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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Jul 30. 2022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주말 여행

베를린-아헨-함부르크-베를린으로 1400km 운전을 하고 왔습니다

사람을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항상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아무리 친하던 관계도 이런 저런 이유로 금방 멀어지게 되고 너무나 쉽게 연락이 끊기는 것이 다반사인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관계는 일부러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계속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을 해야한다.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아서 당분간은 코로나 걱정 없이 살게 된 이유도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다시 친구들과의 초대하고 초대받는 일정이 연속되었다. 오랜만에 우리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고, 초대받은 친구 집이나 친구의 가든에 방문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배를 빌려서 직원들과 선상 파티를 하기도 하고 퇴사하는 동료가 회사 뒤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여는 등 오랜만에 친목교류를 위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온 이후, 와이프가 독일어 수업에서 만나서 꽤나 친해졌고 한동안 같은 동네에 살았던 베스트 프렌드가 얼마전에 이민청 일때문에 베를린에 온 적이 있었다. 작년에 그녀는 갑작스러운 개인사 때문에 독일에서의 구직활동을 중단하고 터키로 돌아갔다가, 다시 독일에 와서 친적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아헨(Aachen)에서 좋은 직장을 구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정착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중에 베를린에 오게 된 것이고 우리집에서 하루밤 자고 가게 되었는데, 그때 내가 다음번에는 우리 부부가 아헨에 갈테니 같이 아헨 투어나 하자고 제안을 했다.


아헨은 베를린에서 약 600km가 넘는 서쪽 끝의 작은 도시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차를 몰고 독일의 가장 서쪽까지 갔었던 곳이 쾰른이었는데, 아헨은 거기서도 몇십키로 더 서쪽 끝 국경 지역이었다. 친구가 아헨에서 베를린으로 올때에는 4번 정도 기차를 갈아타며 11시간이 넘게 걸려서 도착을 했었다. 게다가 6월부터 독일은 9유로짜리 티켓만 사면 전국의 기차를 모두 이 티켓을 살수 있다보니,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이 급격하게 늘어서 난리가 난 상황이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것 같다. 8월까지 9유로 티켓을 살수 있으니 아마도 그때까지는 전국에서 기차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것이다. 회사 동료 말에 따르면 베를린 안에서는 그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베를린에서 다른 지역으로 갈때나 반대로 다른 지역에서 베를린으로 들어올때 기차 이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통 같다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평소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여행 다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차 이용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겠지만 600km가 넘는 거리이다보니 교대 운전을 해야하게 되었다. 이미 베를린-코펜하겐을 교대 운전으로 왕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솔직히 600km 정도는 큰 문제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독일 휴게소의 음식을 맛볼수 있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참고로 독일은 아우토반이 대부분이라 100km당 한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하면 된다. 휴게소에서 한두번 쉬는 것을 감안하면 620km 정도라면 7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최고 속도는 180km/h까지 내었음)



딸내미는 이미 성인이 되었음에도, 그동안은 항상 같이 여행을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은 집에 두고 우리 부부와 강아지만 2박 3일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장거리 운전을 해야하는 타이트한 일정이다보니 일부러 아헨 중심가에 있는 가장 비싼 호텔 (그래봐야 4성 호텔이지만)의 좋은 방으로 2박 예약을 했다. 애견 동반 가능(독일은 대부분 가능), 욕조 필수, 조식 필수, 주차 필수 등의 조건을 따져보니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도 하다. 7시간의 드라이빙 후에 도착한 호텔은 찾기 쉬웠고, 주차도 편했다. (주차하러 들어가니 직원이 달려나와 좋은 자리에 주차된 자기 차를 빼서 우리가 댈수 있도록 해줬음) 아쉽게도 이그제큐티브 룸임에도 방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다른 방들과 달리 두면이 창문인 점은 좋았다.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이나 매일 저녁 바에서 5개의 소프트드링트를 받아서 냉장고에 넣는 시스템(!?)도 마음에 들었고. 당연히 숙박비를 내는 우리 강아지에게도 웰컴 키트가 세팅 되었고 (물론 우리 강아지는 관심없음), 피곤한 몸을 추스리기 위해서 바에서 와이프는 블랙러시안을, 나는 바텐더가 추천해준 2종의 위스키를 마셨다. 그러나 한가지 우리 부부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우리 기대와 달리 에어컨은 켜져있는 것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을 느낄수 없었다. 혹시 고장이 난것인지 호텔 직원에게 확인해달라고 하니, 낮은 온도까지 최대로 돌려놓은 레버를 보더니, "여긴 독일입니다. ^^ 기본 온도 밖에는 선택이 안됩니다."라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결국 에어컨은 포기하고 양쪽 창을 열어야 했는데, 금요일 저녁 대로변이다보니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토요일 아침, 호텔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조금 쉬고 있자니, 친구가 로비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날은 친구가 미리 짜놓은 여행 일정에 맞춰서 아헨 구도심부터 걸어서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베를린에 비해 작은 도시답게 건물이나 도로가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유명한 교회 건물은 마침 결혼식을 진행하는 커플들 때문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마치 한국 웨딩홀처럼 순서대로 결혼식이 진행되는듯했는데 교회 앞 공원에서 신나게 춤추면서 축하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아무래도 유명한 아헨 공대가 있는 도시 답게 한국 유학생도 꽤 많이 볼 수 있었고, 베를린보다 훨씬 더 좋은 한국 식당들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한밤중에 배가 고파서 "리퍼란도" 앱으로 일부러 한국 식당에 주문을 해보기도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나 수저 없이 그냥 음식만 온 것도 다 이해해줄수 있었지만 불고기 덮밥, 치킨 덮밥이었는데 절반이나 김치가 덮여 있는데다가 김치가 너무 맵고 짠던 것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다.



