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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May 04. 2022

코로나 시대에 베트남 여행하기

급하게 업무차 1주일간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독일에서 베트남을 가는 것은 한국에서 베트남을 가는 것에 비해 꽤나 멀고 험난한 여정이다. 한국에서는 직항 항공기를 타고 4시간 반정도 가면 하노이에 도착할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최소 1~2번을 경유해야 하고 16~19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나 이번처럼 처음에는 하노이로 갔다가, 돌아올때는 호치민에서 출발을 하게 되는 일정일 경우에는 더더욱 복잡해질수 밖에 없다. 일반적인 왕복 항공권 구매가 아닌데다가 불과 일주일전에 급하게 결정되어 서둘러 항공권 예약을 해야했기 때문에, 하나의 항공사에서 다구간 항공권을 구매해야 했고 덕분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타 항공사에 비해 좀더 비싼 "카타르 항공"을 통해 항공권을 예약하게 되었다. 갈때는 베를린-도하-하노이 약 16시간, 올때는 호치민-도하-뮌헨-베를린 약 19시간 걸리는 여정이 된 것이다. 일주인간 체류하는 것이라 비자를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되었고 (14일까지 무비자 체류 가능) 로밍은 한국폰(SKT)에서 1주일에 3GB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신청해서 여행 기간 내내 잘 사용했다.


작년에 한창 코로나 때문에 방역이 심했던 시기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한국의 번거로운 입국 절차에 대해서 다룬적이 있었는데, 이번 베트남 방문시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출국 당일 체크인할때, 항공사 직원이 베트남 입국을 위해서는 온라인 방역 신고와 베트남 방역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핸드폰으로 해당 사이트에 접속을 해서 수많은 항목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백신 접종 증명서와 코로나 테스트 음성 결과서를 모두 업로드해야 했다. 처음에는 하노이 공항의 정식 이름을 몰라서 구글링해서 찾아야 했고, 숙박하게된 숙소의 정보를 일일이 찾아서 입력하는 등의 일이 익숙치 않아서 꽤나 힘들었다. 한번은 기껏 입력한 것이 모두 날라가서 처음 부터 다시 입력을 해야 했는데, 체크인 창구 옆에서 무려 한시간 넘게 해당 사이트와 씨름을 하다가 접수 완료 페이지를 보여주고 체크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방역 앱의 경우에는 해당 시점에 이미 베트남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체크인 프로토콜이다보니 어쩔수 없이 설치한 다음 확인만 시켜주고 삭제했다. 하노이 공항에서 도착했을때, 온라인 방역 접수 완료시 표시되는 QR 코드만 스캔을 하면 무사 통과가 되는데 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이 도착한 어느 외국인 가족은 꽤나 낭패인듯 했다.



처음 하노이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인구 밀집도가 훨씬 적은 독일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꽤나 낯설게 느껴졌고, 습도가 거의 없는 독일 기후와 달리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한 날씨 덕분에 도착하고부터 바로 지치기 시작했다. 하노이는 남쪽에 있는 호치민(사이공)과 달리 내륙쪽이다보니 더 덥다고 하는데, 갈아입을 옷을 충분하게 준비해가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익히 알고 있듯 베트남의 도로는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얽혀서 다니고 역주행에 무단횡단이 난무하지만 나름의 룰이 있기 때문에 적응하면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처음엔 경악을 했고 길을 건널 엄두가 나지 않았음)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식당에서 파리를 쫒아가며 처음 먹은 음식은 "분짜"였다. 한국이나 독일에서도 자주 먹었던 음식이었는데, 생긴것은 독일의 분짜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맛은 정확하게 그대로 닯았다. TV에서만 보던 베트남 식당이었는데 확실히 위생 개념은 다소 차이가 있었음에도 다행히도 음식을 먹고 탈은 나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실내나 실외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독일에선 이제 실내 마스크 착용도 거의 강제 되지 않음)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연 때문에 코로나 이전부터 마스크는 필수였다고 한다.


