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나쌤 Feb 01. 2023

"네가 그래서 키가 작은 거야!!!"

아들은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다. 인바디 검사를 하면 키도 체중도 늘 미달이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은 키 144cm, 몸무게는 30kg이다. 그래서 수면과 먹는 것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침마다 아들과 밥상 앞에서 전쟁을 치른다. 10분이라도 더 자게 하려고 밥을 다 차려놓고, 겨우 깨워서 식탁 앞에 앉혀놓으니 입맛이 없는지 젓가락으로 밥 알을 세고 있다. 밥을 숟가락 가득 퍼먹어도 모자랄 판에 밥알을 세고 있는 꼴을 보니 분통이 터진다.

"네가 그러니 키가 작은 거야!!"

나도 모르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또다시 뱉고 말았다.



아이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말이라 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는데 화가 난 마음에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다. 순간 아들이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나도 말 문이 막힌다.



남편도 나도 키가 작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했다. 그러니 아들의 키는 결코 아들의 잘못은 아니다. 육아서를 읽어보면 아이의 자존감을 손상시키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고 했었는데, 육아서를 백날 읽으면 뭐 한단 말인가?! 실천이 되지 않는데... ㅜ.ㅜ



나는 왜 굳이 아들의 콤플렉스인 키를 언급해서 아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내는 걸까? 내가 집착하면 할수록 아들도 자신의 키에 집착하고 그것이 열등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좀 더 맛있게 밥을 먹으면 키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 아들 얼굴도 잘생겼는데 키까지 크면 인기 엄청 많겠다." 이렇게 대단한 멘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얘기를 해 줄 수 있는 엄마 일순 없는 걸까.



아들은 이제 더 이상 엄마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고 "엄마, 미워~"라고 울먹거리던 꼬꼬마가 아니다. "엄마 저한테 자꾸 왜 그러세요!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라고 대드는 청소년기로 접어들고 있다



아들에게 말조심을 하지 않으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하지만 난 감이 없었다. 아들의 날카로운 말과 비난의 눈빛을 온몸으로 몇 번 받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들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저를 막 대하지 마세요. 더 이상 저도 참지 않을 거예요."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과, 상처 주는 말을 하고 후회한다. 이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했던 말을 또다시 하고 또 후회한다. 내가 이 모양이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말은 가려서 해야 하고, 늘 신중하게 하라고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아들이 올해 6학년이 됩니다.



저는 잔소리가 많은 엄마예요. 좀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아요. 똑같은 말을 매번 반복하다 보니 아이들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많네요.




잔소리는 그래서 말의 효과가 많이 떨어지나 봅니다. 임팩트가 떨어지는 거죠. 말을 아끼고 결정적인 순간의 한 방이 효과가 훨씬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들은 조절이 쉽지 않습니다.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저에게 반격을 하더라고요.


"엄마!! 왜 맨날 저한테만 잔소리하세요.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정말 어이가 없었죠. 저도 똑같은 잔소리를 매일 하고 싶지는 않은데, 똑같은 잔소리를 하게 만드는 건 아들이거든요. 저도 사랑하는 아이한테 잔소리만 하고 싶겠어요? 그런데 그런 날선 눈빛과 말을 정면으로 들으니 저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아... 이제 아기가 아니구나. 좀 컸다고 반항을 시작하는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이에게 말을 걸러서 하지 않았어요. 제 감정대로 막 쏟아부었던 적도 많아요. 그런 저를 아이가 많이 봐 준 거죠. 그런데 이제 더 이상 봐 주지 않겠다고 선전포고를 합니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인데요.


내 자녀를 내 집에 온 '귀한 손님'처럼 대하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말이냐고요? 손님은 언젠가는 떠나게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내 자녀도 언젠가는 우리의 품을 떠날 거예요. 그러니 있을 때 귀하게 대접하라는 의미로 한 말이지요.




잠시 함께 생각해 볼까요?


내 자녀를 우리 집에 온 '귀한 손님'으로 생각해 보세요.


내 감정이 좀 격해졌다고 귀한 손님에게 막 말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아빠가 짚어던진 라이터가 마당에서 탕 소리가나고 터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