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저마다 장단점이 있고, 사람마다 그러한 장단점이 맞을수도 있고 안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천국같은 독일 생활이라고 칭찬할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지옥같은 독일 생활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글은 지난번 글을 쓸때 다뤄야지 생각 했다가 까맣게 잊어버리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빼먹게 되어 추가하는 글이다. 우리 가족이 독일에서 겪었던 황당했던 일들을 추가적으로 살펴보자.
회사 건물의 주차장이 꽉 차서 주차할 곳이 없으면, 길 가운데에 있는 유료 주차장을 가끔 이용한다. 어느날은 회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유료주차장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견인차가 조심조심 어떤 차량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보는 일반적인 견인차 말고 통째로 들어 올려서 싣고가는 방식의 견인차) 그래서 속으로 "아하, 주차비를 안내서 견인하나보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내차가 주차된 위치로 갔는데, 내 차가 없는 것이 아닌가? 순간 정말 황당해서 내가 주차한 곳이 맞는지 몇번을 다시 확인을 해봤는지만 내가 주차한 곳이 분명했다. 그제서야 견인되던 차처럼 내차도 견인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창 견인작업을 하고 있는 경찰중 한명에게 물었다. 내 차가 "폭스바겐" "샤란"인데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 맞은편 길가에 옮겨놓았다고 알려주었다. (이 동네에서는 차량 번호를 굳이 말하지 않고 브랜드명이나 차종을 말하기만 해도 되는 경우가 있다. 동일한 차량이 비슷한 위치에 있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량의 종류가 꽤나 다양하다) 대로 가운데에 있는 유료 주차장이다보니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가로수들의 정리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주차된 차량들을 이동시켜야 했는데, 독일에는 차량에 소유자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다보니 일일이 연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처럼 경찰 입회하에 견인차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만일 내가 다른 차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내 차를 어떻게 찾았을지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 차에 연락처가 없기 때문에, 독일에서 주차할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절대로 주차장 출입구과 같은 곳을 막고 주차하면 안된다. 여기서는 아무리 주차할 곳이 없어도, 주차가 가능한 공간임에도 차량 출입구는 반드시 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날 아침,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원격으로 아침 회의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찾아와서 벨을 눌렀다. 집사람이 나가보니 건장한 (정말 이동네는 덩치들이 좋다) 경찰관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집사람이 무슨일인가 하고 걱정을 하는데 경찰관은 우리 차량이 "폭스바겐"이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차량의 번호를 묻지 않고 브랜드명만 물었다. 이것은 마치 한국에서 당신차가 현대차냐고 묻는 셈이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니 차를 옮겨야 한다고 해서 영문도 모른채 집사람은 경찰관을 따라 내려갔다. 거주자 주차장에 가보니 그날 진행되는 공사 때문에 우리 차를 세워두었던 라인의 모든 차를 차주인들이 빼고 있더란다. 물론 공사 업체에서 미리 사전 공지를 해서 특정 구역에 주차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날은 사전에 공지가 안된 상황이었다. 위의 사례와 같이 역시나 차량에는 연락처가 따로 없으니 공사 업체에서 경찰에 의뢰(!?)해서 차량의 소유자를 찾은 다음, 경찰관이 직접 집을 일일이 찾아가서 차를 옮기라고 알리고 있는 것이다. ㅎㅎㅎ 아침부터 덩치 좋은 경찰관이 집을 찾아와서 긴장할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겨우 공사 때문에 차를 옮겨야 해서라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부터는 아침부터 경찰관이 집에 찾아와도 긴장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독일 경찰관들에게는 이런 일은 일상적인 업무 중에 하나인듯하고, 이런 것을 보면 번거롭고 비용이 드는 일임에도 차에 개인 정보를 남기지 않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인 것 같다. 실제 한국에서 가끔 차에 남겨놓은 연락처를 악용해서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선택의 문제라고 보인다.
2020년 연말에 집사람은 늘 하던대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김치와 한국 식재료를 주문을 했다. 지난 2년간 늘 그랬듯이 하루이틀이면 도착할줄 알았던 택배가 그 다음주에도 계속 배송이 늦어진다는 메일만 왔을 뿐 감감 무소식이었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했지만, 날이 갈수록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음식물을 택배로 보낸 것이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계속된 배송 지연에 걱정이 된 집사람은 이웃인 터키인 친구(독일어를 우리보다 잘함)에게 부탁을 해서 전화까지 해봤지만 곧 배달될꺼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여전히 배송은 계속 딜레이 되었다. 12월 초에 주문을 했던 김치는 결국 12월 말이 지나서 "배송 사고"가 났다는 최종 연락을 받았다. 거의 한달 내내 택배만 기다리고 있다가 허탈하게도 배송 사고라니.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택배사에서 배상해줄 것이라고 했는데, 그로부터 한달쯤 지난 2월초에 결제 취소/환불 처리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독일에서는 택배가 왔을때 집에 없어서 받지 못하면 꽤나 번거로워지기 때문에 (물론 우리처럼 앞집, 윗집 택배를 받아주기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택배가 오는날이면 하루종일 택배를 기다려야 했던 불편을 무릅쓰고 한동안 잘 이용해왔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집사람은 왠만하면 집근처 아시안 마트를 이용하거나 김치의 경우에는 샬로텐버그에 있는 좀더 큰 아시안 마트를 이용하고 있다. 집에 한달만 김치가 없어도 김치 먹고 싶다고 하는 딸내미 때문에 말이다. ^^
2020년말쯤 건물 출입문에 공지사항이 하나 붙었다. 나중에 번역기를 돌려볼 생각으로 사진을 찍어두기만 했다가, 생각나서 번역기를 돌려보니 우리 아파트 단지에 공급되는 수도물에서 특정 항목이 기준치보다 높에 검출되었다는 심각한 내용이었다. 깜짝 놀라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수도물 사용에 크게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이웃인 터키인 친구(위에서 언급된 그친구)에게 알렸고, 무엇이든 극성스럽고 집요하게 해치우는 성격인 그녀는 집주인 회사는 물론 지역 게준트하이트암트(Gesundheitsamt:저소득층을 대상으로한 보건소?)는 물론 자기가 아는 2명의 의사들에게까지 연락하여 문제가 없는지 조치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문제가 해결될때까지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서 치밀하게 알아보면서 우리에게 계속 상황을 공유해주었다. 결론적으로 집주인 회사나 공공기관에서는 현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이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는 상황이라는 답변만 오고 있고, 의사들은 가급적 수도물을 끓이지 않은 상태에서 마시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늘 하던대로 마트에서 사오는 생수를 좀더 많이 사오거나, 정수만 해서 사용하던 수도물은 끓인 다음 식혀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가장 번거로운 것은 양치질할때인데, 끓여서 식힌 물로 양치를 하고 있다. (가끔 까먹고 수도물로 그냥 양치할때도 있다 ㅠㅠ) 공지가 나온 초반에는 단지 주민들 중 일부가 ZOOM으로 이 문제 때문에 모임을 가지는 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별다른 공지나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이들도 우리보다 나은 대책은 없는 듯하다. 아마도 한국 같았으면 벌써 난리가 나고 눈에 보이는 움직임들이 있었을텐데, 생각보다 이 단지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은 조용해 보인다. 아마도 언젠가는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그것이 빠른 시일내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황당한 상황이다.
이외도 독일 관련 커뮤니티에 가보면 별의별 황당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무엇이든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미리 알고 감안을 한 상태에서 당하게 되면 그 강도가 현저히 약해진다. 아무쪼록 독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이민이나 취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사전에 충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한국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면서 현재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일들에 대해서도 알아두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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