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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항 매표소옆 바다마트 씨-리얼

5월 2일의 로컬마케팅일기

by 김나솔

*이 글은 운진항 매표소옆 바다마트 씨-리얼에서 제주도의 여러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 것이다.


운진항 매표소는 가파도와 마라도에 가는 길목에 있는 곳에 있다. 모슬포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간 방문객이 60만명에 달하고 그 중 40만명이 4-5월에 열리는 가파도 청보리 축제 기간에 몰려 있다. 매표소옆에는 수협에서 운영하는 마트가 있는데, 이곳을 수협과 이곳 지역의 주민들과 기획자들이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바다마트 씨-리얼.


4월 17일 오후부터 매장에 본격적으로 나가기 시작하여, 매일 그곳으로 출근하고 있다. 오늘은 16일차. 어제까지는 매장 실내를 지켰고, 오늘은 야외 부스에서 계란두부과자와 계란과자를 팔았다.


오늘은 잘 된 편이었다. 날도 좋았고, 방문객도 많았고, 방문객이 가족여행객들이 많아서 물건을 이용해보고 사는 데 있어서 꽤나 마음이 열려 있는 느낌이랄까.



사람이 북적거리면 마구마구 물건을 사댈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몇 일 안되는 기간 동안 느낀 것이 있다면, 소비자는 자신의 상황과 니즈에 즉각적으로 직접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목표는 야외부스에서 계란두부과자를 파는 것이었다. 판매 목표도 수치로 설정하라는 조언을 받았지만, 수치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다.


계란두부과자를 팔기 위해 우선 해야 하는 것은 매대 세팅이었다. 씨-리얼 스탭 준한님이 세팅을 했다. 준한님이 세팅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다. 제품을 이렇게도 놔보고, 세워도 놔보고, 눕혀도 놔보고, 밑에도 뭘 깔았다가, 바람이 불어 쓰러지니 거치대도 가져와서 앞뒤로 뒤적이며 세웠다. 그리고 판매사인 애월아빠들에서 제공한 거치대도 야외부스 옆에 두었다. 세팅한 결과를 보면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나 혼자서는 저렇게 할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특히, 수북하게 보이도록 하는 이유를 아직 모르겠다. 해놓은 것을 보면, 자연스러운데, 내가 했다면 수북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씨-리얼에서 제품들을 판매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제품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특히 먹는 제품의 경우, 시식이 중요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미 익숙한 것은 굳이 이곳에서 살 필요가 없고, 생소한 것은 먹어보지 않고는 사려는 결정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먹어보고 마음에 드는 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았다.


두부계란과자도 시식을 제공했다. 공짜로 시식을 제공하면 누구나 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매장에서도 그랬다. 소비자는 자신이 궁금하고 알고 싶고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야 시식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야외 부스에서 나를 포함한 셀러들은, "시식해보세요. 맛보고 가세요. 드셔보세요."를 외쳤다.


두부계란과자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담백하고 퍽퍽하다. 은근한 맛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맛이었다. 사실 사람들이 좋아할까 싶기도 했다. 좀 밋밋하다고 여기지 않을까? 아마도 어린 아이들은 안 좋아할 것 같고, 어른들이나 50대 여성이 좋아하려나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틀렸다. 생각보다 어린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4-10세 정도. 시식한 아이들은 여럿이 좋다고 했고, 부모님들은 3개씩 사주었다. 성인들도 먹어보면 은근이 반응이 괜찮았다. 맛을 보면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


완판이라니! 계란두부과자가 다 팔렸다. 어제인가 100개 입고해서 어제 10개 이내 판매된 거였는데... 이럴 수가.. 하나의 제품이 많이 판매되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에게는 새로운 일이었다.


계란두부과자가 완판되자, 이번에는 판매 목표 제품을 계란과자로 바꾸었다. 계란두부과자는 시식용이 남아있었고, 계란과자고 시식용을 조금 꺼냈다.


계란과자는 고소한 맛과 계란맛이 강하고 계란두부과자는 조금 더 담백한 맛이다. 나는 아이들의 경우 계란과자를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식을 먹어본 아이들은 계란두부과자를 더 사고싶어했다. 재고가 없어서 못 팔았다. 이후에는 계란과자를 팔았는데, 계란과자는 생각보다 잘 판매되지는 않았다. 계란 두부과자는 시식해보면, '이런 게 있었어?' 이런 느낌으로 사가거나, 아이가 마음에 들어 가니 '오늘은 편하게 사줘야겠다.'이런 느낌이었는데, 계란 과자는 먹어보면 '그래, 계란과자가 이 맛이지.' 하는 느낌으로 사지 않고 그냥 간달까. 여튼 이를 통해 생각하게 된 것은, 소비자에 대한 나의 추측이나 예측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제품을 소비자에게 맛보라고 권하면서 "멘트"를 치는데, 이 멘트에 대한 것도 쉽지 않았다.


"건강한 계란과자, 시식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계란과자, 시식 하고 있어요."

"건강한 계란과자, 시식하고 있어요."

"건강한 계란과자, 맛보고 가세요."

"자꾸만 손이가는 계란과자 입니다. 맛 보세요."


어떤게 나은 선택일까?

옆 셀러 재민님은 "어머니, 안 달아요, 한 번 드셔보세요."하면서 유자샤벳젤리를 건냈다.


표현이 더 직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란두부과자 - 달지 않고 맛있어요.

계란과자 - 고소해요, 한 입 맛보세요.



내일은 판매할 제품을 정하고, 판매할 목표 수치를 정해야겠다. 그리고 그 수치 만큼 판매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지.


5월 2일의 로컬마케팅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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