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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Aug 20. 2020

독일 IT 취업 : 인터뷰어 관점

회사에서 신규 개발자를 구인하는 프로세스를 지켜보고 참여한 소감 

한국에서야 "인터뷰어"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면접 보고 선발했던 경험이 넘쳐났기에, 반대로 "인터뷰이"로서 면접을 보는 입장이 되어도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을 짐작하는 것이 가능했었다. 그래서 딱히 이직이 어렵다고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지만, 독일행을 선택하면서 수많은 독일 회사들과 인터뷰를 할때에는 아쉽게도 한국에서의 풍부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었다. 이번에 퇴사하는 동료 개발자를 대신할 인력을 구인하는 과정에서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많은 상용 도구를 사용하면서 개발 프로세스와 이슈들을 관리하고, 프로젝트 운영 및 커뮤니케이션 등을 하고 있지만, 구인 프로세스까지 도구를 활용하면서 시스템화하는 경우는 자주 보지 못했었다. 현재 내가 다니는 독일 스타트업은 "Personia"라는 HR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직원 관리나 휴가/병가 관리, 출장 및 비용 처리 등 HR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모두 이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한 구인 프로세스 역시 이 Personia를 사용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도구인 것 같다. 일단 입사 지원한 구직자들의 CV나 커버레터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인터뷰 진행 상황 및 결과, 인터뷰어들의 평가, 코드 챌린지 결과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관련된 사람들이 쉽게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인터뷰어로 면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모든 프로세스는 HR에서 시작에서 HR로 끝나는 방식이고, 시작부터 끝까지 몇주가 소요되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 구인 중인 포지션은 빨라도 11월쯤이나 출근할 것을 예상하고 진행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놀랐던 사실은, 구인 공고가 올라가자 마자 전세계에서 지원이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일일이 직접 확인을 해보았는데 독일인은 한명도 없었고 대부분 이미 베를린에 거주중인 외국인이거나 독일로 오려고 하는 외국인들이 전부였다. 물론, 포지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베를린 스타트업의 시니어 엔지이너 포지션이다보니 개발 능력이 중요하기는 해도 이 정도일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2년전 단순히 구직자로써 지원을 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경쟁이 있는지, 주로 어떤 사람들이 지원을 하고 나는 어떤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하는지 잘 몰랐지만 이제는 감이 온다고나 할까. 물론 60~70%는 구인 공고에 명시된 자격 요건에 대부분 맞지 않는 CV를 보내와서 곧바로 탈락 되는 케이스였다. (이것은 한국도 비슷하다) 의외로 모든 CV나 커버레터의 형식이 저마다 달라서 딱히 어떤 것이 표준이라고 하기엔 힘들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영어는 기본이고 최소 3~4개 언어를 능통하게 하는 편이라, 보수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는 되는 것이 입사 지원시 유리하다. 또한, 이미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구직자 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라 아직 독일로 이주하지 않아서 리스크가 있는 경우보다는 유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과정에 참여하면서 지원자들의 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엔지니어가 누구이냐에 따라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독일인 동료 개발자는 상당히 원칙 주의자이고 코드의 완결성에 까다로운 사람인데, 만일 이 친구가 나의 코드 챌린지를 담당했었다면 결과는 어땠을지 뻔하다. 2년전에 여러 회사의 코드 챌린지를 하면서 유독 까다롭고 엄격하게 평가하는 회사들이 있었는데, 이것은 원래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왔던 것이 아니라면 그 기준을 맞추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다. 한국에도 드물게 이런 스타일이 있기는 하지만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즉, 이런 부분은 "운" 역시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어제 면접을 본 쥬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보이는 5년차 개발자는 23살의 러시아 청년이었다. 특이하게도 태국에서 대학을 나와서 태국 IT 업계에서 5년간 경력을 쌓았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베를린으로 옮겨올 계획이었다. 영어가 상당히 유창했고 자신감 있게 자기를 어필하는 모습에 나를 포함한 인터뷰에 참여한 모두가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사전에 이미 코드 챌린지를 진행한 상태였지만 (이전 인터뷰로 부터 8일만에 진행된) 테크니컬 인터뷰이다보니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라이브 코딩 테스트를 별도로 진행하였다. 2년전 내가 기술 면접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을 때에도 풀었던 문제였는데 (알고보니 다른 동료들도 모두 풀었던 회사의 전통 문제이라고 한다) 이때서야 비로소 긴장하고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 역시 인터뷰이가 되는 것은 누구든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지원자가 놓친 부분을 내가 지적해서 수습하여 마무리하게 하고 나름 화기 애애하게 인터뷰는 끝났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수많은 인터뷰를 보고 코드 챌린지를 했던 2년전이 다시금 생각이 나는 시간이었다. 다시 또 하라고 하면 감정적으로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일단, 독일 스타트업에 지원을 할 계획이라면 개발 경력이 충분해야 하고 라이브 코딩 테스트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전에 개발을 했었는데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가 다시 공부하고 있다면? 전공을 했었고 관련 업계에서 일을 했던 안했던 아직 자신감 있게 개발을 하지 못한다면? 오랫동안 개발을 해왔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은 잘알지만 새로운 기술 스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 대부분은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이지만,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실무 능력이 가장 우선시 되기 때문에 영어 실력 못지 않게 개발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고 봐야 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어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나 독일 스타트업은 한 사람을 뽑는데 한두달 이상을 투자하여 신중하게 선발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정말 마음에 듭니다.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세요"라는 경우는 없다. 자신이 없다면 당장 온라인 코딩 테스트 사이트에 가입하고 가능한 한 많은 문제들을 풀어볼 것을 권장한다.


