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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Aug 12. 2018

밋업공지-돈이 안되지만 하고 있나요?

오픈테이블에 초대합니다.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냐고 묻는 면담이라...

어떤 회사에서는 이런 면담을 한다고 한다.

1주일에 한 번, 30분 정도 대화하면서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어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나는 생각해보았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언제인가?

누구에게서? 내가 어떤 상황이었을 때?

그리고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이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고 주변에 얘기할 때,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듣곤 하는가?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어?”


실패를 축하하는 파티를 연다는 회사

수퍼셀이란 게임회사에서는 상향식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곤 하는데, 인상 깊었던 것은, 출시해서 실패하면 이를 축하하는 파티를 연다는 것.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으니까 축하할 일이라는 것이다.

*

최근에 숲에서 즐겁게 달리는 트레일 러닝이라는 것을 체험해 보았는데 즐겁게 달릴 수 있게 지도를 해준 가빈이란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난 흉터가 참 흥미로워요. 그 안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으니까요. 그래서 난 흉터를 유심히 본답니다. 한 번은 어떤 분의 가슴에 큰 흉터가 있었는데, 호랑이에게 물린 거래요! 놀랍지 않아요?”


실패를 다르게 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도?

9월에 “실패 박람회”라는 게 열린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서 실패사례를 모아서 공유하는 자리란다.

무려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한다. ‘응? 우리 사회가 이런 사회였나?’

‘실패를 두려워하라는 신호를 많이 받아왔던 것 같은데.. 어쩐 일이지?’

이건 실패를 낙인찍는 시선이 아니라, 실패를 어떤 기회이자 가능성으로 보는 시선이 아닌가?

끌리는 기획이었다.

실패사례를 수집하게 위한 테이블을 전국 각지에서 연다며 테이블을 개최하는 것 또한 누구나 열 수 있게 창구를 열어 두었다. 나는 테이블 개최를 하겠다고 신청했다.


돈이 안 되는 일

전국 각지의 실패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여는 대화 모임을 "오픈테이블"이라고 부르는데,

이 오픈테이블을 개최하는 것을 도와주는 제주도내 단체와 미팅을 했다.

주제를 정해야 한단다.

'음, 주제를 뭘로 하지?'

내가 호스트를 할 거니,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할 텐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주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떠올려보았다.

즐겨하는 이야기들, 인상 깊게 읽었던 박성미님의 글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할 권리"글도 떠올랐다.

그리고 떠올랐다.

"돈이 안 되는 일"

그래..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돈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하고,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걸 주제로 해야겠다.


나는 실패자인가??

그리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끌어내려면 누군가 바람잡이를 해야지.

바람잡이는 호스트.. 호스트로서 나는 어떤 실패 사례를 얘기하면 좋을까나?

내가 어떤 실패를 했는지 떠올려보았다.

자잘한 실패들도 있고 굵직한 실패들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굵직한 실패는...

"나의 개인 활동(개발자 영어)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을 병행하는 것에 실패했다.

양쪽 다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나는 고향인 제주로 돌아왔다.

자잘한 실패 중 기억나는 것은...(중요성에서 자잘한 건 아니지만)

"2017 제주한국지역도서전을 했을 때, 책 관리를 제대로 하는 데 실패했다."

이것이 나 개인의 실패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만,

나는 그것을 나 개인의 실패로 체감하였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실패들이 떠올랐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우울해졌다.

나는 실패를 거듭해온 사람인가.

그리고 이렇게 "실패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과정들이 모두 실패의 과정으로 정착되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럼 오픈테이블에 오신 분들께, "당신은 어떤 실패를 했나요?"라고 해서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당신은 그런 실패를 했군요."라고 정리하면서

그 과정에 무슨무슨 "실패"라는 이름을 붙이게 될 것 같아서 불편했다.

'음,,,, 이렇게는 곤란한데?'

실패박람회의 취지는 좋지만, "실패"라는 틀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더니, 친구들이 마음이 아팠나 보다.

https://www.facebook.com/nassol99/posts/1844803562263933


'실패'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실패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들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실패하다

어떤 일에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하다.

음. 그러니까..

실패를 했다는 얘기는

"어떤 일을 했다는 의미"

"결과가 어떠어떠하기를 원했었다는 의미"

"그 일의 결과는 어떠어떠했다는 의미"

이런 등등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영영사전도 찾아보았다.


to fail

to be unsuccessfuly when you try to do something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했다는 의미"


unsuccessful

something that is unsuccessful does not achieve what you want, or does not happen in the way that you want

"무언가 원하는 게 있었단 얘기"

"그걸 성취하지 못했단 얘기"

"원하는 방식이 있었단 얘기"


to achieve

to succeed in doing or having what you planned or intended, usually after a lot of effort

"계획하거나 의도한 게 있었단 얘기"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게 있었단 얘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단 얘기"



흉터는 흉한 자리. 보기에 흉하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 흉터에 이르게 된 일은 꼭 부정적 이리라는 법은 없다.

가빈이 얘기했던 가슴팍의 흉터는 영웅의 징표일 수도.


마찬가지로 실패 또한, 그 결과 자체는 두렵고, 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 실패에 이르게 된 일은 어떤 것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실패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조망하는 게 이번 오픈 테이블의 목표이다.


그래서 오픈테이블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하는 질문을 바꾸었다.

상세하게 쪼개었다.


주제: 돈이 안 되는 일


before:

  "주제와 관련하여 어떤 실패 혹은 문제에 부딪힌 경험을 가지고 있나요?"

after :  

  "돈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나요? 또는 했나요?"
  "돈이 안 되는 일 관련하여, 어떤 것을 하고자 시도했나요?"
  "왜 그것을 했나요?"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그것의 결과는,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나요?"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어떤 것이 있었다면, 원하던 결과에 더 가까워졌을까요?"


그러니까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 실패박람회의 취지는 이런 것 같다.

"당신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실패라는 흉터 자국을 시작점으로 하여, 그를 둘러싼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알아내려는 것 같다.

사례를 상향식으로 수집하려는 이 시도는, 기획 자체도 상향식으로 만들어진 듯 하다.



빅픽쳐

실패박람회에 관한 보도자료에 보면, 빅 픽쳐가 소개되어 있다.

전국에서 모은 실패 사례들을 가지고 조사, 연구를 진행해서 정책까지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 박람회 또한 장기적으로 진행해나갈 계획인가 보다.

보도자료 중 발췌

이제까지 이런저런 밋업을 열어 보았지만

이런 큰 그림 안에서 밋업을 열어보는 것은 처음이라 느낌이 새롭다.



"돈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실래요?


오픈테이블은 8월 16일(목) 오후 2시-5시

풍류 3층에서 열립니다.


이 시간에 오기 어려운 분들이 분명 계실 테지요?

못 오시는 분들도, 아래 '신청하기'를 클릭해서 온라인으로라도 이야기를 나누어주세요.

제가 추가로 전화를 드려서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담아서 정리한 이야기는 주최측에도 전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브런치에도 "돈안되는일" 코너를 만들어서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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