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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Nov 19. 2019

독일 IT 취업 : 독일은 해고가 쉽다?

베를린리포트에 올라오는 취업 관련 글들을 보다보면, 가끔씩 "해고"와 관련된 글이 올라온다. 대부분은 이 두가지 유형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1. 프로베짜이트 기간에 해고되었는데, 비자는 어떻게 되는가?

2. 독일 회사에서 해고는 쉬운가?


일단 독일에서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벌고 살아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대부분 어떻게해서든 취업을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취업 이후에 계속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이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했던 것처럼, 독일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회사 생활을 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꽤나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입장을 바꿔보자. 여러분이 다니는 한국 회사에 한국어를 어눌하게 하는 외국인 동료가 있는데, 이 외국인 동료는 팀웍에는 관심이 없고 한국어 공부도 소홀히 하면서 자신이 살던 나라에서 했던 대로 회사 생활을 한다면, 과연 여러분들은 그대로 놔둘수 있을까?


우리는 최소한 "영주권 (Niederlassungserlaubnis)"을 받기 전까지는 독일 사회 안 에서 안정적인 위치에 놓여있지 않다. 현재는 취업 비자나 블루카드가 있어도 언제든 일자리를 잃으면 해당 비자 역시 효력을 잃게 되고, 자신은 물론 동반 가족의 독일 내의 거주권이 위협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도 직장을 퇴사하더라도 거주 자체가 위협을 받는 경우는 없었지만, 독일에서 일을 한다는 조건으로 제한적인 거주권을 허가 받은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독일이든 어디든, 우리에게 취업 비자를 주고 거주권을 보장해주는 이유는 우리가 그 나라의 사회,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인재이기 때문이며 그러한 자격을 상실했을 때에는 더 이상 그러한 권리를 줄 이유가 없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취업"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회사 생활"과 "커리어" 관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근로자"로서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을 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지극히 "피고용자"인 "근로자"의 눈으로만 회사와 일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나중에 본인이 샐러리맨 생활을 정리하고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기업을 설립하여 사업을 하게되면 비로서 사장으로써 바라보는 시각과 직원으로써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물론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근로자 입장에서 자기 자신에게 매기는 자신의 실력이나 기여도, 성실도는 항상 회사의 평가와는 갭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회사 생활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회사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인재인가?"이다. 자신이 지원해서 입사해서, 매월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는 회사를 "적"으로 간주하고 무조건 배척을 하기보다는, 상대방(회사, 사장, 임직원 등)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그에 부합하는 인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태도이다.


다들 알다시피, 독일 회사는 한국 회사 보다 채용 프로세스가 느리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6개월간의 프로베짜이트 (수습 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의 경우 상대적으로 해고도 쉽지 않다. 그렇게 힘들게 사람을 뽑고서, 어떤 회사가 직원을 함부러 잘라버리고 싶겠는가? 어느 나라의 회사이든, 신규 인력을 뽑아서 업무에 투입하는 인력 관리 업무는 회사로선 적지 않는 비용이 투자가 되는, 회사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이다. 직원 입장에서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일인 것처럼,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직원을 구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만큼 중요하긴 매한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회사에서 사람을 쉽게 해고한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지만 개인차가 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회사의 사업 방향에 맞는 "가치"가 있는 직원이라면 해고할 이유가 없다. 독일어를 못해도, 업무 시간에 개인적인 통화를 하더라도, 수시로 잦은 지각을 하더라도 독일인이든 한국인이든 상관없이 그가 가지는 "가치"의 문제라고 본다. 간혹 이런 문제를 개인적인 감정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보는데, 만일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성찰없이 정말로 상대방의 개인 감정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받아들인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며 계속 비슷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직원을 무자비하게 해고하는 것이 회사에겐 무조건 이익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부터 이미 잘못된 전제라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가치"는 단순히 일을 잘한다, 많은 매출을 일으킨다 등의 업무 실적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지만, 그 조직의 구성원은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다. 다수의 인간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게되면 항상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하나의 회사 조직에는 다양한 형태의 인재들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모두가 "에이스"가 될 필요는 없다. 항상 나만 많은 일을 열심히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탱자탱자 놀면서 회사를 다니는 것 같은 불만을 터트리는 샐러리맨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과연 그럴까? 회사 내에서 핵심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어서 한껏 자존감이 높은 직원이, 자신이 그만두면 이 회사는 끝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 사람이 관둔다고 그 회사가 망하던가? 그리고 여러분이 도대체 저 사람이 왜 안짤리고 계속 저 자리를 유지하는지 궁금해하는 그런 사람들 조차도 회사 내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느 기업이든 자선 사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 불필요한 인력을 둘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기엔 쓸모없는 인력이 배치되어 회사 돈을 까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모르는 그 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거나 그 자리에는 딱 그정도에 인력만 필요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 여러분이 그 인력에게 급여를 직접 주는 것이 아닌 한,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한은 없다. 무능력한 인력을 배치하고 운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그 회사의 사장이나 임원이 질 문제이다.


