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금호 Jun 25. 2021

독일 공교육과 한국식 사교육의 공존

우리 아이들의 공립학교 정규 과정에서의 1년간의 생존기

2년간의 빌코멘클래스를 마친 딸내미와 아들내미는 각각 오베르슐레 10학년, 김나지움 7학년 정규 과정에 편입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딸내미는 이미 한국에서 예원학교를 졸업하여 중학교 졸업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학교 선생님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10학년에 편입된 것이고 학년말에 독일 중학교 졸업 시험을 보게 되었다. 즉, 딸내미는 한국과 독일의 중학교 졸업장을 모두 가진 셈이다. ㅎㅎ 그리고 아들내미가 김나지움 7학년에 편입되었다고 해서 계속 다닐수 있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의 성적을 바탕으로 평가를 해서 기준 이하이면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다행히 코로나 사태 때문에 원격수업으로 인한 전체적인 학력 저하 문제로 인해서, 한학년 더 기회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정 수준의 학력 수준이 못되면 나중에 짤리게 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공교육에서는 독일어 능력이 제일 큰 걸림돌

정규 과정에 편입되고나서야 비로소 왜 빌코멘클래스 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시고, 원한다면 빌코멘클래스를 좀더 다니게 해주시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17세와 12세에 독일에 온 우리 아이들에게 "독일어"는 여전히 가장 큰 어려움이다. 2년간 빌코멘클래스를 다녔고 아들내미의 경우 독일인 독일어 과외 선생님도 있었지만 그정도로는 당연하게도 역부족이었다. 아들내미가 김나지움 정규 과정에서 한학기를 마쳤을때,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두터운 우편물을 받아보았는데, 거기에는 독일어, 영어를 비롯한 각 과목의 선생님들이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적혀있었다. 수학의 경우 이미 학기 중에 한국인 과외 선생님을 찾아서 과외를 받고 있었고, 독일어는 여전히 독일인 선생님께 과외를 받고 있었는데 독일어, 영어, 생물, 지리 등의 과목이 특히나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독일어와 영어의 경우, 문법부터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탄탄한 기반이 없는 것이 문제였는데, 부랴부랴 한국인 독일어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을 구해서 과외를 시작했다. 생물과 지리는 기존의 수학 과외 선생님이 추가로 지도해주시기로 해서 남은 한 학기 동안은 말그대로 한국식 사교육으로 커버를 해보기로 한 셈이다.


딸내미의 경우엔, 아들내미에 비해 독일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BTS를 좋아하는 친한 독일인 친구가 있어서 나름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았고, 대학 입시를 위해 독일어 자격증을 위해 훔볼트 온라인 강의를 들은지 1년이 넘었는데 수업 시간 중에 말하기와 듣기, 읽기와 쓰기 모두 나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훔볼트 온라인 강의의 각 모듈 후반에 진행되는 테스트를 치르기만 하면 문법에선 항상 좋지 않은 점수가 나왔다. 그래서, 독일어 문법만 보완하기 위해 역시 과외 선생님을 찾았는데, 과외 선생님의 테스트 결과 전체적으로 독일어를 괜찮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운적이 없다보니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능력에 비해서 기초적인 문법 실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흔한 경우는 아니다보니 학습 방법이 조금 달라져야하겠지만,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결국 딸내미의 독일어 문법 수업도 아들내미의 독일어 과외 선생님이 같이 맡아주시기로 했다. ㅎㅎ 낯선 독일에 처음 왔을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이 독일어를 잘못함에도 굉장히 눈치 빠르게 상황에 적응하면서 지금껏 버텨온 셈이라, 처음부터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점은 안타까웠다. 역시 사교육은 한국식이 최고인것인가.


