개발" 분야만 아는 개발자 따위는 필요없다. 개발은 기본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고객들의 트랜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누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돈을 쓰는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과거와 현재의 세계는 어떤 상태였고 앞으로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등등에 대한 공부와 고민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현 시대에 맞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되며,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하여 작성된다는 1970년대식 마인드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다. "할 줄 아는 것은 개발 밖에 없다"는 식의 태도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개발 이외에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모든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한데 고작 특정 분야에 자신을 옭아매고 한계를 규정 짓는다는 것은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해로운 일이다. 40~50대라고 해봐야 겨우 절반의 인생 밖에 살지 않았고, 앞으로 그만큼 더 살아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목표는 65~67세까지 엔지니어로 근무하여 40년 이상의 경력을 쌓는 것이며, 은퇴 이후에도 계속 개발을 할 계획이다. 그것을 위해 개발 관련된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부를 계속 할 생각이며, 나중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독일 대학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개발과 관련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내가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최종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어진다. 소신과 신념이 있는 장인의 제품이 인정받는 것은 그가 자신의 인생에 걸쳐 배운 모든 것이 거기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필자의 주제 넘은 조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제는 저런 스타일의 글과 댓글은 안봤으면 좋겠다.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는 유사한 내용들이다. 선배들이 맨날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연 그 누가 희망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6년전에 출간했던 에세이에서도 "개발자가 40대가 되면 통닭집을 차린다"라는 자조섞인 농담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자고 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우리 자신부터 뭔가 달라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저들의 생각과 고민에 동의하지 않았고 나만의 대안을 만들고 나만의 길을 살아왔었지만, 독일에서 일하면서 살고 있는 지금은 아쉽게도 더더욱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냄비 안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가는 삶아져서 먹히는 것이 당연한 순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