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옥수, 앞으로 더 정들 수밖에 없는 옥수.
리버젠을 떠나며
작년 10월의 일이다. 옥수 리버젠 25평을 18.5억에 내놓았다. 당시 신고가였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까지도 확신은 없었다.
25평짜리 한강뷰.
이런 매물이 얼마나 희소한지 아는가. 똑같은 면적이어도 한강이 보이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완전히 다르다. 그걸 알기에 더욱 팔기 싫었다.
매일 밤 집에 들어서면 거실 창문 너머로 동호대교가 보였다. 다리 위로 빼곡히 늘어선 차들의 불빛들. 그 야경을 보며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다. 진짜 힐링이었다.
직장은 옥수에 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병원이다. 이런 직주근접이 또 어디 있을까. 아침에 여유롭게 커피 한잔 마시고 출근할 수 있는 삶.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매일 느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내 발로 차버린 건 아닐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내가 복을 찬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매일 밤 한강을 보며 감사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런 집을 놓고 어디를 간다는 거지?
그 후 몇 달간 오매불망 기다리던 신축인 메이플자이만 기다렸다. 매물을 보러 다니고, 시세를 체크하고, 경매에도 참여했지만 탈락했다. 하지만 기다림에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토허제가 풀렸다. 그 순간 직감했다. 이제 그들이 어디로 갈지 말이다.
반포였다.
반포 자이 국평, 40억 이하로 계약했다. 환금성도 좋고, 초품아 중품아 학군도 마음에 들었다. 단지 안 숲길을 걸으며 느꼈다. '여기서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한강뷰는 없다. 직장에서도 멀어진다. 매일 조금씩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 편안했던 10분 거리 출근은 이제 추억이 될 것이다.
가끔 생각한다. 정말 잘한 선택일까?
선택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후회 없는 선택이 있을 뿐이다. 리버젠에서의 야경들, 한강을 바라보며 보낸 저녁들, 옥수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던 편안했던 길들. 그 모든 기억들이 내 안에 남아있다.
어쩌면 복을 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안전한 곳을 떠나는 것도 용기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동호대교 야경 대신 반포에서 펼쳐질 새로운 풍경들을 기대해본다. 그곳에서도 나만의 힐링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옳은 선택이었을까? 시간이 답해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통증의학과 의사이자 유튜버 '닥터나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들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