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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n 12. 2019

독일 김나지움 입학 허가 떨어지다

오래전에 내가 바로 이런 학교를 다니고 싶었었다.

https://brunch.co.kr/@nashorn74/65


지난 1월 초, 아들내미가 다니는 그룬트슐레(초등학교)의 한국인 음악 선생님과 진학 관련 상담을 가졌다. 독일의 공립학교 관련된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다보니, 통역 없이 선생님과 직접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원래 한국에서 4학년을 마치고 왔던 아들내미는 학교 교장 선생님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독일 공립학교에 입학한지 반년도 안되어서(작년 가을학기부터) 6학년 과정으로 넘어 갔다. 처음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있게 학교를 다니게 할 생각이었으나, 극성스러운 선생님들 덕분에 본의 아니게 월반을 하게 된 셈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수줍음이 많은 성격의 아들내미가 잘 적응을 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연초부터 독일어 개인 과외를 시작하면서 지금은 독일어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붙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했던 첼로 레슨과 검도 수련을 다시 시작함으로써 원래의 흐름을 되찾은 듯 해서 다소 안도를 하고 있다.


진학 상담할 때, 음악 선생님은 집 근처의 몇몇 학교를 추천해주셨는데, 그중에 이 지역에서 역사가 오래된 김나지움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내미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한번 김나지움에 지원을 해보고 안되면 교육청에서 가라는대로 가는게 어떨지 의견을 제시했다. 선생님은 해당 김나지움과 한두 학교에 대해서 진학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기로 했는데, 해당 김나지움에도 Willkomment Klasse가 있어서 가능할 것 같고 1월 25일 오후 5시부터 3시간동안 학교를 구경할 수 있는 행사가 있으니 꼭 가보라고 연락을 주었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보니 매년 김나지움 진학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서 둘러보는 행사를 열고 있는 것 같아서 통역사분과 약속을 잡았다.



드디어, 김나지움의 오픈 데이가 되었고 차를 몰고 찾아 갔다. 아니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과 차들이 몰려온 듯 주차 자리를 쉽게 찾지 못해서 고생을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학교에 들어서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북적거리고 있다. 입학 희망자들이 많은 것을 보니 독일도 교육에 대한 관심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주최측에서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물론 재학생 학부모들까지 참여해서 안내는 물론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등 마치 대학교 축제를 방불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요란벅적한 행사일줄 모르고 간 우리들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방문자들을 위해서 피켓을 들고 학교 전체를 안내하는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따라 나섰다. 우리를 안내하는 여학생은 지금껏 들었던 어느 누구보다도 명확하고 깔끔한 독일어를 구사해서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학교 건물 구석 구석을 돌면서 설명을 해주고 질문에 답도 해주었다.



이렇게 학교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니, 불현듯 30년 전에 나의 꿈이 생각이 났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던 중학생의 필자는 우연히 월간 과학이라는 잡지에서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공부에는 흥미를 잃기 시작하고 여전히 컴퓨터에만 몰두하고 있던 나에게 그 기사는 커다란 꿈을 꾸게 만들어주었다. 당시엔 나도 저런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상황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었기에 그저 꿈으로만 남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이 40이 넘어서 김나지움 투어를 하다보니 그 때 그 기사에서 느꼈던 그런 감동이 몰려왔다. 내가 다니고 싶었던 학교가 바로 이런 곳이었다. 정작 이 학교를 다니게될지 모르는 아들내미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만일 내가 대신할 수 있다면 내가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ㅎㅎ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Willkomment Klasse 교실도 있어서 거기에 있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도 했고, 나눠주는 안내 서류에 학교 오케스트라 신청서도 있어서 반가웠다.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5살때부터 첼로를 시작했기에 김나지움에 가서도 오케스트라에 들어서 첼로를 연주할 수 있다면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 모르는 학교였지만, 막상 직접 가보니 아들내미가 꼭 이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어를 이제 겨우 배우는 입장에서 나름 빡세게 공부를 시키는 김나지움을 6년 다니고 아비투어를 보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 과정 또한 아들내미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익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행복한 학창 생활을 마음껏 만끽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천천히 알아볼 수 있기만 해도 더 바랄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푼 가슴으로 돌아와서 해당 김나지움 신청 준비를 했다. 2월 중순부터 입학 신청을 받는다고 했기에 거기에 필요한 서류를 학교 음악 선생님과 통역사분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막상 신청기간에 약속을 잡고 김나지움을 방문하고 보니, 독일에서 학교를 1년도 채 안다닌 아들내미의 경우 독일어 이수한 내용이 없고, 성적표에 독일어 코스가 더 필요하다고 적혀 있어서 직접 접수가 안된다는 것이다. 해당 김나지움은 Willkomment Klasse가 있지만, 직접 신청할 수 없고 그룬트슐레에서 교육청에 요청을 하면 교육청에서 검토해서 지정을 해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작년에 우리가 처음에 독일에 왔을 때에도, 안멜둥(거주등록)을 한 다음 별도의 신청 없이 바로 교육청에서 아이들이 갈수 있는 Willkomment Klasse가 있는 공립학교를 지정해주었었고, 그 학교들을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아들내미 학교에서 교육청에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져서 해당 김나지움으로의 진학이 지정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음악 선생님에 따르면 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강력하게 요청(!?)을 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독일 시스템이 느리다보니 언제쯤 확정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어제, 드디어 교육청에서 우편이 왔고 아들내미의 다음 학교로 해당 김나지움을 지정해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해당 김나지움에 등록을 하고 다니는 것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4개월 넘게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기대한 소식을 듣게 되니 당연히 무척이나 기쁠 수 밖에 없다. 이런 좋은 결과를 위해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해주셨는데, 그 분들의 큰 도움 없이는 쉽지 않았던 일이라 정말로 감사를 드린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일이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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