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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Mar 28. 2019

독일 IT 취업을 위한 영어 이야기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가 당연히 기본이다

예전 글에서 언급을 했던 것처럼, 필자는 평생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시작해서 지금껏 살아왔지만, 게임을 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할 때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어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애플//+로 베이직을 사용하면서 catalog라는 DOS 명령어를 "씨에이티에이엘오지"라고 외우면서 사용했었고, 나중에서야 그것이 카탈로그라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학교 다닐때는 지지리도 공부는 안하고 컴퓨터만 했으며, 다행히 전산학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후기 대학 중에 나의 학력고사 점수로 겨우 갈 수 있는 대학을 골라서 간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짝사랑하던 영문과 숙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자 영문학과 전공 과목을 교양으로 들은 이후부터는 영어 공부를 해본 적은 없었다. 흔한 토익이나 토플 점수도 없었지만, 20년 넘게 밥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기에 더욱더 관심은 멀어질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리 가족이 독일로 가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고 더이상 영어는 남의 나라 말로 끝날 상황이 안되었다.


한국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서 잡 오퍼를 받는 분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이 받쳐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에는 화상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영어 공부를 따로 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더욱 시행 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는 게 통할리는 없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영어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영어의 미흡함을 감안하고 실력을 인정해줄 회사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운이 좋게 지금의 회사와 동료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필자의 독일인 보스는 처음 면접을 볼 때도 그랬고, 입사했을 때에도 필자의 영어 실력 때문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외부의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예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안되는 직원이 있어서 그만두게 한적이 있었다면서 문제가 있으면 항상 말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프로베짜이트를 무사히 통과한 것은 물론, 작년말에 있었던 전시회가 잘 끝났다고 일부 직원들에게 주는 (얼마안되는) 보너스를 받기도 했다. 


독일에 와서 인터뷰를 보는 와중에 시작한 영어 공부는 나름 재미 있었다. 치기 어렸던 철없던 어린 시절에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수준 낮은 학교 영어 선생들로부터 재미없게 영어를 배웠던 기억만 있었던 터에, 나름 재미있고 실용적인 방식의 인강을 듣고 있자니 새록새록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서는 영어가 필요했기 때문에 더욱 집중도가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수업을 통해 듣는 영어와 (물론 독일어도 마찬가지이다) 실전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당연하게도 다르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알아듣기 쉬운 영어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영어이고, 제일 어려운 영어는 영국 사람과 인도 사람의 영어이다. (영국 영어는 미국 사람도 못알아듣는 경우가 있다지 않는가!) 아침에 스탠드업을 하자면, 최소 5개국 사람들의 제각기 다른 억양을 가진 영어를 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처음에는 정말 쉽지 않았다. 입사 초기에는 스탠드업에서 20% 정도만 알아 듣고 나머지는 감으로 찍어야 했고, 어제 무엇을 했고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기에 정말로 스탠드업 미팅이 제일 고된 시간이었다. 지금은 60~70% 정도는 알아듣고, 다른 동료들을 웃게 만들면서 나의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는 되었다. 


온가족이 독일에 온 이후에는 회사 사무실을 방문해서 인터뷰를 많이 보았는데, 영어 사용이 익숙치 않다보니 간단한 문장 조차 턱턱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Thank you for your time"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Thank you for"까지 말을 하고 "your time"이라고 연결해서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힘들었다. 이것도 계속 반복을 하다보니 나아지기는 했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들에서부터 걸리는 게 많으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면접을 볼 때나 입사 초기에는 누군가와 영어로 대화를 하다보면 커피를 한잔도 못마시거나 음식을 하나도 못먹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초집중을 해서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 머리를 써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다 식은 커피를 원샷하거나 다른 사람이 음식을 다먹어갈 때 비로소 허겁지겁 먹어치워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해지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른 직원들의 영어 스피킹을 듣게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유심히 들어보니 그 중에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굳이 쫄지는 않게 되었다.


