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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Mar 31. 2022

적응 안되는 이상한 독일의 시스템

4개월만에 집주인 회사가 요청한 수리를 끝내준 기념으로 올리는 글

나는 4년간의 독일 생활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 없이 살고 있다. 아니 대부분 한국에서 살때보다 만족스럽게 살고 있고, 오히려 불필요한 지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 경제적으로도 꽤나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는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요상한 일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1. 독일 인터넷 문제


독일에 오자마자 집앞 대형 쇼핑몰에 있는 O2 매장에서 4개의 프리페이드 유심을 사고, 인터넷을 신청해서 2년 넘게 쯤 썼을때 지나치게 자주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전까지는 가끔 연결이 끊겼다가 다시 연결되고는 했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루에도 몇차례씩 끊겼다가 다시 연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때마침 코로나로 재택 근무와 재택 수업을 한창 하던 시기라 그 불편함은 도가 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해 O2 인터넷 장애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O2는 앱을 통한 자가 진단 및 자가 조치를 유도하기만 하고, 유선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연락이 거의 불가능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안되서 회사 동료에게 부탁을 해봤는데, 이 친구도 이건 말도 안된다며 혀를 찰 장도였다.


이번 기회에 인터넷 업체를 바꾸는게 낫다고 판단해서, 회사 동료의 추천을 받아 1&1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10개월 무료 이벤트를 하는 것으로 신청을 했다. 기존 인터넷 업체를 내가 직접 해지 하지 않고 1&1이 승계 업무를 하도록 하면 자동으로 전환될수 있다고 하니 그또한 다행이었다. 다만 기존 계약에 따라 1년마다 자동 연장되었기에 해당 계약이 만료되는 3년째가 되는 날 전환될 것이라고 해서, 몇개월을 더 참으며 버텨야했다. 드디어 새로운 인터넷 회사로 바뀌었을때 얼마나 기뻤는지. 그리고 11개월이 지난 얼마전 무료 기간이 끝나고 인터넷 사용료를 내기 시작한 무렵부터, 새로 바꾼 인터넷 역시 예전보다 빈번하게 장애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1&1은 O2와 달리 곧바로 연결해서 통화할수 있는 핫라인이 있어서, 전화를 해서 문제를 설명하니 곧 자기 동료가 연락을 할거란다. 그러나 예상한대로 그 동료라는 사람에게서 아직까지 연락은 없다.


2. 독일 전기회사 문제


독일에서는 사용자가 특정 전기회사와 직접 계약을 해서 전기를 사용하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1년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에 대해서 미리 계약을 하고 매월 동일한 요금을 지불하고, 1년후 실제 사용한 만큼에 대해서 정산을 하는 방식이다. 더 냈으면 차액을 돌려받고 덜 냈으면 차액을 더 내야하고, 실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다음 1년간의 전기 사용료를 재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첫해에는 월 18만원씩 내다가 다음해에는 절반으로 줄여서 내게 되었었다. 와이프의 말에 따르면 독일의 전기세는 한국에 비해 2배 정도에 해당되며, 그나마 에어컨 사용을 하지 않아서 얼추 비슷한 비용을 내는 것 같다고 한다. 독일 오기 전에는 독일 전기세가 그렇게 비싸다고 들어서 잔뜩 위축되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막상 살아보니 그럭저럭 감당할만 하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작년말, 전기 회사로부터 갑자기 사업 종료 및 계약 해지 우편을 받았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지역 전기회사와 일정기간 동안 자동 계약이 체결되어서 당분간은 문제가 없지만, 어쨌든 새로 계약할 전기회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전기값 비교 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세를 보장하는 전기회사를 찾아서 계약 신청을 했다. 비교 사이트에 나온 전기회사들을 보니 어떤 에너지를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어서 서비스하느냐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었다. 일단 가장 저렴한 회사에 신청을 하고 나니, 며칠후 우편하나가 왔다. 내가 계약 신청을 했던 그 회사가 이전 전기회사의 계약을 넘겨받아 당분간 전기를 공급하게 되었다고. 그런데 내가 그 회사에 계약을 신청했던 셈이라 계속 전기를 공급하게 되는건지, 아니면 나중에 다시 신청을 해야하는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당분간은 알고 샆지도 않고 ㅠㅠ


3. 독일 집주인 회사 문제


예전에도 언급했듯이 현재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주인은 전문 임대 사업자인 회사였다. 역시 작년 말쯤 집주인 회사로부터 집주인이 다른 전문 임대 사업자로 변경될 것이라는 우편을 받았다. 얼마후에는 새로운 집주인으로부터 또다른 우편물을 받았는데, 본인들은 전문적인 임대 사업자로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이전 집주인 회사의 경우, 이메일로 연락을 하면 회신은 빠른 편이었지만 그에 따른 후속 조치는 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가 아닌 일반 집주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괜찮을 수 있겠지만 신속하게 조치 될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새 집주인 회사는 세입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신경을 쓴다니 기대가 안될수가 없었다.


