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사로 들었던 소소한 생각 중 하나
(2022년 암환자 카페에 적었던 글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저는 암환자이기 전에 의사였고, 암환자가 된 이후에도 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금은 잠깐 환자가 안 오네요;;) 본업은 환자를 보는 일이구요.
저는 암환자를 주로 보진 않지만, 많은 환자분들이 의사에게 운동법이나 식이요법에 대해 묻곤 합니다.
하지만 어느 의대에서도 환자의 운동이나 식이에 대해 따로 가르쳐주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제 모교에서는 그랬습니다.)
그건 환자의 운동이나 식이가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암이라는 질환 자체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치료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의료진의 에너지가 모두 소모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암만 해도 약리, 병리 등 수없이 많은 분야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결코 운동이나 식이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제가 암환자가 되기 전, 레지던트 시절 저에게 맡겨진 첫 환자는 20살의 뇌종양 남자 환자였습니다.
갓 주치의가 된 저는 그 환자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기 위해 매일 공부하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온몸에 전이가 진행되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병동과 중환자실을 반복하며 하루에도 수없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야 했습니다.
그 환자의 부모님은 저에게 미국의 어떤 요법이라면서 이것을 복용해도 되느냐고 간절히 물으셨습니다.
하지만 당시 마음이 약했던 제 눈에도 그 시도는 위험해 보였습니다.
결국 교수님과 의견을 나누던 사이, 그 아이는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암환자가 되고 난 후 제 생각은 좀 더 확고해졌습니다.
치료를 위해 행하는 모든 노력들은 숭고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환자 역시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운동이나 식이는 어디까지나 치료를 보조하는 것이지, 의료진의 의견에 반해서 독자적으로 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수십 년간 그 암만을 치료해 온 명의나 교수님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한 사람이 태어나 건강히 팔다리가 달리고 숨쉬고 말하고 돈 벌며 살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행운이 필요한지 부모님들이 수도 없이 말씀해 주셨을 것입니다. 저희 부모님 역시 그러셨구요.^^
암에 걸렸다고 갑자기 운동을 안 하거나 과하게 하거나, 음식을 극단적으로 더 먹거나 덜 먹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항암을 하다 보면 입맛도 떨어지고 기력도 쇠해지니 조금 더 잘 챙겨드시고 기운을 내시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게시판에 있는 글들을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와 토론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은, 드시고 싶은 게 있을 때 드시고,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이되 모든 것이 과하지 않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콩 한 쪽을 먹더라도 "내 몸에 콩 한 쪽이 들어가는구나, 이게 내 몸의 일부가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몸에 해로운 행동이나 무리한 습관은 저절로 조심하게 되더군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소소한 생각을 적기로 해놓고선^^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생각 정리가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운동과 식이… 정말 중요합니다만,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달라는 말을 가장 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