아헨 구도심 투어를 마치고, 차를 타고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3국의 국경이 한점으로 모이는 관광지로 향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는 국경이라고 해도 벽이나 철조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고 갔으면 그냥 일반 관광지처럼 보였을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운영하는 전망 타워 같은 것도 있어서, 좀더 좋은 경치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몇유로 내고 올라갔다 와도 좋을 듯했다. 우리는 기념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산 다음, 다음 목적지인 벨기에에서 유명하다는 감자 튀김 가게로 향했다. 차량으로 국경을 넘나들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니 한국폰들은 입국 안내 메시지들을 수신하느라 난리가 났다. 대로변에 위치한 감자 튀김 가게는 한국에서 볼수 있을 것 같은 스타일 이었다. 친구가 자기가 쏘겠다고 하면서 감자 튀김을 듬뿍 사왔는데, 맛은.. 늘 먹던 감자 튀김 맛이었다. ㅎㅎ 다시 독일로 넘어와서 숙소로 가기 전에 이 지역 명물이라는 유명 초콜렛 공장으로 향했다. 초콜렛 공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판매장이었는데,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싸게 살수 있다고 해서 친구와 아이들에게 줄 몇개의 초콜렛을 구입하기도 했다.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나는 피곤해서 방에 올라가 쉬었고 와이프와 절친은 따로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저녁에는 같이 호텔의 바에서 한잔하며 아쉬운 이별을 나눠야 했다.


원래는 일요일에 체크아웃을 하고서 아헨에서 곧바로 베를린으로 되돌아갈 계획이었으나, 함부르크에 있는 친구 부부 집에 들러서 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니 간만에 친구들과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음 베를린으로 가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아헨에서 함부르크까지 320km 정도는 내가 운전을 하고, 함부르크에서 베를린까지 300km 정도는 와이프가 운전하기로 했다. 작년에 한번 가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친구가 사는 동네를 찾아갈 수 있었고, 좋은 고기를 멋진 바비큐 그릴에 구운 요리를 같이 즐기며 간만에 회포를 풀었다. 4시간 넘게 함께 이야기 꽃를 피우며 먹고 마신 다음, 다음을 기약하며 베를린을 향해 출발했다. 최소 하루 전에만 미리 연락하고 (좋은 고기를 미리 준비해야하니까) 언제든 놀러오라는 친구 부부의 고마운 말을 뒤로하고, 2박 3일간의 쉽지 않은 장거리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베를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언제나 그랬듯이 차가 많지 않아서 신나게 날라올 수 있었다.



내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그들의 나라에 함께 휴가 여행을 가볼까 생각 중이다. 일단 터키,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조금 멀기는 하지만 인도도 후보지로 생각 중이다.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것도 해보고 싶지만, 너무 멀어서 짧게 다녀오기엔 부담스러워 실행에 옮기기엔 쉽지 않다. 그나저나 한국에선 이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서로 먹고 살기 바빠서 쉽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친구들을 만나러 큰 고민 없이 먼길을 떠날 수 있는 것을 보면 내가 변한 것인지, 환경 때문인건지 아니면 둘다인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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