그래서 작년 12월 중순쯤 그동안 미뤘던 몇가지 문제들을 적어서 이메일을 보냈다. (마루 문의 유리창이 바람때문에 깨진것, 세탁기 고무패킹이 찟어져 물이 새는것, 하이쭝 하나가 제대로 동작 안하는것, 샤워기 관련 문제, 창 밑에 곰팡이 생긴 문제) 12월말이 되어도 회신 조차 없어서 한번 더 메일을 보냈으나 역시나 감감 무소식. 연말 연초엔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서 1월에 한번 더 이메일을 보냈으나 역시나 회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전 집주인 회사를 참조로 해서 "아니 세번이나 이메일을 보냈는데 어떻게 한번도 회신이 없냐"고 따지듯이 메일을 보냈더니, 별다른 회신 없이 며칠후 유리 업체에서 방문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와서 창틀 사이즈를 재고 며칠후 유리를 맞춰와서 달아주고는 가버렸다.


나머지는 언제 조치하겠다는 연락도 없었는데, 세탁기 문제는 마냥 기다릴수도 없고 가전제품의 경우엔 우리가 직접 처리해야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A/S를 신청해서 처리했다. 세탁기를 고친 다음 얼마 지나서야 비로소 또다른 작업자가 연락을 해와서 세탁기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며 하이쭝과 샤워기를 고치러 오겠단다. 그래서 온 작업자는 샤워기의 경우 집주인 회사 쪽과 통화를 하며 사이즈를 잘못 알려줘서 작은것을 사왔다며 싸우는 듯 했다. 그러더니 나중에 다시 와서 처리해주겠다며 문제 있는 하이쭝만 조치하고 돌아갔다. 그날 오후엔 다른 작업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창밑에 곰팡이를 긁어내고 페인트칠을 다시해주고 갔다. 하이쭝이 만족스럽게 고쳐지지 않은 것은 그렇다쳐도 샤워기 작업을 하다말고 가놓고 (새로 사온 사이즈 작은 것도 남겨놓고) 2주가 넘게 연락이 없어서 다시 사진을 찍어 집주인 회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후 2주쯤 지났을까 사전 예고 없이 또다른 작업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오늘 점심때쯤 방문해도 되냐고 묻는다. 문제 없다니 시원하게 생긴 훤칠한 독일인 아저씨가 와서 기존 상황을 파악하고 맞는 길이의 샤워기를 새로 사서 30분 후에 다시 오겠단다. 그리고 다시 와서 뚝딱거리더니 드디어 마무리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약 4개월에 걸쳐서 내가 요청했던 수리 작업이 모두 끝난것이다. 이것을 위해 총 4명의 작업자가 방문해서 각자 한가지씩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갔다. 써놓고 보니 꽤나 답답하고 짜증나는 상황처럼 보이는데, 실제론 생각날때마다 메일 보내고 계속 까먹고 있었기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와서 고칠것이니 말이다. ㅎㅎ 고객 만족은 개뿔~


4. 아파트 외장 공사 문제


우리가 독일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때 부터 맞은편 건물의 아파트는 약 3년간 외장 보수 공사 및 증축 공사를 했었다. 덕분에 여유가 많았던 거주자 주차장 공간이 적지 않게 줄어들어 조금 불편해졌었다. 무려 3년간이나 공사가 지속되는 것을 지켜 보면서 꽤나 황당해했었는데 우리 아파트쪽도 약 1.5년전부터 반대편에서부터 외장 공사가 시작되는 것을 보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외장 공사 구간이 우리집 쪽으로 옮겨오기 시작했고 결국 작년말부터는 우리집을 포함한 마지막 구간에 빽빽하게 외장 공사를 위한 구조물이 설치되었다. 일단 한국에 비해 안전을 위해서 튼튼하게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나 위험하게 서두르며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우리집쪽 구간은 왜인지 다른 구역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서 꽤나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몇개월간을 지켜보았는데 도대체 언제 일을 하고 언제 일을 안하는 것인지 종잡을수가 없었다. (매일 일하는 것이 아님) 우리가 보기에 날이 좋은날은 일을 안하고 날이 안좋은 날에만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어떤 때는 너무 열심히 일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대층대충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헷갈린다. 아무튼 집 바로 밖에 3~4개월간 구조물이 설치되고 사람들이 수시로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는 통에 모든 창의 커튼을 내려 놓아야했고, 날씨가 좋아도 구조물 사이로 경치를 감상해야하는 불편함이 계속되었다. 어떤 날은 화상회의를 하는데 시종일관 벽을 뚫는 소리가 울렸고, 또다른 날엔 외출하고 왔더니 진동으로 큰 창문 위쪽에 크랙이 생겨서 페인트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기도 했다. (이것도 사진찍어놓은걸 집주인 화사에 보내고 수리해달래야 한다)



그렇게 몇개월을 버티고 났더니 드디어 어제 오늘 외벽에 설치된 구조물들을 철거하는게 아닌가. 드디어 커튼을 걷고 마음껏 좋은 날씨와 풍경을 다시 즐길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튼 독일에서는 살고 있는 집 건물에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긴장할 필요가 있는것 같다. 외벽 공사 때문에 창틀에 생긴 실금을 수리하는 것은 또 얼마나 걸려서 처리 될지 기대된다. 과연 우리는 이런 것들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개인 주택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그저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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