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새로운 마음, 그리고 나
다시, 시작
암이 재발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달을 보냈다.
그동안 여러 검사를 받았다.
산부인과 진료, 흉부 CT, 복부 CT, 골반 MRI, 전신 PET-CT.
폐에 6mm에서 12mm 크기까지의 작은 병변이 여러 개 있다는 걸 알았다.
내일 모레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에 간다.
아마 정기적으로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실 것 같다.
양성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예전 같으면 밤잠을 못 잤을 텐데.
무언가 달라졌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발견한 게 있다.
불안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
매일 아침 눈을 뜰 때의 느낌이 바뀌었다.
'오늘은 뭘 해볼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작은 변화지만 확실한 변화다.
고통이 가르쳐준 것
힘든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됐다.
작은 일상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환자를 진료할 때도 달라졌다.
예전보다 더 귀 기울여 듣게 된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는 걸 안다.
새 집, 새로운 마음
이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정리했다.
필요 없던 물건들, 의미 없던 것들.
남은 건 정말 소중한 것들뿐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창밖 풍경도 다르고, 하루의 리듬도 다르다.
모든 게 시작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경과를 봐야 한다.
불안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 안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매 순간이 의미 있다는 걸.
새 집에서 마시는 첫 커피.
환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유튜브 촬영을 마치고 느끼는 뿌듯함.
이 모든 일상이 선물이다.
내일 모레 병원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그리고 계속 살아갈 것이다.
지금보다 더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