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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n 24. 2022

독일 김나지움 프로베짜이트 통과

아들내미가 김나지움에서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1살에 독일에 온 아들내미는 현재 김나지움 8학년을 거의 마쳤다. 2주만 있으면 방학이기 때문에, 조만간 프로베짜이트를 통과한 것인지 아니면 다음 학년부터는 다른 학교로 가야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던 차이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 온 아들내미가 담임 선생님이 슬쩍 다음과 같은 정보를 흘려주었단다. "어제 학교 선생님들이 회의를 했고, 프로베짜이트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전화로 통보를 했다"라고. 즉, 우리는 어제 그런 전화를 받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는 프로베짜이트를 통과한 셈이 된 것이다. 통역이모와 함께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따로 잡아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더이상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베를린 미술대학에 합격한 딸내미에 이어, 아들내미도 계속 김나지움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올해 우리 가족의 중요한 목표는 모두 달성한 셈이라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원래 지금 다니는 김나지움의 프로베짜이트는 1년이었는데, 코로나 시기가 겹침으로 인해 2년으로 늘어났고 덕분에 충분히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나지움 7학년으로 처음 들어가서 한학기 동안은 어떤식으로 공부를 해야하는지 몰라서 겨울 방학 직전에 대부분의 과목 선생님들로부터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빽빽하게 적혀있는 두터운 평가서를 받았었다. 그때 부터 부랴부랴 한국인 독일어/수학/영어 선생님을 구해서 8학년 1학기까지 거의 1년간 매일매일 학교 수업과 더불어 타이트한 과외를 하면서 다른 학생들을 따라 잡기 위해서 고생을 해야했다. 다행히, 수학 과목이 타 과목에 비해 좋은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자신감을 조금씩 얻기 시작해서 현재는 영어와 독일어까지 이전에 비하면 아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과목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2년간 스스로도 느낄수 있을만큼 꾸준히 성적 향상이 있었기에 더이상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지금은 수학과 영어만 과외를 하고 있는데, 특히 수학은 반에서 1~2등을 다투는 친구가 있어서 놓으면 안된다며 알아서 챙기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학교에서 첼로 레슨만을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성인 연주자들의 공연에 학교 대표로 참여해서 몇곡 연주를 하기도 했고 얼마전에는 학교 연주회에서 플룻을 연주하는 11학년 12학년생들과 함께 합주를 하기도 했다. 5살때부터 12살때까지는 어쩔수 없이 첼로를 배워왔다면, 지금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스스로 즐기면서 연주를 하게된 것도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연습을 하거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엄마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매주 목요일 마다 레슨을 받기위해, 하얀색 커다란 첼로 하드 케이스를 매고 학교에 등교하는 것도 (비록 엄마가 자동차로 학교 앞까지 데려다 주기는 하지만) 나름 폼이 나는 일이라, 우쭐대며 즐기는 듯하다. ㅎㅎ 



처음 독일에 와서는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검도 도장을 다녔었는데, 집에서 도장이 워낙 멀기도 했고 기대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1년 정도 다니다가 그만뒀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내게 근처 "배구 클럽"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배구 클럽에 가입하고 싶다고 하는게 아닌가? 나중에 들은 바로는 학교 친구가 아들내미를 붙잡고 너는 왜 운동을 따로 하지 않느냐, 독일에서는 클럽 활동을 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는 식으로 잔소리를 한듯하다. 덕분에 배구 클럽을 다니게 된 아들내미는 생각보다 배구라는 종목이 자신에게 맞는 운동임을 깨닫게 되었고, 지금은 매주 2회씩 열심히 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한번은 심각하게 자신이 나중에 배구 선수가 되는 것은 어떠냐고 학교 선생님이나 엄마에게 물어보기도 할 정도로 무척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학교 체육 시간과 배구 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는데, 개인적으로 솔직히 아이들에게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시키는 독일의 문화가 무척 마음에 든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체력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듯이, 약 30여년전 중학생이었던 나는 미국의 과학 고등학교 기사를 과학 잡지에서 보고 미국 유학의 꿈을 꾼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들내미가 다니는 김나지움이 바로 그때 보았던 그 미국의 학교처럼 생겨서 첫 방문 시에 아들내미보다 더 설레이기도 했었다. 어찌보면 내가 중학교때 못 이루었던 꿈을 지금 나의 아들내미는 하나하나 착실하게 이루고 있는 것이라,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 현실이 된 셈이기도 하다. 여러 채널을 통해서 들어보면 독일의 공교육 시스템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4년 넘게 두아이를 독일 학교에 보내서 공교육을 시켜본 경험으로 보면 솔직히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우리 아이들이 지금과 같은 성취를 이룰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애초에 어렸을 때부터 한국식 공부 방식에 훈련되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공부에만 매진하도록 키우지 않았고, 우리 아이들 또한 공부에 특별한 재능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관심도 없었기에 아마도 수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우리 가족을 괴롭혔을 것이다.


여전히 자신이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매일매일 바뀌는 아들내미의 최신 버전은 다음과 같다. 자기는 나중에 커서 미국 뉴욕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고 싶고, 그것을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하기 때문에 독일에서 수입이 가장 높은 직업을 선택하겠다고. 저번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게임 회사에 다니고 싶다더니. 아들내미의 꿈은 아마도 계속 바뀌겠지만, 계속 한국에서 살고 있었다면 과연 아들내미의 꿈은 무엇이었을지 짐작도 하지 못하겠다. 며칠전에는 미용실 예약을 하며 머리를 짧게 자르려다가 갑자기 그냥 계속 긴 머리를 고수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우리 부부를 웃게 만들었다. "머리를 기르면 다른반에 여자애들이 내 이름을 물어보러 와. 머리가 짧을때는 안그런데." 다행히도 사춘기 15세의 김나지움 8학년 아들내미는 나름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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