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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솔 Mar 06. 2017

관점 A. 영작 멘토링 한 이의 관점

24시간 영어-코딩 상호멘토링 캠프 후기

<이글은 24시간 영어-코딩 상호멘토링 캠프 후기...의 시리즈 입니다>


이런 상황을 그 얼마나 바랐던가? 학습자를 옆에 앉혀두고 쓰게 하고, 내가 피드백을 주고 학습자가 그 피드백을 적용해 보게 하고 이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좀 많은 분량을 쓰게 하는 것...을 그 얼마나 바랐던가? 


유사한 방식으로 생각했던 것이 "영작톤"이었다. 토요일에 한 4시간 정도, 14:00-18:00 시간 동안 주제 하나를 잡고 글을 쓰게 하고, 나는 옆에서 멘토링을 해주면 어떨까. 결국 나는 실천하지 못했었다.


영어공부 방법에 대해서 얘기할 때 나는 영어로 쓰는 것을 많이 권하곤 한다. 문제는 이걸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하는 상태에서는 주제를 잡고 마감일만 주면 되는데, 이렇게 쓰면 쓸 수 있을 것 같다.. 는 느낌이 들지 않는 상태에서는 이런 방법을 얘기해도 사실 소용없다.


수요일은 개영일을 하면서 영어로 쓰는 숙제를 내주고 피드백도 주는 사이클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얼굴을 정기적으로 보니 이게 가능한 것 같았다. 예전에 가산에서 개발자 영작 스피킹 그룹 수업을 했을 때도 항상 쓰기 숙제를 냈었는데, 그때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얼굴을 보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캠프 참가자인 범재님의 경우, 영어로 쓰기에 대해 편하게 느끼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도 캠프 준비 전에 글을 쓰는 흐름에 대해 조금 자연스러워졌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다. 서로 근황에 대해 얘기하다가 우리는 우연이 아두이노를 와이파이로 제어하는 것에 대해 열띠게 얘기 나누게 되었다. 나는 범재님이 정말 열띠게 이 주제에 몰입하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얘기가 끝난 후에, 숙제를 드렸다. 


Is it possible to control Arduino via WIFI network?을 주제로 영어로 글을 써보세요.


다음 주엔가 범재님은 글을 써오셨는데, 술술 쓰셨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웹 문서를 찾으면서 링크를 넣으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써 내려간 느낌이었다. 나의 느낌에 범재님은 이 글을 쓰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생각 흐름을 따라가며 영어로 글을 쓴다는 게 어떤 것인지 감을 좀 잡지 않으셨을까 한다.


영작연습을 하게 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것이 글의 "주제"를 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글의 주제를 던지면 학습자가 몰입해서 쓰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학습자가 신나게 쓰고 싶어 할 만한 주제를 포착해서 그것에 대해 쓰도록 던져주는 것, 그것이 영작 멘토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캠프가 시작되고 범재님은 이제 영어로 글을 쓰는 것에 돌입했다. 주제와 개요는 이미 짜둔 상태였다. 우리는 각자 작업한 후 약 30분 정도 후에 서로 피드백을 해주기로 했다. 범재님이 쓴 것을 봤더니, 조금 압축적으로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리 짜둔 개요 안에는 설명이 문장으로 불릿 기호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범재님은 그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원래 피드백의 유형은 두 가지로 정했었다. 하나는 내용에 대한 피드백, 다른 하나는 영어 표현이나 문법적인 피드백.. 하지만 이런 피드백을 주기 전에 글이 쭉쭉 나가지 않는 상태로 보였다. 범재님은 사실 아는 기본 단어가 많고, 문법도 기본적인 것들을 안정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라서, 사실 쓰고자 하면 빠르게 많은 분량을 쓸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게 안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피드백을 드렸다. 


"범재님, 요약해서 핵심을 알려주려고 생각하시기보다는, 말하듯이 써주세요. 우리가 말할 때는 조금 주절주절 풀어서 말한답니다. 전하려는 핵심은 이것이지만, 말로 할 때 우리는 이렇게 얘기하죠. '안녕! 나는 범재라고 해. 네가 이런 거에 관심 있어서 이 문서를 읽고 있겠지? 잘 왔어. 네가 이런 거에 관심 있다면 이런 거를 알아야 해. 나는 이 문서에서 차근차근 설명할 거야. 첫 번째로 설명하려는 것은 이거야...'"


