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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Dec 09. 2020

독일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일들

이번에는 어이없고 황당했던 일에 대해 알아봅시다

크리스마스 연휴을 위해서 독일 정부나 주정부들은 훨씬 타이트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매년 12월이 되면 한달내내 시끌벅적하게 열리던 크리스마스 축제들도 모두 취소되었고, 독일 내에 다른 가족이 없으니 독일인들처럼 연말연시 가족/친구들과의 만남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회사는 다음주까지 일하면 2주간의 연말연초 휴가가 시작되니 (애들 겨울 방학도 같이 시작함) 또다시 조용히 집에서 자중하면서 지내야하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독일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황당한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어느샌가 흐지부지된 지하주차장 신청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이 있고, 최신식(!?)인 자동개폐식 셔터문이 있다. 아파트 주민이 아니어도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듯한데, 우리의 경우 거주자 주차권 (2년 30유로)이 있고 생각보다 편해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었다. 2019년 12월에 차량을 바꾸면서 급하게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을 해서, 일단 거주자 주차권 신청을 인터넷으로 했고 그와 동시에 지하주차장 신청을 했다. 이때 내가 간과한 것은 이동네는 연말연초에는 대부분 일들을 안한다는 사실이었고, 진행 프로세스가 느리다는 점이었다. 지하주차장 신청은 접수되었지만, 해당 담당자가 휴가중이라 복귀하면 연락을 주겠다는 회신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1년이 되는 지금까지 연락은 없었다. ㅎㅎㅎ 다행히 1주일 정도 후에 약속이 잡힌 거주자 주차권 발급이 순조롭게 끝나서 더이상 지하 주차장은 필요없게 되었지만, 한달에 150유로 (약 20만원)을 내면서 지하 주차장을 사용하겠다는데도 잊혀진 나의 "지하주차장 신청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가끔 지하주차장 청소 때문에 차량을 빼라는 공지를 볼때마다 이 일이 다시 생각날 뿐이다.


2. 근 1년만에 완료된 집수리 작업

2019년 여름에 한국을 다녀온 다음, 윗집의 수도관이 세는 문제가 발생을 했는지 우리집 다용도실로 물이 쏟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관련된 부분을 사진 찍어서 집주인 회사에 이메일을 보냈고, 곧 수리기사가 와서 윗집의 수도관 문제는 빠르게 해결을 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천장의 균열이 보이는 문제는 일단 물이 마르고 수도관이 제대로 고쳐졌는지 확인이 되면 다시 와서 메우고 페인트칠을 해주겠다고 했다. 얼마후 다시 찾아와서 수도관은 더이상 문제 없는 것 같다면 이로 인해 발생한 곳들의 사진을 찍고 곧 다시 와서 조치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감감 무소식이 되고 말았다.


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이 문제를 잊고 있었는데, 균열이 있는 곳의 페인트 색이 바래면서 곰팡이까지 피는 것 같아서 다시 사진을 찍어서 요청을 해야 했다. 몇개월만에 다시 찾아온 수리기사는 전형적인 독일인 아저씨였고, 곰팡이가 핀 곳에 대해서 긁어내고 메운다음 페인트칠까지 깔끔하게 처리했지만 딱 거기까지만 이었다. 좀 시간이 지나서인지 수도관 새는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군데의 천장 모서리마다 균열이 있는 곳이 있었는데, 이것은 자기 담당이 아니라며 다른 사람이 와서 작업을 할 것이라고 하고 홀연히 떠나갔다. 참고로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와서 일을 하는 것을 무척 선호한다. 대부분 약속을 오전 8시, 8시반쯤에 잡으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또다른 작업자가 엇그제와 어제 이틀간 와서 마무리 작업을 했고, 드디어 끝나게 되었다. 이번에 온 작업자는 덩치가 크고 젊은 사람이었는데, 우리가 독일어를 알아듣든 말든 신나게 독일어로 떠들어대는 성격 좋은 사람이었다. (나와 집사람은 필사적으로 알아듣기 위해 노력을 해야했음) 첫날은 일단 크랙이 있는 곳을 시멘트(?) 같은 것으로 메우는 작업과 간단하게 실리콘으로 메우고 마무리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작업, 다음날 페인트 칠을 위한 준비작업 등을  한두시간 한다음, 양해를 얻고 대부분의 장비는 놓아두고 다음날 다시 왔다. 전날 메운 곳을 전동 그라인더 같은 것으로 매끄럽게 다듬고 해당 벽 전체를 2~3시간에 걸쳐서 페인트 칠을 다시했다. 결과적으로는 기대보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만들어졌지만, 전체 마무리까지 1년 정도 걸린셈이다. ㅎㅎㅎ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 사람들이 일을 하는 방식을 보면 작업자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일을 할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3. 누락된 독일어 시험 신청

