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솔 Dec 12. 2018

[김나솔칼럼02] 계기

답엘에스, "함께하는" 구호를 실천하는 문화예술기획팀을 만나다

'스마일, 방글라데시' 사진전


‘스마일, 방글라데시’ 사진전에 갔다. 장소는 씨위드의 사무실, 세탕라움. 이번 사진전에 간 이유는 답엘에스(DAPLS)의 이혜령님과 신상미님이 사진전을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답엘에스를 만난 것은 씨위드 회식에, 파티에 놀러 갔을 때였다. 제주미술제에 갔을 때도 두분이 있었고, 나는 점점 그 두분이 익숙해지기도 하고 친숙해지기도 했다. 작년 어드멘가, 씨위드 회식 2차에서 두분의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 이후에는 사실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까 얼굴을 보면 왠지 가까운 느낌이 드는데,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지는 않은 상태였다.

 

사진전은 3일 동안인데(2018.12.10-12), 오프닝에 맞추어 가니 파티 분위기였다. 왁자지껄함에 바로 진입하고 싶었지만, 사진전을 보러 왔으니, 파티룸을 나와 전시회장쪽으로 갔다. 아담한 전시실 크기에 사진이 걸려도 있고 테이블 위에도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들이었다. ‘이곳이 방글라데시구나.’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이렇게만 보면 의미가 없겠다 싶었다. 나는 해석이 되지 않으면 음미하거나 흡수를 잘 못한다. 다행히 답엘에스팀의 이혜령님이 전시실에 들어왔다. 나는 설명을 좀 해달라고 청했고, 이혜령님은 어떤 의미에서 이런 방식으로 진열하였는지, 사진전 전체의 주제는 무엇인지, 사진들 중에서 다른 관객들이 주었던 코멘트들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 했다.

 

크게 걸려 있던 사진은 모두 15점 남짓, 엄청 많은 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혜령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결코 적게 느껴지지 않았다.

 

“방글라데시에는 돌이 나지 않아요. 강이 많고, 토양이 비옥하며 삼모작을 할 정도죠. 돌이 나지 않으니, 흙을 구워서 깨뜨려서 돌처럼 사용하고.. 벽돌집이 많고.. 그런데 유일하게 돌이 나는 곳이 사진에 보이는 이 곳이에요.. “

  

 

 

나는 사실 오른쪽사진을 보고 아무런 생각을 못했다. 놀고 있다는 생각도, 어린 아이가 삽을 타고 논다는 생각도.


"어른들이 좋아하는 두 작품이에요. 왼쪽 처럼 깨벗고 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는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지.. 하시는 거죠. 오른쪽 작품을 보면, 삽을 탄 어린 아이가 조리를 벗어들고 안은 상태로 삽을 타거든요. 조리가 닳을 까봐. 나이 많으신 분들은 바로 알아보세요. 우리도 그랬다며."


(정면에서 보이는 사진 중 맨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을 보며) "방글라데시에는 산이 없어요. 이 사진에 보면 산이 보이죠. 강을 건너서 보이는 미얀마 쪽이에요. 미얀마의 로힝가 난민 사태에 대해 아시나요? 미얀마 안에 있는 로힝가 부족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탄압받고 있고 방글라데시로 넘어오기도 해요. 로힝가 부족이 탄압받는 얘기를 듣다보면 정말 입에 담을 수 없는 참혹한 일들이 많아요. 무슬림이 테러조직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얀마의 군부가 탄압을 하는데, 민간 대상의 대학살에 가까워요."

나는 70년 전을 떠올렸다. 제주 4.3 또한 좌익세력을 탄압한다는 명목으로 결국에는 민간을 대상으로 대학살을 한 것이 아니었나. 그리고 몇 년 전 잡지의 표지에서 rohingya라는 단어를 본 듯한 기억을 떠올렸다.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생각을 그때는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이혜령님은 세계시민교육도 한다고 했다. 나는 어느새 인터뷰 모드로 들어가서 "왜 ㅇㅇㅇ 인가요? 혜령님이 보는 ㅇㅇㅇ이란 무엇인가요?"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왜 방글라데시인가요?"

"왜 문화예술행사를 하나요?"
"왜 국제개발인가요?"

"혜령님이 생각하는 국제개발은 무엇인가요?"


"혜령님이 생각하는 세계시민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세 가지 키워드를 얘기해요. 관심, 공감, 행동. 전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갖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공감이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


관심, 공감, 행동

사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그냥 사진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못사는 나라의 이국적인 사진들. 방글라데시는 내 머릿속에는 '못 사는 나라', '미지의 나라',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나라'로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답엘에스팀 사람들이 좋으니, 크게 관심가지는 않지만, 가볍게 보고 가자. 라는 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로힝가 난민 사태에 대해 들으면서 제주 4.3이 생각나면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70년 전이었다면, 내가 제주에 살고 있었다면, 외부에서 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했을 텐데... 어느 새 입장이 바뀌어 있었고, 나는 좀처럼 관심갖지 않는 1인이 되어있는 것이다.


사진을 보며 마치 방글라데시의 여행 방송을 듣는듯한 느낌으로 몇 명이 "아~ 그렇구나~"를 연발하며 혜령님의 설명을 들었다. 그러다 함께 듣던 분이 이런 말씀을 했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까 너무 좋네요." 그분 또한 답엘에스팀의 분들은 많이 만나고 보고 친숙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깊이 들을 기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답엘에스 팀의 사람들은 좋았지만, 그분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관심갖고 들여다보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전시장에는 한 곳에 답엘에스의 기사들을 출력해서 모아둔 것도 있었다. 이렇게 기사도 많이 나왔는데,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는데, 브런치에 매거진 연재도 하는데, 나는 왜 들여다보지 않았던 걸까?


방글라 시골 아이들에 젊음을 건 제주 여성들

한 가족중 한 명은 창의적인 사람이다 (아트페스티벌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나요?)

오늘이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날이에요 (콕스 바잘, 제주의 매력에 빠지다)


계기들


무작정 칼럼을 쓰겠다고 지난 주 선언한 뒤 화요일에는 칼럼을 쓰리라 일주일 내내 생각했다. 어제는 두번째 칼럼을 쓰는 날이었고, 지난 한 주간 칼럼 소재(대부분 사람)를 적어둔 책을 뒤적였지만 아직 쓸 정도가 아닌데... 싶었다. 대체 어느 정도가 되야 쓸 정도가 되는 것인가! 첫번째 칼럼에 대한 김우재님의 피드백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쓰세요, 제주스퀘어와의 연결점에 대해 2000자 쓰세요.”라는 조언을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천이 쉽지는 않다. 이번 글은 800자 남짓.


사진전을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답엘에스팀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제주스퀘어와의 연결점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차차 생각해나가자. 일단은 답엘에스팀의 취지가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미 기사도 많고 브런치 글도 있는데, 사람들이 답엘에스팀의 기사와 브런치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다.


칼럼을 쓰겠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답엘에스의 활동과 생각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칼럼을 쓰겠다는 게 없었다면, 과연 답엘에스의 브런치를 다 읽어보았을까? 답엘에스팀의 두분, 특히 이번 사진전은 내가 방글라데시와 새로운 방식의 문화예술구호활동, 로힝가 난민에 대해 관심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칼럼이,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답엘에스팀의 생각과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주스퀘어가, 사람들이 제주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분들에 관심갖고 응원하고 지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주스퀘어는 제주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분들의 실행과 성장을 돕고자 하는 회사입니다.

제주스퀘어는 제주의 남는 것과 모자란 것을 연결하는 회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BUG - 블록체인 기본개념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