추가 팁 : 당연한 것이지만 인터뷰하기 전에 회사에 대해서 궁금한 사항들에 대한 질문을 가능한 한 많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오늘 채용 관련 회의를 할 때 HR 책임자가 인터뷰시 질문이 전혀 없는 지원자는 무조건 탈락 시키라는 강력한 의견을 어필했다. 그저 독일이나 베를린에 오기 위한 발판으로써만 생각하고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가급적 필터링하겠다는 것인데, 설령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진심으로 해당 업체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음을 강조하는 것은 인터뷰이로서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다. 또하나, 이 역시 한국에서도 후배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부분인데 가급적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하고 인터뷰시에 이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 회사들은 개발자들이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게 한국 회사의 임원진은 회사일에만 전념하는 것을 원하지 별도로 무언가를 추진하는 것을 절대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드러내지 않은 것이 좋지만, 여기에서는 무조건 드러내면서 나는 업무적으로만 나의 개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나만의 토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발전하는 것을 위해 별도로 노력하고 있음을 인터뷰어에게 어필하는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지금껏 내가 경험했던 대부분의 독일 스타트업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서 프로세스를 진행하였다. 물론 회사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으며, 같은 사무실에 앉아서 주어진 시간내에 문제를 해결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 서류 전형 결과 통보

- 1차 전화/화상 인터뷰 (HR) : 회사 소개 및 포지션 안내, 간단한 질문

- 코드 챌린지 (온라인 코딩 테스트 사이트 활용 또는 문제를 이메일로 받아서 기한내에 풀어서 결과 전송하는 방식)

- 2차 온라인/오프라인 인터뷰 : 보통 기술 면접으로 실제 같이 일을 하는 동료들이 참여함

- 인터뷰 결과 통보

- 합격시 HR과 3차 인터뷰 진행 : 연봉이나 출근일 등 회사 입사와 관련된 내용 협의

- 계약서 검토 및 사인 (독일어/영어 같이 사용)

- 출근


우리 회사는 퇴사 통지 기간이 양측 모두 2개월이다. 즉, 직원이 회사를 퇴사하려고 해도 2개월 전에 미리 HR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하고, 회사에서 해고를 하려고 해도 2개월전에 미리 통보를 해야한다. 그동안 퇴사를 했던 동료들이 있기는 했지만,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것은 아니어서 잘 몰랐는데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가 바로 옆에서 퇴사를 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인수인계"를 할 것이 따로 없다는 것이 재미있다. 일단 회사에서 제공한 장비는 IT팀에서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논외라고 해도, 평소 업무를 애자일/스크럼을 통해 투명하게 진행하여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알고 있고, 필요할 때마다 이미 충분히 문서를 작성해놓은 상태라서 퇴사한다고 따로 작성할 문서가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퇴사를 하는 직원들 모두 평소 일하는 것처럼 계속 업무를 진행하다가 퇴사 하루 이틀 전에 슬슬 정리를 하는 정도랄까. 퇴사 한달 전쯤 미리 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대표가 그동안 수고했고 당신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답장을 다는 정도가 전부이다. 예전에는 누군가 퇴사를 하면 그와 친했던 동료가 돌아다니면서 돈을 모아서 선물을 사주는 것도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요즘엔 그런 분위기는 없는 것 같고 퇴사 전에 친한 동료들끼리 같이 점심 식사를 한다거나 저녁 식사를 하는 정도이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퇴사를 통지하고 2개월이나 되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아직 다음 회사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까다롭게 다음 회사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항상 퇴사 전에 이미 다음 회사를 정해놓았던 것이 기본이었던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긴 하다. ㅎㅎ 그리고, 독일인에다가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친구임에도 구직 과정이 내 예상처럼 순탄하지만은 않는 것을 보면, 구직 과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다른 팀의 2명의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가 "다시 대학교로 가서 공부를 할 계획"이라는 점도 놀라운 일이긴 하다. 그 중에 한 친구는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는데도 다시 학교를 다니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둔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이 동네 친구들에게는 흔한일인 듯하다. 또 다른 친구는 네덜란드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갈 계획이라는데 어찌보면 이런 것들도 독일 또는 유럽에 살고 있는 EU 시민권자들의 특혜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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