현재 여러분이 속한 회사 조직에 있는 모든 사람은 각기 저마다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며, 이런 가치는 등수를 매기거나 수평 비교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우리가 이러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계속 창출해낼 수 있다면, 회사에서 해고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가치는 기본적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매너를 잘 지키면서, 자신의 업무를 책임감 있게 잘 처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독일 스타트업의 경우, 한국의 회사들에 비해 근태 관리가 엄격하지 않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심하지 말고 가급적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이 그러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도움이 된다. (이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는 없다) 또한,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다른 동료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성취와 성과를 보여주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예는, 다른 팀원들의 코웍 없이 자기 혼자만 열심히 일을 하는 타입, 다른 동료의 업무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태도,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페이스 조절을 못하는 타입, 자신의 분야에 대한 꾸준한 공부와 자기 개발에 소홀한 태도 등이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신분이 불안정한 "외국인 노동자"이다. 기본적인 것만 겨우 하고 있다면, 현지인에 비해 우리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될 수 밖에 없는 불리한 입장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수동적인 태도로 회사 생활을 하기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가치를 알리고 인정 받을 필요가 있다. 필자가 계속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는 "무조건 들이대라"이다. 한국에서처럼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속담에 맞게 굳이 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면, 우선 그런 성격이나 태도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겸손" 따위는 버리고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충전시킨 다음, 약간의 과장을 더해 자신의 가치를 잘 포장하여야 하고 그에 걸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 능동적인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재미 있는 것은 "가치"있는 인재를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명마를 알아보는 사람은 적을지 모르겠지만 회사에 필요한 인재는 누구나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아무도 나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그들이 원하는 "가치"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이미 재빨리 방향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독일 뿐만 아니라 한국이든 어디든 통할 수 있는 팁을 몇가지 적어보겠다.


1. 아침에 출근할 때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대부분 아침에 출근할때나 퇴근할때 주변에 있는 동료에게만 인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장 내일부터는 아침에 출근하면 한명 한명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를 나눠라. 필자의 경우, 아침에 출근하면 같은 사무실에 있는 모든 동료들과 허그를 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아침 인사를 한다. 당일 나 자신의 컨디션이 좋던 나쁘던 피곤하든 말든, 이렇게 활기차게 아침 인사를 하고 나면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처음 할때는 어색하고 쪽팔린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상대방이 먼저 달려와서 허그를 하고 인사를 하게 된다. 특히 매일 일때문에 자주 마주치는 같은 팀 동료들보다 일부러 다른 팀 직원들과 이런 것을 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그저 인사를 나누는 사이일 뿐이지만, 이렇게라도 친해지면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구든 나서서 도와준다. 그리고, 나 자신의 존재감을 회사 전체에 각인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동료를 어느 누가 싫어할 수 있겠는가.


2.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한다

지금 다니는 독일 회사에도 항상 주어진 일만 하고, 딱히 주어진 일이 없으면 방황하는 직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직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당연히 주어진 일을 할때보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더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고, 자신이나 팀의 업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매일 아침에 15분씩 진행하는 스탠드업 미팅에는 관련된 모든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일부 엔지니어는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전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이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CS나 QA 담당 동료들과도 친해지면 그들을 통해서 고객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3. 핵심 기능 구현과 관련된 티켓을 처리한다.

일을 하다보면, 분명히 팀이 같이 일을 했는데 어렵고 중요한 일은 나 혼자 다 한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이를 아는 주변 동료들은 이런 일은 놔두고 상대적으로 쉬운 일만 맡아서 하는 다른 동료들을 욕하지만, 이런 것은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당연히 해당 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처리하고 나면 나의 실력이 그만큼 늘게 되는 것이고, 스프린트 회고 시간에 내가 만든 업적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에도 좋다. 한번은 A 개발자가 몇주동안 잡고 있다가 실패해서 다시 백로그에 올려 놓은 티켓을 가져다가 며칠 만에 해결책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잠자코 있던 B 개발자(독일인)가 미친듯이 A 개발자가 실패했던 방법으로 시도를 하던 끝에 방법을 찾았고, 거기에 내가 처리한 해결책에서 힌트를 얻어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해결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A,B 그리고 본인이 함께 해결한 셈이고, 나의 도전(!?)에 B에게 일종의 자극을 주어 최선의 결과를 만든 셈이다. 존중 받는 핵심 인력이 되고 싶다면, 고난이도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4. 동료의 코드 리뷰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자존심"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함께 코드 리뷰를 하면서 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필자의 경우, 다른 개발자들의 코멘트를 최대한 존중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을 한다. 개인적으로 빠르게 구동되는 코드를 만드는 것을 선호하고 그에 익숙하다보니, 당연히 코드를 간결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소홀한 편이다. 동료 개발자들의 의견에 따라 내가 만든 코드를 수정하다보면, 그것에 익숙해지게 되어 다음에 작성하는 코드들은 이러한 사항들을 감안하여 작성하게 되는 장점이 생긴다. 개발자 마다 스타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각자 지적하는 포인트가 틀리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다보면 생각보다 보고 배울 것이 많다. 특히 필자의 경우에는 한국에서부터 익숙치 않았던 유닛 테스트와 통합 테스트 작성을 여기에 와서 다른 동료들로부터 수시로 쪼이면서 익숙하게 되었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으니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으며 호감을 가진 상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5.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먹는다

필자가 자주 점심을 같이 먹는 동료들은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보다는 전기 기술자, 퀄리티 매니저, 프로덕트 매니저, 메카닉 엔지니어 등이고 가끔 마케팅 팀이나 IT 팀의 동료들과도 점심 식사를 한다. 다행히 본인은 딱히 가리는 음식 없이 아무 거나 잘 먹기에, 어디든 함께 가서 같이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집에서 싸온 점심을 먹을 때에도 역시 음식을 싸온 다른 동료들과 함께 각자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간혹 밥 먹으면서도 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게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에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가 모르던 회사 안팎의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채널이기도 하다. 