이것은 어제 발생한 일이다. 한달전쯤 딸내미의 독일어 B1 시험을 예약했었고 입금 확인 메일까지 받았었는데, 지난 월요일에 오기로한 시험 안내 메일을 받지 못했었다. 그래서 어제 시험 안내 메일을 받지 못했다고 메일을 보냈더니, 포워딩을 해주기는 했는데 이 과정에서 딸내미의 시험 신청이 누락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는지 미안하다면서 오늘 시험을 보러 오지 않는 응시자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시험을 치를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8일후에 시험을 볼수 있다는 것이다. (TELC측에 신청을 하면 8일후에 가능하다고 함)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화가 나는 일이라 우린 잘못한게 없고 학교를 일부러 빠지면서 보는 시험이라 무조건 시험을 봐야한다고 컴플레인을 했다. 그랬더니, 책임자가 답장으로 정말 미안하지만 어떻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평소 시험때마다 결원은 항상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결원 한명이 생기기를 자기들도 간절히 기도한다고 보내왔다. ㅎㅎㅎㅎㅎ 황당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었는데, 솔직히 웃을수 밖에 없었다. 자기들도 결원이 생기도록 finger crossed를 한다는데, 거기다 대고 더이상 화를 내기도 힘들었다.



평소 도움을 많이 주시는 통역사분께서도 주고 받은 메일 내용을 보고는 "워낙 유연성없는 사회 + 사람들"이라 별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씀을 하셔서, 일단 오늘 가서 대기했다가 결원이 생기면 시험을 보고 아니면 12월 17일에 신청하기로 했다. 정확히 오전 9시부터 접수 시작이라 추운날씨에 집사람과 딸내미가 시험장 앞에서 다른 응시자들처럼 대기를 하고 있는데, 일부러 이름을 불러서 안에서 쇼파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단다. 독일 생활에서 처음으로 보는 VIP 대우였다. ㅎㅎㅎ (자기들이 잘못한게 있어서인지 정말 예외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접수가 시작되었는데, 중간쯤 결원이 확인되었는지 자기들끼리 협의를 하더니 오늘 시험을 볼 수 있다면서, 앉아서(!!)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다른 응시자들은 다들 추위에 떨면서 밖에서 기다렸다가 한명씩 들어와서 서서 작성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ㅎㅎㅎ) 결과적으로 예정대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되었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헤프닝이 벌어졌는데 이런 일이 독일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게 황당하기는 하다. 아마도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운이 좋았었는지도 모르겠다. 


4. 석달이 걸리는 차량사고 보험 처리

지난주에 첫출근하는 동료를 환영하기 위해 회사에 출근을 했었다. 이전처럼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갈까하다가 조금 편하게 다녀오자고 차를 몰고 출근했다. 그리고 늘 세우는 곳에다 주차를 해놨는데, 큰 화물차를 운전하던 25세의 젊은 친구가 후진을 하다가 주차된 내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독일인 회사 동료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회사 차량의 보험 정보를 운전자가 모른다는 것이었고, 또한 그의 상사와 전화 통화가 안된다는 것이다. 주차된 차를 받은 것이니 당연히 내 보험사는 개입할 이유가 없었고 (이것은 한국과 동일), 상대방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해야 하는데 상대방 보험 정보를 알아내는게 힘들다는게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독일인 동료들에게 경찰을 불러야하는가 하고 물었더니, 이 상황에서는 그건 좀 오버를 하는 것이라고 해서 안했는데 말이다. (상대방 운전자의 운전면허증과 차량등록증만 사진으로 찍어둔 상태)