영어 인강을 들으면서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만들수 있다는 것을 배운 덕에, 가급적 짧은 문장을 사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말로 된 문장을 그대로 영어로 번역을 해서 말을 하려고 하다보니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단어를 나열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어 표현을 하나 둘 쓰다보니 굳이 어렵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처음에는 구글 번역기의 도움 없이는 영작이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구글 번역기 상에서 직접 영작을 하면서 검증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영작은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대화를 할 때는 여전히 많이 막히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알고 있는 단어의 개수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듣기나 말하기를 할 때 한계가 있어서 그 때마다 단어를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제는 미드나 영화를 볼 때, 배우들의 스피킹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해서 가끔씩 영화에서 좋은 문장이나 단어들을 배우기도 한다. 다행히(!?) 독일의 넷플릭스에는 한국어 자막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지 않다보니 영어를 들으면서 영어 자막이나 독일어 자막을 볼 기회도 많다. 학교에서 배운 독일어 단어나 표현, 미드에서 본 영어 문장 등에 대해서 회사 동료들에게 질문을 던지다보면 좀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도 되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영국 같았으면 영어 공부에만 집중하면 되겠지만, 아쉽게도 여기는 독일이라 영어 못지 않게 독일어 역시 중요하다. 회사 공식 언어는 영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독일인들만 있는 소규모 회의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영어로 시작하지만 자연스럽게 독일어로 옮겨가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인 직원들도 어느 정도는 독일어를 사용할줄 알기 때문에 대화가 문제 없이 되는 편이다. 필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고 독일에서 살고 있는 만큼, 독일어 수준을 C1, C2 레벨 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인데, 이제 겨우 A2를 배우는 수준이다. 인텐시브 코스라고 해서 일주일에 3일, 빡세게 하루 4시간 이상씩 수업을 받지만 사실 이 정도로는 부족하고 영어로 일을 하면서 공부로만 독일어를 사용하는 편이라 한계가 있다. 영주권 취득을 위한 B1 증명서를 취득하기 전까지는 지금하는 독일어 공부에 집중해야겠지만, 그 이후에는 좀더 업무에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독일어 공부를 하고 싶다. 최근 베를린리포트에 독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신 분들의 글과 댓글을 읽어보니 외국인으로써 독일어를 공부해서 사용하는 입장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필자 또한 영어나 독일어를 공부하고 익히고 있는 입장이지만, 과연 내가 저들처럼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영어나 독일어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올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http://berlinreport.com/bbs/board.php?bo_table=lifeqna&wr_id=268148&page=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든, 나이가 적든 상관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투자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승진이나 기타를 위해 나름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점수를 따는 시험 공부가 아닌 자신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인 무기로 삼기 위한 영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에 읽은 글 중에 공감되는 이수진님의 글을 보면, 인재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업체들의 취업 현실에서 벗어나서 훨씬 더 좋은 여건과 훌륭한 글로벌 인재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비좁은 한국 사회에 갇혀서 그들만의 리그에 참여하기보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뛰어들어서 보다 큰 비전과 기회를 찾는 것이 급격히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충실한 대비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한채 소유하고 저축 많이 해서 노후를 대비하는 것만이 인생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고 강요당하고 있지만, 매일 매일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일에서 성취를 느끼며, 다양성을 존중받고 서로를 배려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몸과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 또한 우리 자신을 소중하게 다루고 우리의 인생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https://sujinlee.me/how-i-landed-my-dream-job-in-sg/

https://www.slideshare.net/deoratore/ss-148684326


독일에 살면서야 비로서 필자도 한국의 지리적인 여건이 너무나도 불리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가 늘 듣던 수출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인생과 미래 역시 비좁고 탈출구가 전혀 없는 지리적 여건 속에 갇혀버렸다는 것을, 한국을 벗어나서 살아보니 깨닫게 된 것이다. 왜 그렇게 경쟁이 치열하고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현실에서 각자 도생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왜 그리도 외부인들에게 배타적이고 주변의 모두를 적으로 삼으려는지가 이제는 이해가 된다. 나이 40이 훨씬 넘은 지금에야 비로소 영어 공부를 시작한, 공부에는 전혀 재능이 없는 필자도 독일에서 외국인 동료들과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고 외국인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고 있다. 이것은 곧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굳이 나이 "따위"에 기죽지 않고 도전할 만한 근거가 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리던 늙었던 나이를 핑계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려는 순간,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네이티브 만큼은 어렵겠지만, 언어란 쓰다보면 늘 수 밖에 없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불과하다. 불합리한 현실 속에 안주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 힘들지만 새로운 길로 발을 내딛어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무엇이든 첫걸음이 힘들 뿐 걷다보면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


https://brunch.co.kr/@nashorn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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