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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n 13. 2022

독일에서 코로나에 확진되면?

지난 3주간 온가족이 순차적으로 코로나에 확진되었습니다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주위에 왠만한 사람들(독일, 한국을 막론하고)은 코로나에 확진되는 경우가 흔하게 보이다보니, 우리 가족도 조만간 코로나에 노출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김나지움 다니는 아들내미가 가장 먼저 코로나 양성 결과가 나왔다. 학교에서도 체육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계속 마스크를 하고 있었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체육 시간이나 배구 클럽에서 운동을 할때 감염이 된 것으로 보인다. 화요일에 몸이 안좋아서 크랑크를 내고 하루 쉬었는데, 그다음날 혹시나 해서 집에 있던 자가검진 키트로 테스트를 해보니 양성이 나온 것이다. 학교에 전화를 하니 무조건 10일간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음성이 나오면 다시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 딸내미는 음성이었지만 학교 선생님이 일단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해서 학교에 가지 않고 Krankschreibung만 집근처 의사를 방문해서 받아왔다. 드디어 올것이 왔기에, 집에서 사용할 자가검진키트를 20세트 구입(나중에 10세트 더 구입)하고 코와 목 통증에 사용할 약과 아스피린 컴플렉스를 충분히 구비해놓았다.



몸이 아픈 아들내미를 밤새 간호하던 와이프가 다음 차례였고, 방에만 쳐박혀서 알아서 자가 격리를 잘 하고 있던 딸내미가 그 다음이었다. 다행히(!?) 2주간은 나를 제외한 가족들만 양성이 나와서, 장보기나 외부에 나가서 해야하는 일들, 음식 준비와 설겆이 등은 내가 처리할 수 있었다. 세사람은 3차까지 백신을 맞았을때도 그랬던것처럼 며칠간 열이 심하게 나면서 고생을 해서 열을 내리게 하기 위해 얼음 물수건을 해주거나 세끼 잘챙겨 먹이며 약도 열심히 복용 시켜야 했다. 일주일쯤 지난 월요일에는 셋다 모두 아파서, 독일 회사 입사후 처음으로 "Sick day (child)"를 내보았다. 그동안 가끔 병가(Sick day)를 써오긴 했지만, 아픈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병가는 처음 내보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병가는 2일까지는 진단서(Krankschreibung)이 없어도 되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병가는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다는게 아닌가.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내 "병가"를 내고 하루 쉬면서 가족들을 돌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ㅎㅎ



회사 HR 직원이 온라인 의사 검진을 받으면 디지털 진단서나 우편으로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줘서, 평소 병원 예약이나 백신 예약을 위해서 유용하게 써왔던 "Doctolib"으로 온라인 검진 예약을 잡아 보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는데, 2일 후인 수요일에나 예약이 잡혀서 딸내미 친구가 알려주었다는 TeleClinic 앱도 설치해서 따로 예약을 잡아보았다. 이 앱의 경우 온라인 진료를 받고 싶은 시간대를 정해서 신청하면, 해당 시간에 검진이 가능한 의사가 약속을 잡는 방식인듯 했다. 다음날 화요일 오전에 신청을 했는데, 오전 8시에 의사와 약속이 잡혔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8시가 넘었는데도 해당 의사와 연결이 안되어서 서비스 운영자에게 문의를 해봤는데 의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한단다. ㅎㅎ 더이상 신뢰가 가지 않아서 Doctolib으로 이미 수요일에 약속을 잡은 의사에게 온라인 진료를 받기로 했다. 예약 당일 딸내미가 먼저 의사와 온라인 진료를 받았다. 첫 진료이기 때문에 TK 보험 카드를 카메라에 보여주고, 의사가 TK 카드 번호를 받아적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주부터 코로나 확진이 되어 Krankschreibung이 필요하다고 하니 온라인 진료시에는 최대 3일짜리 진단서만 써줄수 있다고 한다. 30분 후에는 아들내미가 역시 같은 의사에게 온라인 진료를 받았는데, 아이들이 독일어를 잘하니 어렵지 않게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아이들의 진단서를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고, 그것을 스캔한 것을 회사 HR 담당에게 메일로 보내고 원본은 나중에 아이들이 학교에 복귀했을때 가져가도록 했다.



독일은 빠른 검사도 더이상 무료가 아닌데, 베를린의 경우에는 여전히 무료로 검사를 해주는 듯했다. 딸내미와 나의 경우에는 자가검진키트로 처음 양성이 나왔을때, 집앞 단골(!?) 사설 테스트센터에서 빠른 검사를 받고 양성임을 확인한 후, 곧바로 무료 PCR 검사를 받았다. 이전에 돈을 내고 받았던 PCR 검사는 오전에 검사 하면 저녁에 결과가 나왔는데, 무료 PCR 검사는 3일후에나 결과가 나오는것이 달랐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PCR 양성 결과가 나오면, 결과 나온 다음날쯤 거주지의 Bezirksamt(구청?)에서 보낸 자가격리에 대한 안내문을 우편을 받아보게 된다. 확진이 확인된 날 포함 10일간 집에서 격리를 해야하며, 빠른 검사나 PCR 테스트로 음성이 나오면 조기 격리 해제가 가능하다. 그리고 자가 격리 규정을 어기는 경우 강제로 격리를 시킬수도 있다고 한다. 내 경우엔 버틸만큼 버티다가 금요일에 확진이 되어 금요일과 그 다음주 화요일 (월요일은 휴일) 2일 병가를 내서 총 5일간 연속으로 충분히 쉴수 있었다. 수요일에는 아이들처럼 역시 온라인 진료를 받고 Krankschreibung을 신청했기에 원한다면 최소 3일간은 더쉴수 있었으나, 다른 가족들과 달리 열이 나지도 않고 목을 제외하고는 크게 아픈 곳이 없어서 다시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아 부담이 적으니)



코로나에 확진이 되어 정말 꼼짝없이 집에만 갇혀 있어야 되었을때, 무척 도움이 된 것이 바로 "펠로톤" 바이크였다. 날씨가 좋은 날에도 집에만 쳐박혀 있어야 하는 고통 속에서, 그나마 펠로톤 바이크로 45분짜리 클래스를 따라서 운동을 하면서 땀이라도 흘리게 되면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확진후 5일쯤 이후부터는 매일 아침마다 자가검진키트로 검사하면서 음성이 나오기만을 고대했는데, 드디어 목요일, 금요일 이틀간 연속으로 음성이 나왔고 아팠던 목도 많이 나아져서 다행히 주말부터는 다시 외출을 할수 있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순차적으로 코로나에 확진되었던 지난 3주 동안 약 28개의 자가검진키트를 이용해서 수시로 체크를 해보았는데, 자가검진키트(빠른테스트)를 이용한 1차 확인 및 PCR 테스트를 이용한 최종 확인 프로세스는 충분히 신뢰할만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온 가족이 일찌감치 부스터샷까지 맞았기에 큰 문제 없이 이 정도로 넘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고, 완치후 3개월 후에 4차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니 가을쯤에는 온가족이 4차 백신을 맞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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