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애월뮤직팩토리 개업식이 2025년 12월 25일에 열렸다.
음악 무대를 제공하는 곳이다. (애월뮤직팩토리 공식홈페이지)
나도 거기서 부르려고 두곡을 준비했다.
선곡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
내가 부르고 싶은 곡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걸 부르라는 조언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모든 영역에서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인지 모른다.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
그리고 나의 목소리의 장점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을 부르라는 것.
이것 또한 수요자 중심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함이니까.
아주 새로운 곡을 연습할 수는 없었고,
내가 오래 불러온 노래 중에서 위 두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곡을 찾아보았다.
그 중 한 곡이다.
Oh, Holy Night (거룩한 밤), Celine Dion
https://www.youtube.com/watch?v=Y1oLk54R5Xg
유년시절에 많이 들었던 가수, 당시에 많이 유행해서 라디오에 많이 나오기도 했고, 나도 좋아서 CD를 사서 듣기도 했던 가수 - 셀린디온. 나는 그녀의 노래를 많이 듣기도 하고 부르기도 했다. Oh holy night 이 곡은 어렸을 때 들었던 건 아니고, 20대 정도에 셀린디온의 불어 노래를 새삼 다시 찾아서 들었던 시기에 알게 되서 많이 듣고 좋아했던 노래이다.
이 곡은 셀린디온이 부른 버전이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크리스마스 캐롤곡에도 들어 있어서 이래저래 아주 생소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12월 25일에 잘 어울리기는 곡이기도 했다.
가사의 의미를 새삼 찾아보니, 종교적으로는 고요하고 거룩한 밤에 성스러운 구원자가 탄생했다는 의미이지만, 종교의 의미를 벗어나더라도, 어두운 시기에 희망과 존엄이 시작된다는 전환의 의미를 가진다고 나와 있어서 의미가 참 좋다고 느껴졌다. 두 곡 중에 이 곡을 먼저 한 후에, 이 의미를 관객들에게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래 불러온 노래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들려드리는 것이니 연습을 틈틈히 했다. 운전할 때 많이 했다. 혼자 작업할 때도 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연습하면 목이 쉬어서 정작 무대에서 좋은 소리가 안 나올까 걱정됐다. 프로들은 이런 것을 다 감안해서 조절하며 연습하려나? 나는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서. 그냥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일 마지막 부분이 호흡도 길고 음이 높아서 -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가 올라가는 것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루라도 젊을 때 더 많이 불러야 한다. - 살짝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제일 마지막 부분에서 호흡도 좀 딸리고, 삑사리도 조금 났다. 그 부분만 빼면 전체적으로 괜찮은 것 같았다.
처음에 부르는데 MR 반주소리가 잘 안들려서, 노래의 속도를 잘 맞출 수 있을까 걱정됐다. 어쩔 수 없었다. 노래는 이미 시작됐다. 예상한대로, 곡은 좀 생소할 수 있어도 목소리의 장점을 잘 느낄 수 있는 선곡이었다. 부르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지난 후 관객들이 몰입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노래할 때 보통 눈을 감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된다. 가끔 실눈을 뜨는데,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부르고 나니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앵콜을 외쳤다.
두곡을 부르고 내려왔는데 어떤 분은 안아주셨고, 어떤 분은 어떻게 그렇게 목소리가 예쁘냐고 했다. 천사가 내려온 것 같다,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뜻밖의 행운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떤 분은 남편분이 노랫말을 쓰시는데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고 가사 유투브를 보여주셨다.
잠시나마 행복한 가수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