한국어 덕분에 제2 외국어 면제 가능

아들내미가 김나지움 입학전부터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고 들었지만, 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일단은 제2외국어로 라틴어 수업을 선택했다. 독일어와 영어도 따라가기 힘든 아들내미 입장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라틴어"는 쉬운 과목이 아니었을 것이다. 빌코멘클래스 선생님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하면 라틴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이미 했었지만, 일단은 한번 해보기로 했었는데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어느날 아들내미의 라틴어 선생님이 이메일을 내게 보내왔는데, 요지는 아들내미의 경우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증명이 있으면 라틴어를 면제받을 수 있으니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독일에 올때 한국에서 떼어온 아들내미의 초등학교 생활 기록부를 떠올렸고, 그것을 서류 번역 및 공증을 해주시는 전문가분께 의뢰를 해서 모두 독일어로 번역 및 공증을 해서 제출했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승인되었다는 결과를 받아보게 되었고, 이후부터는 아예 라틴어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한과목이 빠지면서 성적 부담이 줄게 되었으니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독일 학교의 선생님들은 다들 왜 이리 먼저 도움을 주려고 난리인지.


독일 학교 성적표는 시험 점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규 과정을 한한기 마치고 받은 성적표를 보고 꽤나 놀란 것은, 과목마다 평가하는 기준이 20가지를 훌쩍 넘길 정도로 다양하고 상세하다는 점이다. 중요한 시험이나 쪽지 시험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다른 항목들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으면 전체적인 평가 점수가 낮아질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애초에 내성적인 성격인데다가 시험만이라도 잘 보는게 목표인 아들내미 입장에서는 불리할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수업 시간에 손도 많이 들고 선생님들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독일에 와서 나름 많이 성격이 바뀐것 같아 대견스럽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에서와 비교를 하면 아들내미는 꽤 많이 성격이 바뀌었고, 독일 아이들에 비하면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건 원래 하루 아침에 바뀔수 있는것이 아니지 않는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으면 선생님들의 책임이다

어느날 저녁 집사람과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좀이따가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올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운동하고 있는 내내 전화가 오지 않아서 혹시 샤워하고 있을때 오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나 옷을 다벗고 씻으러 가려는 그 순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이 영어 담당이라 영어로 통화를 할수 있었는데, 아들내미의 영어 시험 성적이 확실히 이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점을 칭찬했다. 물론 이것을 위해서 영어 과외 선생님이 많은 노력을 하신 결과이지만, 노력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워낙 아들내미가 "샤이"한 성격이다보니 "액티비티"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고, 현재 다니는 김나지움에서는 좀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아들내미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것이 한계가 있으니 도움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왔다. 처음에 아들내미를 통해서 담임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때만 해도, 성적이 안좋으니 쫒아내려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독일의 중등과정까지는 학생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선생님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충 수업과 같은 추가적인 도움을 더 주려고 하는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내미가 이전에 답변을 했던 것처럼 현재 나름 최선을 다해서 학업 성취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나중에 다른 학교로 어쩔수 옮겨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때까지는 할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담임 선생님 역시 자기도 거기에 동의하며 지금의 그러한 노력은 행여 다른 학교를 가게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타월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상태에서 무려 30분을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 전화를 끊고나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독일에 온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아들내미와 마주 앉아서 선생님과의 통화 내용을 전달해주면서, 다음 학년에 올라가면 현재까지의 해왔던 방식이나 성격에 대해서는 모두 잊어버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의도적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바꿔보고 친구들과도 더욱 친하게 지내면서 시험 점수 뿐만 아니라 "액티비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고 말했다. 다행히 아들내미도 그렇게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만, 어떨런지는 모르겠다. ㅎㅎ


학생에 대한 학교 선생님들이 관심이 지나치다

중학교 졸업 시험이 끝난 딸내미는 방학때까지 적지 않는 여유 시간이 생겼는데, 중학교 졸업 시험 이후부터는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다음 진로에 대해서 상담을 하기 시작한 듯했다. 너무 늦은 나이에 독일에 온 딸내미의 경우, 현재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아비투어를 준비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을 한 교장 선생님은, 제한적인 조건의 대학교로 진학을 할수 있지만 아비투어보다 좀더 준비하기 쉬운 파흐아비투어(Fachabitur)를 준비하는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Fachabitur를 볼수 있는 디자인 직업 학교 2곳을 추천해주었는데, 그중에 한곳에 지원을 해서 오늘 환영회를 다녀왔다. Fachabitur를 보면 현재 지원하고 있는 미술 대학에도 지원할 수 있다고 하니 (솔직히 100% 맞는 말인지는 모름) 영재 전형으로 입시를 치뤄보다가 안되면, Fachabitur를 보고 그것으로 미술 대학을 진학하기로 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부모인 우리와는 상관없이, 학교 교장선생님과 딸내미가 상담을 여러차례 하면서 알아서 진행을 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들내미가 초등학교때에도 교장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김나지움 진학을 추진해주셨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음악을 즐기게 만드는 교육