저녁에는 근처 Beer street을 일행들과 같이 찾아 갔는데, 한국의 먹자 골목처럼 빽빽이 들어선 술집들이 많았다. 이들 가게들이 도로를 차츰 막아가면서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고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면서 손님을 받았다. 중간에 경찰이 순찰을 도니 얼른 길위에 세팅해놓은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는 것도 재미 있었고, 불법 주차 되어 있던 아니던 상관없이 경찰들이 몇대의 오토바이를 압수해서 끌고 가는 모습에 황당하기도 했다. 경찰들이 사라진 이후에는 한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공간만 남기고 길위를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손님들이 꽉꽉 채워버렸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술을 섞어서 마시기 보다는 맥주를 즐겨마시는 것 같았고, 주로 얼음을 채워 넣은 잔에 맥주를 따라 마셨다. 처음엔 그냥 병맥주를 마시다가 나중에는 나 역시 얼음을 넣은 잔에 맥주를 따라 마셨는데 왜 그렇게 마시는지 이해가 되었다. 요즘은 싱가포르 맥주인 "타이거" 맥주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타이거 맥주를 마신다. 나도 독일의 단골 베트남 식당에 가면 타이거 맥주를 마시곤 했는데, 베트남 맥주가 아니라 싱가포르 맥주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노이에서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호치민으로 베트남 국내 항공기를 타고 이동했는데 거리가 무려 1200~1300km나 떨어져 있고 비행기로 2시간이나 걸린다는 것에 놀랐다. 내륙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와 같은 대중 교통 인프라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보니, 베트남에선 오히려 항공 교통이 발달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국내 항공기의 기내 모습은 기차나 고속버스처럼 느껴졌고, 비행하는 2시간 내내 울어대는 아이들과 소리치는 어른들이 북적거리는 시장통 같아서 오히려 재미있었다. 호치민 공항은 시내에 위치해서 숙소로 이동하기가 편했는데, 확실히 하노이에 비하면 호치민이 훨씬 더 세련되고 발전한 도시라는 것이 금방 느껴졌다. 특히 우리 숙소 (랜드마크2)는 마치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한국의 어느 동네를 온것과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게다가 좋은 해산물을 재료로 만든 일식이나 한식 식당들이 많아서, 한국 사람들이 한국식으로 먹고 즐기기에도 좋은 동네인것 같다. 현지 한국인 동료들이 추천하는 식당이 너무나 많아서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는 오히려 제대로 즐기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라고나 할까. 독일에선 먹는 것이 불가능한 싱싱한 조개구이라던지, 제대로된 한국식 중국 음식, 한국보다 더 맛있다는 족발과 곱창 등도 있고, 오리지널 중국이나 대만, 싱가폴 음식 등도 맛볼 수 있어서 오히려 베트남 음식은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여행 기간 내내 "택시"가 주된 이동 수단이었는데, 한국에 비해 택시가 잘잡히고 그랩은 물론 일반 택시인 비나선이나 마이린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랩 앱에 한국 카드가 등록이 안되어 대부분 일반 택시를 이용했는데, 요금도 싸고 친절해서 낯선 나라에서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호텔 직원과 친해져서 그 친구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이동도 해보았는데, 난생 처음 오토바이를 타본 것이라 무섭긴 했지만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확실히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숙소 근처에 외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Beer Street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왔는데, 지난 2년간 막혀있던 외국인들의 여행이 얼마전에 풀렸기 때문인지 서양인 관광객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호텔 직원도 무려 2년만에 나와서 마시는 맥주라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호텔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갔다. 도로에 비싼 외제차들도 많이 보이고, 한국 못지 않은 비싼 가격의 식당에 손님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개발이 많이 된 지역의 경우에는 한국 못지 않게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비가 조금 왔다 싶으니까 배수가 안되어 도로가 물에 금방 잠겨버리는 모습을 보면 극과 극인 면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이미 지는해가 되어버린 일본이나 현재 한참 피크에 오른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20세기말의 한국처럼 한창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사회 전체가 어수선하지만 나름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고, 특히 내가 만났던 IT 업계의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굉장히 의욕적이었다. 덕분에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 베트남의 열정적인 인재들과 함께 일을 해볼 기회도 있을 것 같아서 무척 기대가 되기도 한다. 더불어서 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을 좋아하는지도 조금 알게 된 것 같고, 나 역시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보니 한국이나 베트남에서의 삶을 좋아한다면, 독일에서의 삶은 상대적으로 지루해보일 수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독일로 귀국하기 위해 전날 코로나 테스트를 기껏 진행했는데, 독일은 백신 접종 증명만 있으면 항공권 체크인이 되었다. 격리 면제 신청 웹사이트에서도 "베트남"는 위험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나왔다.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코로나 테스트를 했음에도 필요없다니, 독일이나 EU는 이제 완전히 코로나 시대를 끝낸 것 같다. 그렇다면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음성인지 양성인지도 모른다는것이 아닌가. 호치민 공항에서 남은 베트남동으로 면세품이나 살까 했는데, 경유지인 도하에서 반입 불가라고 해서 베트남동을 달러로 바꾸어야 했다. 호치민 공항에서 환전한 꼬깃꼬깃한 달러로 도하 공항 면세점에서 계산을 하려고 하니 조금 찟어진 5달러 짜리 지폐 한장은 못쓴단다. ㅎㅎ 그래서 해당 5달러 지폐를 뮌헨 면세점에서 사용을 해봤는데 역시나 아무 문제 없이 지불 가능했다. 19시간의 경유 및 비행을 마치고 심신이 피곤한 상태에서 도착한 베를린 공항에서는 세관 직원이 짐 찾아 나가는 나를 붙잡아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냄새나는 빨랫감 속까지 꼼꼼히 뒤졌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한 세관 직원에게는 정말 미안할뿐이다.



카타르 항공은 유럽에서 터키를 거쳐서 도하로 가기 때문에, 가고 올때 이처럼 흑해 연안을 지나게 된다. 전쟁 때문에 연일 뉴스에 나오는 우크라이나의 익숙한 지명들을 지도에서 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20세기 사람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가득해보였던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역병과 전쟁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왠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아무쪼록 빠른 시일내에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종료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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