다음날까지 가해 차량의 책임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던 독일인 동료가 연락이 계속 안되니 내 보험사에 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받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왔다. 독일에 와서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인이라고 해서 모든 경우에 대해 나보다 잘알고 있거나 경험이 있다고 믿으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딱 그렇다. 그래서 일단 구글링을 해서 독일에서 차량 사고가 났을 때의 대처법을 찾아보니, 상대방 차량 번호만 알면 해당 보험사를 알려주는 연락처가 있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나의 짧은 독일어 실력에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안된다고 판단한 담당자분이 우연찮게 영어로 이야기를 해서 다행히 영어로 상황 설명을 하고 상대방 보험사가 알리안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고에 대한 처리는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설픈 독일어로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는데 친절한 상담자들 덕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다음 고비는 "전화"로 알리안츠에 사고 접수를 해야하는데, 경험상 이런 경우 영어를 할줄 하는 상담사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단 알리안츠에 전화를 해서 사고 접수를 하는 번호를 누르는 것이 첫번째 관문이었고, 그것을 통과한 다음에는 독일어로 사고 접수를 하는 것이 두번째 관문이었다. 2~3차례 전화를 걸어서 음성 안내를 들어보니 차량 관련 보험 선택, 신규 차량 사고 접수 순으로 누르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해서 연결된 상담사에게 일단 독일어로 사고 접수를 원한다고 이야기하고, 미안하지만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냐고 물었다. 첫번째 상담사는 영어는 못하지만 영어를 할수 있는 사람이 연락하게 해준다고 해서 내 연락처를 알려주었는데 잘못 알려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다시 전화를 걸어야 했다. 두번째 상담사는 영어할수 있냐고 묻는 순간 끊어버렸고 (ㅋㅋㅋㅋ), 세번째 상담사가 약간 당황해하면서 영어로 사고 접수를 도와주었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식 발음의 독일어/영어를 사용하면서 전화로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 번호판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상담사분은 고맙게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확하게 확인을 해가면서 모든 정보를 입력하였고, 이해가 안되는 것은 이해가 될때까지 반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주었다. 겨우겨우 신고 접수를 마치고 서로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을때의 그 기분이란.


몇분후, SMS로 보험 접수 번호를 받았고 며칠후에는 우편으로 접수 내용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수리 견적서를 받아서 사고 사진과 함께 보험사에 이메일로 보내야하기 때문에, 차량을 구입한 딜러에게 접수해줄 수 있는지 이메일로 요청을 했다. 내 독일어 실력으로는 수리 견적 요청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아우토하우스 직원들은 대게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다. 해당 딜러는 안좋은 일이 발생했다면서 담당자에게 전달했으니 곧 연락이 갈것이라고 회신이 왔다. 다음날까지 연락이 없어서 다시 메일로 문의하니 저녁때쯤 전화가 왔다. 수리 견적을 위해서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 이거 금방 끝날일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다음주 목요일 오전에 약속을 잡았다. 한국에서는 사고가 나도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서 "수리 견적서"를 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이 자기들과 계약된 수리업체에서 수리하도록 강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수리 견적서를 받아서 제출하면 보험사에서 검토하고 승인하는 방식인 듯하다. 내 경우에는 수리를 원한다고 알리안츠에 이야기하기는 했는데, 그냥 돈으로 받고 알아서 수리하는 경우도 가능한 것 같다.


회사의 다른 독일인 동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도 9월에 접촉 사고가 있었는데 (상대방 과실) 12월인 이제서야 돈을 받았다고 한다. 즉, 보험 처리가 최소 3개월은 걸린다는 이야기이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처리해야 할 듯하다. 드디어 내일 수리 견적서를 받기 위해 아우토하우스에 방문하게 되니 이후 진행 상황에 계속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점 빼고는 진행되는 과정은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편이다. 한국 보험사들의 양아치 같은 사고 담당자들의 행태나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보험사들의 보험 처리 과정과 결과를 적지않게 경험했던 입장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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