아들내미는 한국에서 5살때부터 첼로를 시작했었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라 레슨을 계속 받아오기는 했지만, 자기가 스스로 즐기면서 연주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 독일에 왔을때, 프로 첼니스트로부터 레슨을 받았지만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만 두었고, 김나지움 정규 과정에 편입되서부터 음악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로부터 첼로 레슨을 받았는데 이때부터 큰 변화가 생겼다. 쉽지 않은 곡들을 배움에도 불구하고, 첼로 연습을 스스로 하면서 (물론 바이올린을 전공할 뻔한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음악적인 성취를 맛보는 모습은 처음으로 목격하게 되었다. 자기 첼로가 있는 아들내미는 악기를 빌려서 수업을 받는 다른 아이들처럼 월 30유로의 수업료를 내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에 학교에서 코로나로 학교에 들어오는 기부금이 줄어서 부득이하게 75유로 (한국돈 10만원)을 내달라는 안내문이 왔다. 1년간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제대로 첼로 레슨을 받았는데 겨우 10만원만 내면 된다니. 다음 학년에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으니 선생님께 문의해달라고 나에게 요청을 하고, 혹시라도 나중에 김나지움에서 짤리면 음악을 가르키는 학교로 옮기고 싶다는 것이 아닌가. 아들내미는 독일에 와서 최소한 "연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독일에서 한국식 사교육

현재 아들내미는 3명의 한국인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5과목의 과외를 하고 있다. 덕분에 거의 일주일 내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과외 수업을 받고 있고, 주말에도 수업이 있다. 딸내미는 미술대학교 입시를 위한 마페 수업, 독일어 자격증 취득을 위한 훔볼트 독일어 온라인 수업 (현재 B2.2 모듈 수강중), 그리고 독일어 문법을 위한 과외를 하고 있다. 한국 같으면 최소 월 400~500만원 정도의 사교육비가 나가야 하는 셈이지만, 여기에서는 절반도 안되는 사교육비가 나간다. 물론 독일인 기준으로는 그것도 상당히 많은 비용일수 있겠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만족스럽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한국의 과외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들에 비하면 실력 또한 훨씬 더 낫다고 평가하고 있다. 어떨때는 이정도 과외비에 이런 사교육을 시킬수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라고나 할까. 솔직히 한국에서는 늘 사교육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여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예로, 아들내미의 영어 과외 선생님은 앞서 언급한 담임 선생님(영어선생님)과 직접 컨택을 해서 학교 수업이나 시험에 관련된 자료를 직접 받아서 과외 수업을 할 정도이다. 그리고 학년의 마지막 영어 시험을 앞두고는 수업 간격을 평소보다 더 짧게 바꾸고 필요하면 수업 시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아들내미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꽤나 신경을 써주었다. 또한, 내가 담임선생님과 통화하기 며칠전에 이미 담임선생님과 아들내미의 영어 성적과 진로에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들내미의 영어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칭찬을 들었다며 신나서 우리에게 메일을 보낸 것을 보고는 이런 선생님들로부터 배우는 아들내미는 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김나지움 유학 선배로써 항상 아들내미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수학 과외 선생님이나, 노련하게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탄탄하게 만들어주시는 독일어 과외 선생님 또한 늘 감사드릴 뿐이다.


-------


우리 아이들의 독일 공교육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도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고,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있는 과정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도전이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우리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신경써주는 훌륭한 학교 선생님들이 있고,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좋은 과외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인생을 사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무한 점수 경쟁 교육 시스템"이 아닌, 자기 미래에 대한 준비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안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사소한 실패와 좌절이 계속 닥치겠지만, 부디 슬기롭게 이겨내고 꾸준히 작은 성취를 차근차근 이뤄가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독일 IT 취업 : 다시 운동 라이프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