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개인사업자로 살아간다는 건,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직원이 있든 없든, 병원을 운영해 보신 분이라면
이 고충에 대해 어느 정도는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세무나 노무 등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핵심적인 일은 끝내 제 몫으로 남습니다.
아침에 출근해 유튜브 촬영을 마친 뒤
진료실 의자에 앉아 한 분, 한 분 진료를 봅니다.
통증의학과 특성상 계속 앉아서 진료하는 것은 어렵기에
진료실과 주사실을 반복해 오가야 합니다.
10kg, 20kg 납복을 입고
고갈된 체력 속에서 친절함을 유지하려면
단지 성실하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불편한 환자와 마주하기도 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의료과실로 지적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백한 실수가 없어도, 요즘은 ‘설명의 의무’라는 명분으로
의사들이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야깃거리는 매일 생깁니다.
점심시간엔 1시간을 온전히 누워 쉬지 않으면
오후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환자 수 때문이라기보다,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공부도 끊임없이 해야 하고,
환자와의 소통도 중요하며,
병원의 자잘한 일들까지 모두 챙겨야 합니다.
직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1년만 채우면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요청하는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부담은
‘내가 빠지면 모든 것이 멈춘다’는 사실입니다.
대체자가 없다는 점은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주 6일 근무, 사실상 쉬는 날 없는 일정.
하루쯤은 나를 위해 쉬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주변에는 대형 평수의 365일 진료 병원이 늘어나고
매출은 점점 줄어드니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습니다.
대진의를 고용해 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당연히 줄었고,
병원 자료를 USB에 담아 간다거나
환자 진료를 성의 없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맘 편히 맡기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이 글은 어쩌면 일기 같은 글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더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금 제 체력과 정신은 고갈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저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두 번의 암 투병과 우울증 치료,
그리고 개원을 통해 홀로서기를 해온
수많은 시간이 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오기 전,
그저 저 자신을 조금이라도 다독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