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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n 18. 2020

독일 김나지움 "정보 이벤트"의 날

아들내미가 가을부터 베를린 김나지움 7학년 정규 과정을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전 집에서 가까운 김나지움의 "빌코멘 클래스"로 배정받아서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외국인 자녀가 독일 공립학교를 다니려면 빌코멘 클래스를 2년 수료를 해야하는데, 이번 학기를 끝으로 딸내미와 아들내미 모두 빌코멘 클래스를 무사히 마치고 다음 학기부터는 정규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극성에 월반을 했던 아들내미는 원래 나이에 얼추 맞게 7학년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시작할 수 있지만, 딸내미의 경우에는 10학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으로 편입되기 때문에 원래 나이보다는 2~3년이 늦어지게 된 셈이다. 어차피 독일에 올 때 이미 독일어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다만, 아들내미에 비해 아비투어를 준비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걸리기는 하는데, 13학년까지 있는 오베르슐레(Oberschule)를 다니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미술가로 활동하시는 선생님과 아비투어를 보지 않고 마페로만 지원할 수 있는 미술 대학의 입시 준비도 작년부터 병행해 오고 있으며, 올해 말 내년 초쯤에 첫번째 도전을 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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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빌코멘 클래스"가 끝났다고 해도 같은 학교에 계속 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전에 학교에서 다음 학기부터 어떤 학교를 다니고 싶은지 써내는 신청서를 가져왔었다. 당연히 지금 다니는 김나지움을 1순위로 신청을 했고, 다행히도 같은 김나지움의 7학년으로 편입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는 학기가 끝나기 일주일 전쯤인 오늘 저녁에 "정보 이벤트 (Informationsveranstaltung)"의 날을 연다고 해서, 부랴부랴 우리 아이들의 "독일어 잘하는 이모" 역할을 톡톡히 해주시는 통역사분과 약속을 잡았다. 안내문에 코로나 때문에 인원수 제한이 있다고 해서, 선생님께 여쭤보니 학생을 포함하여 딱 3명까지만 허용이 된다고 전화가 왔다. 독일어 전화 통화는 주로 내 몫인데, 아들내미의 빌코멘 클래스 선생님은 나의 어눌한 독일어 실력이 항상 재미 있는 듯하다. 딸내미와 아들내미 선생님들과는 주로 이메일을 이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데, 다들 그렇듯 피드백이 빠르고 친절하게 도와주어서 항상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인스턴트 메신저 사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런면에서는 아주 마음에 든다.


더불어서 7학년에서 필요한 서적 목록을 이메일로 수신을 했다. 거기에는 당연히 독일어 책과 수학 책, 그리고 프랑스어 책과 영어 책 등 총 6권이 들어 있었다. 일단 월요일에 집 앞 대형 쇼핑몰에 있는 서점에 가서 주문을 해서 수요일에 수령을 하고 약 12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아무래도 수학은 한국보다 쉽다고 하니 큰 걱정은 되지 않고, 독일어도 2년 반 동안 빌코멘 클래스를 다녔고 1년 반 가까이 개인 과외까지 한 상태라 약간은 자신감이 있는 듯했다. 일단 영어의 경우에는 2년전에 내가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구입했던 온라인 과정의 기초 강의들을 먼저 들으라고 했고, 학교 수업 수준에 따라 어떻게 하면 될지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난생 처음 배울 "프랑스어"였다. 이제 겨우 독일어에 익숙해져서 겨우 따라갈 수준인데 여기에 영어와 프랑스어라니. 물론, 여기 사람들처럼 독일어/영어/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를 잘하게 되면 본인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나쁘지는 않겠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서둘러 프랑스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선생님을 찾아야 했다. 당연히 회사의 프랑스인 동료에게 왓츠앱으로 물어보았고, 오지랖 넓은 프랑스인 동료는 프랑스에 있는 여동생에게 부탁해서 신속하게 프랑스어 선생님을 찾아주었다. 유럽에 산다는 것은, 그리고 다양한 국적을 가진 동료들과 일을 한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확실히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금 독일인 독일어 선생님도 그렇지만 원어민 선생님에게 이렇게 저렴한 금액에 언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큰 특혜이기도 하다. 물론 일주일에 두번 독일어 과외, 한두번의 프랑스어 과외를 받아야하는 아들내미 입장에서는 특혜가 아닐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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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5살때부터 첼로를 배워온 아들내미가 7~8학년 동안 오케스트라에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전문적인 첼니스트가 되지는 않더라도 첼로는 계속 취미로써 연주했으면 한다. 작년에 오케스트라 첼니스트인 독일어 선생님께 첼로도 레슨을 같이 받았었는데, 덕분에 좋은 첼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었다. 다만 프로페셔널 첼니스트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내성적인 아들내미가 첼로 레슨은 결국 그만 두었지만, 나중에 김나지움에 가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자고 이야기 했었기 때문이다. 뭐든 자기가 즐기면서 행복하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좋고,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연주해 왔기에 다소의 자신감이 있어서 학교 오케스트라 활동이 제격일 것이다. 본인은 대학교 때 생애 첫번째 아르바이트비를 받아서 산 기타를 배워서 연주해보려고 했다가 실패를 했었지만, 악기 하나 쯤은 다룰 줄 아는 것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음악 활동은 인근 Musicschule와 협력하여 운영하며 최대 월 30유로만 지불하면 된다.


정보 이벤트에는 3명까지만 참석해도 된다고 해서 아들내미와 집사람, 그리고 통역사님이 가기로 했다. 이벤트 내내 아주 중요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소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통역사님과 같이 가기를 잘한 것 같다. 모든 김나지움이 그러하듯 12학년 이후 아비투어가 목표이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에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정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학교 운영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투명성 있는 학교 조직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홈 스쿨링을 위한 준비를 부탁했고 홈 스쿨링을 위한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해당 서비스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도 이용 가능하고 부모들도 자녀의 학습 진행 상황이나 과제 정보 등을 확인 가능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 후원회를 운영하는데, 학교 프로젝트의 재정 후원을 학부모들에게 받는다는 것이다. 학교 후원은 소액도 가능하고 홈페이지에서 후원금 사용 행사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기회가 없었는데, 기회되면 우리도 얼마라도 후원을 해야겠다. 행사에 참석한 집사람과 통역사님은 선생님들이 털털하고 열의가 있는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7학년의 반은 총 4개인데, 프랑스어와 라틴어 선택에 따라서 반을 나눈다고 한다. 이공계를 가려면 라틴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대부분은 프랑스어를 선택한다고 한다. 라틴어를 모두 선택한 학생들로 이루어진 아들내미 반은 총 32명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자면 라틴어 선택은 이과, 프랑스어 선택은 문과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한참전에 이미 우리가 "라틴어"를 선택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마침 아들내미는 건축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해서 라틴어가 맞기는 한데, 난처한 문제는 이것을 까먹고 그새 이미 프랑스어 선생님을 구했다는 것이다. ㅎㅎ 프랑스어 책을 환불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기껏 구한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취소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성격이 급하고 추진력이 좋은 것이 이럴 때는 썩 좋은 것은 아닌듯. 10학년까지 배우는 라틴어의 경우 다들 처음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라틴어 선생님은 좀 두고 보다가 아들내미가 필요하다면 구해야겠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여름 방학이 끝나면, 아이들에게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오게된 첫번째 이유가 아이들의 교육이었기 때문에, 일단 아이들이 여기까지 잘해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스스로 잘 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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