범재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다음 피드백 시간이 왔을 때 범재님은 말하는 것처럼 쓰니까 영어로 쓰기가 훨씬 편한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이 지점을 "중요한 지점"으로 기억하려고 한다.


그 외에도 피드백을 했던 중요한 지점들


 cohesion

정의할 때 - short version -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는 상대가 모르는 개념이어서는 안돼요 

old new principle

도입해주는 내용을 써서, 독자가 어떤 내용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게 해주세요~

필요하면 그림을 사용하세요

특정 기능을 하는 코드를 보여주는 경우, 특정 코드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면 좋은 듯해요. 

set - 모호한 단어를 사용해서 짧은 문장으로 설명하면 독자는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사실 영어적인 피드백은 아주 큰 부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영어적인 표현을 다듬기 이전에 어떤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피드백이 이번 캠프에서는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만약 학습자가 레벨이 너무 낮았다면 다른 접근이 필요했을 것이다. 기본 단어를 익히고 기본 문법을 익히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범재님도 그렇고, 내가 접했던 많은 학습자의 경우 단어와 문법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은 많이 있으나 이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쓰는 경험을 못해봐서..라고 퉁치기에는, 그럼 쓰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아주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아주 정확한 분석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번 경험을 통해 체감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장시간 옆에 있으면서 특정 주제에 대해 길게 써보고, 혼자였다면 써나가지 못했을 지점에 대해서 멘토의 도움을 받아 해소하고, 혼자였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지점에 대해서 피드백받고 그것을 실제 자신의 글에 적용해보는 경험은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캠프를 마칠 때쯤 나는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레일즈 튜토리얼을 열어서 같이 봤다. 정작 찾으려는 성격의 것은 별로 찾지 못했다. 그런데 범재님이 이런 얘기를 했다.


어!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나는 경험적으로는 느꼈었다. 영어로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읽을 때 영어로 읽기만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포착한다고 생각한다. 어, 이 저자는 이런 식으로 이런 얘기를 했네? 영어로 쓴 글이라고 해서 이런 지점이 꼭 '이 단어를 이렇게도 쓰네' 이런 단어나 문법적인 면에 한정되어야 하는 법은 없다. 단어도 문법도, 글의 구조도, 문체도 모두 글 한편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여하튼 24시간, 아마도 이중 순수하게 범재님이 영어로 쓴 시간은 약 5-6시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레일즈 에러를 해결해주시느라 시간도 많이 쓰셨으므로. 눈도 붙여야 했고 밥도 해서 먹어야 했다. 그래도 5-6시간 영어로 "쓴" 것도 쓴 것이지만, 영어로 글을 봤을 때 다른 느낌이 든다는 것은 나는 엄청난 변화라고 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다음 날인데.. 


나는 루비 온 레일즈로 캠프 때 만들었던 것을 다시 만들어보았고, 이것을 헤로쿠에 디플로이한 다음 범재님께 공유했다. 범재님이 범재님도 이 프로젝트에 기여해도 되겠냐고 물으셔서 나는 당연히 좋다고 했다. 그런데 비트버켓의 이슈 보드에서는 언어를 영어로 하자고 했다. 범재님은 영어만 사용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시는 듯 하긴 했는데, 결국 어찌어찌하다가 카톡에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뭐랄까, 범재님이 그냥 편하게 영어로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재님이 그냥 편하게 영어로 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범재님이 분명 도약했다고 느꼈다. 지금 정도 상태라면 범재님은 쭉 영어로 개발에 관해 글이나 채팅으로 소통해나가면서 조금씩 표현들을 덧붙여 나가면 된다.


클레이나 제시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였고, 그것을 사용하는 계기 정도를 주면 되는 그런 상태였다. 범재님의 경우, 기본 단어와 문법들을 알고 있지만 문장을 만들어본 경험에 적어서, 선뜻 글을 써나가는 것은 어렵게 느끼는 경우였다. 이런 상태에서, 알고 있는 단어와 문법을 사용해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 쭉... 써보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자신이 아는 단어와 문법을 엮는 경험을 해보는 것. 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가 영작 멘토링에서 추구해야 할 것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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