6. 회의 때 필요시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아직까지 영어나 독일어에 자신감이 높지 않다보니, 회의 때는 주로 들으면서 간단한 리액션만 하는 수준이지만 내가 관심이 있거나 잘알고 있는 분야에 대한 내용일 때에는 열심히 참여를 하고 있다. 누가 맞느냐 틀리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의견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고, 설령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채택되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를 다른 동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절대로 "투명인간"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된다. 특히나 토론보다는 받아 적는 식의 교육에 익숙한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7. 동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우선 필자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사람 이름을 외우는 것이 힘들고 중요하지 않은 사항은 그냥 까먹어버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고 가끔씩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다. 별것 아니더라도 동료의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거나, 동료의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 동료 저 동료에게 열심히 하고 다닌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동료이다. 항상 내가 누군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등을 말하며 상대방에게도 관심을 보인다면, 대부분의 동료들은 내가 누구인지, 회사에서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있으므로 훨씬 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근무 시간 외에도 동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회사 동료들하고 친해지는 게 뭐가 중요해? 내 일만 잘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그대여, 그대가 다른이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다른 이들 역시 그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그대의 성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를 할 수 있을까.


8. 가능하다면 꾸준히 영어나 독일어 공부를 해라

베를린에서 일하고 산다면, 사실 독일어를 공부하지 않고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 필자의 경우, 빠른 영주권 취득을 위해 1년 넘게 회사 생활과 독일어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말로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인들이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우리처럼 영어보다는 독일어가 더 편한 것은 똑같다. 따라서 회사 업무로서는 영어 사용이 기본이지만, 독일인들만 있을 경우에는 독일어 사용이 많고 밥먹으러 가거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독일어 사용 빈도가 높다. 또한 독일인 와이프가 있는 다른 외국인 동료들 역시 대부분 독일어를 어느 정도 하기 때문에, 독일어를 쓰든 영어를 쓰든 큰 부담없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부모들이 독일어를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 요즘에는 전화로 예약하는 것은 일부러 독일어로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자꾸 연습하다보니 조금 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끔 독일인들이 나의 독일어 발음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쭐해지기도 하는데, 어눌하더라도 독일어를 배우고 쓰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무래도 주변의 독일인들의 시선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도 하다.


9. 항상 대안을 만들어 두어라

"해고"를 두려워하거나 "해고" 당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으면 안된다. 현재 다니는 회사가 아무리 만족스럽고 마음에 들더라도 항상 플랜B는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당장 이직을 준비하고 있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이직을 해야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명의로 된 근로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 유효한 비자가 사라지는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시 재빨리 다른 회사에 취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독일에서의 커리어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취업은 쉽겠지만, 내가 원하는 포지션과 급여 수준을 맞춰줄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것은 금방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평소 주변 동료들에게 업무 능력을 제대로 인정을 받아놓고 있다가, 동료들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새로운 포지션을 얻는 것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엔지니어는 어느 회사에서나 환영이기 때문에, 외국인 동료들에게 신뢰를 받는 엔지니어가 되는 일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사회 생활을 어느 정도 해봤다면, 독일 회사는 해고를 쉽게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힘들것이다. 한국이야 말고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존중되지 않는 성장 지향 사회라는 것을 뼈저리게 겪어보지 않았다면 물론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요즘 시대에 걸맞지 않게 주 52시간이라는 근무 시간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일이나, 15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 않으면 근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등의 노동자를 "노예"로 바라보는 듯한 여전히 원시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사회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 보기를 바란다. 대기업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면, 미안하지만 이것은 비단 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고착되어 있는 기업 위주의 정책과 법률, 관행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기업 다닌다고 상대적인 우월감을 가지고 있고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내쳐질 수 있는 힘없는 "노동자"임에는 변함이 없다. 남보다 많은 "생계 유지비(급여)"를 받는 것이나 좋은 복지 따위에 방심하지 말고 끊임 없이 내일을 대비해야 하는 것은, 한국이나 독일, 그 어느 나라에서 노동자로 살아갈 때에는 다를바 없다. 따라서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가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을 할 것인가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날은 생각보다 길고 많지만, 지금 이 순간의 여러분에게 주어진 타이틀은 언제나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다음은 라이프치히 학생회가 배포한 "노동 매뉴얼"이다. 독일에서 일하고자 하는 분들은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http://berlinreport.com/bbs/board.php?bo_table=forum&wr_id=101518&pag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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