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대한 블루칩의 등장
사무실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단상 위에 올라와 있는 사람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의자 앞 작은 협탁에 놓인 음식을 먹기도 하고, 옆 사람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며 손에 쥔 숫자를 만지작거렸다.
그때, 단상 위에 올라가 있던 사람이 뒤돌아서 하고 있던 일을 정리하고,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이번에 보실 작품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Su의……”
웅성웅성
Su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공간 안이 소란스러워진다.
Su라고? Su가 나왔다고? 라며 여기저기서 Su의 이름을 말하며 웅성대던 찰나,
앞쪽에 있던 문이 열리고, 유리 케이스에 담긴 무언가가 양쪽에 사람을 대동하고 등장한다.
“오오…”
“신작인가…”
음식을 먹고,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유리 케이스로 모아진다.
일제히 모아진 그 시선의 끝에는 실제 사람의 두개골 크기와 똑같은 해골 머리가 자리해 있었다.
하지만 그 해골은 보통의 해골과는 달리, 화려한 색으로 채색된, 아주 이질적인 모습의 두개골이었다.
화려한 색채를 뒤집어쓴 두개골은,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시무시한 공포와는 상반되게 귀여워 보일 정도로 깜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두개골의 원래 주인이 무게 있고, 진중한 사람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자신의 표피 내부에 그려진 물감은, 이 두개골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오싹함과 두려움 뒤의 야릇한 쾌감을 선사했다.
‘죽음’이라는 두려움과 ‘아름다움’이라는 색다르면서도 오싹한 만남은 이걸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까지도 무언가 금기를 범하게 하는 듯했다.
“300만 달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비장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온다.
“350, 400. 500.”
화려한 여우 털로 몸을 치장한 여인부터 시작해 다이아 타이핀을 매고 있는 노인까지, 그들의 손이 올라갈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900, 1000.”
순식간에 가격이 천만 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손들은, 아직 이 경매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거물 신인 Su, 크리스티에서 천만 돌파>
<Su, 가파른 상승곡선, 어디까지?>
<논란의 해골 작가 Su, 최고가 갱신>
<총 5,480만 달러, 신인 Su의 작품가>
<거물 신인 Su? 그 뒤에는 누가 있는가>
인터넷 뉴스가 뜨겁다.
덩달아 미술계의 논란도 가중된다. 미술계에 몸담거나,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봤다면 요새 뜨겁게 이야기가 되고 있는 <Su>라는 작가에 대해 들어봤을 정도였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그가 누군지 모르지만, 미술계에서는 Su로 인해 미술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 깜짝 등장한 Su의 작품 6점은 총 5,480만 달러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보통 뛰고 난다는 중견 유명 작가들의 작품 평균가가 600만 달러 정도인 걸 생각하면, 경악할만한 일이었다.
전면에 등장한 지는 이제 겨우 2년도 되지 않은 새파란 신인 작가가 한 작품에서 천만 달러를 돌파하고, 미술계 전반에서 오르내리다니.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공식과 전례를 파괴하는 전무후무한 작가가 바로 Su였다.
Su는 약 2년 전,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그룹전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Su의 작품은 그의 이름을 내걸지 않고, 같이 참여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 마커 스티븐의 이름을 빌어 참여했었는데, 그 작품을 보고 전 미술계가 마커를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이라고 찬양했다.
그때 Su가 첫 출품한 작품이 바로, 해골 시리즈 ‘death is’의 첫 작품이었다.
이 한 점의 작품으로 마커는 전 미술계의 이름에서 오르내렸고, 마커는 마치 제가 Su인 것 마냥 행세하고 다니며 자신의 얼굴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Su의 페트론 러셀 윈스턴이 등장하자 자칭 대형 신인 마커 스티븐은 혜성같이 추락했다.
러셀 윈스턴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 부자 중의 부자였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세계 어딜 가도 자신의 별장이 있다던가, 미국에서 집이 열 채가 넘는데 그중에 라호야에 있는 궁전은 너무 거대해서 집 안에서도 오토바이를 끌고 다녀야 할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다.
그런 러셀 윈스턴이 최근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젊은 예술가를 후원하고, 그들의 작품을 싸게 구입해 온갖 전시 등을 통해 가격을 올린 뒤, 비싸게 판매하는, 이른바 ‘페트론 러셀 경’ 사업이었다. 그 때문인지, 최근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들 중에서 러셀의 이야기가 빠진 적이 없었다.
그는 최근 10년 이래로 미술계의 큰 중심축이 되었고, 이제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뜨고 싶다면 러셀을 잡아라!’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러셀 윈스턴은 Su의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마커 스티븐이라는 영국 작가의 작품이 아닌, Su라고 하는 미국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순간, 기자회견장에 있던 모든 문화예술 관련 기자들은 단체 멘붕에 빠지고, 함께 있던 미술계 인사들은 러셀의 사업 전략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Su는 데뷔하자마자 전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Su의 무시무시할 정도의 독주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