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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스카 Jul 30. 2022

#10 나는 이제 그만 열차에서 잠시 내려오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자기계발 휴직으로

 육아휴직자의 일상은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내 삶은 평범하지는 않았다. 막상 휴직을 하고 일상을 루틴 하게 보내는 것과는 달리 해야 할 ''은 분명히 있었다. 바로 '졸업 논문'. 직장을 다니면서는 도저히 쓸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졌기에 이제는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실 휴직하기 전부터 논문을 써야겠다는 핑계도 휴직의 주요 핑계이기도 했다. 나는 졸업논문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나아갔고, 지도교수님께 나의 휴직 사실을 알리고 3개월간 집중하기로 약속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휴직의 타당성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나는 그냥 '놈팽이'가 아니라 졸업논문을 쓰는 '학생'이라는 적절한 신분도 유지했다. 그렇게 첫 달은 앞뒤 안재고 열히 써 내려갔다.


 나의 졸업논문 주제는 리더의 공감 행동이 팀의 심리적 안전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선행 연구들을 많이 확인했지만 이 둘 간의 관계에 주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팀의 심리적 안전감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하는 지적 호기심이 논문 주제의 발로였다. '심리적 안전감', 나는 그 단어가 참 좋았다. 아마도 대기업을 16년간 다니면서 심리적 안전감이 전혀 없는 조직에서 살아왔다. 그런 삶이 나를 저 단어로 이끈 게 아닌가 싶다. 하버드대의 에이미 에드먼스 교수가 최근에 이 용어를 저널에 자주 기고해왔고, 그래서 지금 소위 '히트'를 치고 있다.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힘에 나도 모르게 끌렸고, 단어 뒤에 숨겨져 있는 본질이 궁금하였다.  나는 일터에서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에 가져다주는 긍정적 영향들을 공부하며 더더욱 이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주제를 '이것'으로 정해버렸다. 대한민국에서 심리적 안전감 분야의 Top이 되리라.


 여하튼 나는 휴직 한 달간 매일 아이들을 챙겨서 학교에 보냈고, 늦은 아침을 먹고 아내와 카페로 나섰다. 특별한 것을 한 건 아니었지만 카페에서 아내와 공부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웠다. 둘이 커피 한 잔을 시켜 조금씩 나누어 먹고, 케잌 하나를 시켜 조금씩 떼어먹었다. 별 사건은 없었지만 그렇게 카페에서의 시간은 2022년 봄의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았다. 우리 둘은 그렇게 연시절에 했던 '시간 보내기' 행동들을 사십이 다 되어서 똑 같이 하고 있었다. 뭔가 모를 알싸함을 느꼈던 것 같다.


 5월 중순 무렵, 나는 이 쉼이 평생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그간 동경으로만 삼았던 터키 여행 패키지를 무작정 구매하고 만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터키 여행의 허락을 구하려다가 아들이 계속 가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나는 결국 아들과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부자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포동이 아들과 터키 여행은 시작되었다.

* 여행 스토리는 제 브런치에 '포동이 아들과 떠난 터키 여행'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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