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지만 못 느꼈지
SNS에 돈 자랑하는 이들을 보면 하나같이 쉬워 보인다.
하루에 1~2시간 그리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정말 노력 없이 그게 가능할까?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주변에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은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결과는 없다.
실패도 노력의 결과이고, 무언가 시도를 해야 나타나는 것이기에 실패도 배움이라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실패의 쓴맛을 느껴도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돈 버는데 낭만은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참 와닿는다.
억울함과 짜증 섞인 일을 겪고 나니 역시 쉬울 리 없다는 것을 느낀다.
ep01
이틀 전이다.
장기숙박하는 게스트의 요청으로 매주 월요일 청소를 하러 갔다.
보통 청소하는 시간 약 2시간 정도는 자리를 비워주는데 그날은 시끌시끌 소리가 들렸다.
방해하기 싫어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 뒤 답장이 왔다.
괜찮다고 청소해도 된단다.
(이때 당시 누가 집 안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벨을 누르고 들어갔다.
지긋하게 나이 있는, 젊어 보이게 용쓴 아주머니와 아이가 있었다.
아마 아이를 케어하러 온 선생님(?)인 듯했다.
아이가 teacher라고 불렀으니.
그러나 게스트는 나에게 외부인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잠시 머무는 거니 그냥 아무 말하지 않았다.
(내가 초보이니 일부러 청소도 해주고 선물도 챙겨주고 신경 많이 썼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역시나 집은 개판이었다.
한국계 미국인인데 신발을 신고 생활했다.
설마설마했는데.. 집안의 매트가 온통 까매진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또 맨발로 생활 중이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장에서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상황인데 외국인은 이런 게 용납이 되나 보다.
설거지는 말라 삐틀어져서 쌓여있었다.
천천히 설거지하고 넘쳐 나뒹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했다.
그리고 침대 3개의 이불커버, 베개커버 등 교체를 해야 하기에 남편이 배달을 왔다.
절대 2시간 안에 혼자는 무리기에 점심시간에 잠깐 도와주러 왔다.
벨을 누르고 내가 문을 열었다.
갑자기 선생님이란 여성분이 인상을 구기면서 누구냐며 다른 분 온다는 말 못 들었다며 째려보았다.
그 순간 당황해서 대답했다.
" 제 남편인데 이불커버 때문에 도와주러 왔다. "
의자에 앉아 말하는 무례한 그 표정과 태도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도둑 취급하는 그 언행을 느끼니 마치 내가 동남아 리조트의 청소부가 된 느낌?
심지어 여긴 내 집이고 본인은 내 허락도 없이 들어왔음에 어쩜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대기업 다니며 돈 잘 버는 남편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 상황에서 내가 똑 부러지게 말했어야 했다.
아직도 너무 화가 난다.
허락받지 않은 외부인은 나가시라고 한마디 했어야 했다.
내 집에서 왜 내가 이렇게 당했어야 했는지 초보 호스트라 처음 겪는 이런 일에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몹시 화가 났다.
다른 호스트는 외부인 출입을 절대 금지하고,
또 다른 호스트는 잠시라도 머물 경우 추가요금을 말한다.
나는 생각보다 너그러웠고 안일했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웠다.
그래,
돈 버는데 낭만이 어디 있나.
이런 취급도 받고 억울하고 화나는 일도 있는 거지.
다음번 똑같은 상황이 오면
아니 다음번 똑같은 그 선생님이 내 숙소를 오게 되면 (가능성이 없진 않음)
반드시 똑같은 표정과 말투로 대해주겠다.
무례한 사람에게 선하게 대하지 않겠다.
세상에 무례한 사람에게 스트레스받으며 굽신거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 나이니까.
60이 훨씬 넘은 그 선생님도 여기저기서 똑같은 대우받으시길 바란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처음이라 더 멘붕이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더한 일도 있을테고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날텐데
나는 너무 F인지라 T의 성향이 필요함을 느꼈다.
감정없는 AI가 되어볼까..하하
역시 돈 버는 데는 낭만이 없다.
그리고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다.
모든 일은 직접 경험해보아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