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금별 Sep 16. 2024

탄광 속의 카나리아 _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는 말을 들어보셨쬬? 위기를 사전에 경고해주는 신호를 뜻하는 말로, 과거 광부들이 탄광의 유해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들고 탄광에 내려갔던 속설에 빗댄 것입니다. 실제로 19세기 유럽의 광부들은 탄광 안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데려갔는데, 이는 호흡기가 약한 카나리아가 메탄가스나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에 유독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광부들은 작업을 하다가 카나리아가 울지 않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의 이상징후를 보이면 즉각 갱도에서 대피하는 등 위험 징후를 감지하는 역할로 사용했습니다. 

경제 위기가 다가오거나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기 직전에 이런 전조 현상이 나타나는 걸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부르기도 하고, 대표적으로 미국 10년물 국채이자율과 장단기 금리 역전차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기준으로 3%가 넘으면 전 세계 금융계는 물론 산업계 전체가 채권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 등 실물자산이 폭락하며 대규모 자산이 붕괴되는 시발점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부담이 커져서 감히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였습니다. 하지만 오랜기간 이어진 제로금리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전염병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켜 미국의 기준금리를 제로금리에서 5.5%까지 치솟게 했습니다. 


이런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다우존스는 4만 포인트를 돌파하고, 나스닥지수는 처음으로 18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역사상 최고점을 연달아 갱신했습니다. 엔비디아로 촉발된 AI 반도체 4차산업혁명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나스닥지수를 최고점으로 끌어올렸죠. 경제상황이 좋아질 때는 시중의 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런 과열된 분위기 저편에는 카나리아가 죽어가고 있죠. 위기에 대한 경고울림은 바로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차이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란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가 만기가 긴 채권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판단합니다.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 10년물에 대한 매수세가 집중돼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면 시차를 두고 나스닥 등 증시가 폭락했다는 것인데요. 보통 장단기 금리 역전 후 평균 15개월 뒤에 시장의 폭락이 찾아왔으니 이런 사전 경고현상이 나타나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준비하는 시간으로는 충분하죠.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늘 과거의 패턴대로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 시장이죠. 이미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15개월을 훨씬 넘어 28개월로 역사상 최고기간을 갱신했습니다. 28개월간 계속되던 장단기 금리역전이 2024년 8월 28일에 드디어 해소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15개월이면 찾아왔던 시장의 폭락이 아직 오지 않는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이번에는 경제가 연착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진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물론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은 과거보다 깊이가 깊고, 기간도 가장 긴 초대형 장단기 역전현상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센 위기가 아주 천천히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참고로 미국에서는 1960년 이후 2022년까지 15회에 걸쳐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100%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11번의 장단기 역전 금리 후 10번의 경기 침체가 찾아왔고, 1번은 아무일 없듯이 넘어갔습니다. 물론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확률은 90% 이상이죠. 


주식시장보다 더 큰 시장이 바로 채권시장이죠. 주식이든 채권이든 어느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시장은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항상 오르기만 하는 시장은 없고, 내리기만 하는 시장도 없듯이 주식시장이 오르기도 하다 내리기도 하고, 채권시장이 내리기도 하다 오르기도 하면서 자본주의 균형점 밸런스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감히 시장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상 가장 금리 역전 폭이 크고 기간도가장 길었던 미국의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 침체에 대한 탄광 속 카나리아일지, 10번에 1번 있었던 연착륙 신호일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와 고용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금리인하 시기에 가장 주목받는 TLT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