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지간 기법을 활용하라
비행기가 가장 많은 연료를 쓰는 구간은 언제일까? 주로 이륙할 때 가장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고 말한다. 이륙 시 모든 엔진은 최대 풀가동이 된다. 덕분에 비행기는 중력을 극복하고, 하늘로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된다. 일단 이륙에 성공하면, 일정 고도에 올라 제트기류를 타고 목적지까지 상대적으로 적은 연료를 소모하며 운항한다. 그 큰 비행기도 이륙을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처럼, 영업도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일단 고객을 만나야 어떤 제품을 판매할지. 어떤 전략으로 팔지를 결정할 수가 있다. 아무리 우리가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고객이 우리 제품을 모르면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롤프 도벨리의《스마트한 선택들》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영리한 지네가 한 마리 있었다. 지네는 탁자 모서리에 달라붙어서 사탕가루가 놓여 있는 건너편 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영리한 지네는 탁자의 왼쪽 다리를 타고 내려갈까 아니면 오른쪽 다리를 타고 내려갈까 생각해보고, 또 건너편 탁자에 다다르면 그 탁자의 오른쪽 다리를 타고 올라갈지 아니면 왼쪽 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갈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 다음에 지네는 자신의 어떤 다리를 쓰기 시작해야 가장 이상적 일지, 어떤 순서로 다리들을 움직여야 할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그 지네는 자신이 배운 산수를 총동원해 모든 가능성들을 철저히 계산한 후에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마침내 지네가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생각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쓴 지네는 결국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굶어 죽고 말았다.
처음 제약회사를 입사하여 합숙교육을 받고, 내가 영업할 지역이 정해졌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의원에 가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기존에 인수인계받은 의원만 방문하고 새로운 의원을 가는 것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였다. 하루는 심영곤 소장님이 불러 “이번 주 신규 거래처를 최소한 하나 이상은 만들 도전을 해봐! 우선은 도전해보자. 고민만 한다고 결과가 나오지는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만 하다가 ‘그래 한번 해보자. 혼나면 혼나 보지 뭐’, 라는 결심으로 떨리는 마음을 안고, 한 내과의원에 들어갔다. 간호사에게 명함을 건네고, “안녕하세요? 원장님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용건을 확인하고 명함을 건네 드렸다. 잠시 후 원장님이 들어오라고 하셨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네, 이번에 이 지역을 새로 맡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자주 방문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여기 전체 의약품 리스트입니다.”
“우리가 쓸 약이 뭐가 있죠?(30초 동안 시간만 지나감) 오늘은 바쁘니까 다음에 오세요.”
진짜 인사만 하고 나왔다. 원장님이 나중에 말씀해주셨지만, 별 특별한 사람 다 보겠다고 생각하셨다 어떤 약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으니 아무런 성과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여겼다. 한 의원에서는 ‘당신 회사는 볼 생각도 없으니까 들어오지 마’라고 문전박대당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와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니 전체 의약품을 보여드리기만 하고, 나의 용건과 한 제품을 골라 설명하지 않은 점 같았다. 기존 의원일 경우 어떤 약을 처방하고 계시는지 알고 있으니 원장님이 물어보시면 답변을 드렸으면 되었다. 그래서 의원에서 꼭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하나의 제품을 골라 브로슈어를 가지고 다른 의원을 방문드렸다. 그곳은 신장내과였고, 제품 중 고혈압약이 이 과에서 많이 쓰는 약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다른 약물보다 좋은 점에 대해서 장점만을 말씀드렸다. 한참을 혼자 떠들고 나니 고객이 웃으며 자기도 그 약 쓰고 있다고 말하여 순간 무안했다. 하지만 웃으면서
“원장님 그럼 이 의원을 저희 거래처로 등록해도 될까요? 앞으로 제가 담당자가 되어 원장님에게 좋은 정보와 필요한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류 쓰는 거 없이 사업자 등록증과 출신 대학, 의사면허만 알면 됩니다.”라고 말하자 “그래요. 약을 안 쓰는 거라면 주기 힘들지만, 쓰는데 자주 봅시다.”하고 첫 신규를 만들어 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후, 소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은 “그래 한번 해보니까 쉽지? 앞으로 이런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봐.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오늘 하루 더 많은 신규를 도전해봐” 그날 하루에만 3곳의 신규를 더 하였다.
내가 신규에 성공한 이유는 바로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선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다. 모든 거래처는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전임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난 들을 것을 100%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믿지 않았다. 전임자와 내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나는 2년 동안 연속으로 신규 세일즈 상을 수상하였다. 새로운 도전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찾아가서 좌우지간 만나고 좌우지간 이야기하면 결국에는 성과가 나타난다."
매년 꾸준하게 상위권 실적을 보이는 G 자동차 박노진 이사의 영업철학이다. 그는 80년부터 영업을 시작하여 몇 해를 제외하고 매년 100대 이상을 팔았다. 그를 환영하는 곳은 없지만, 우선 방문부터 하고 본다. 신문을 찾아 어느 업종이 호황이라고 생각되면 그곳을 중점적으로 방문하였다. 영업사원은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방문을 꺼리게 된다. 하지만 그는 날씨가 나쁘면 더 많은 곳을 방문했다. 이유는 대부분 날씨가 나빠서 외출을 자제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궂은날에도 불구하고 방문하는 걸 고객은 지켜보며, 이미 반쯤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우선은 선입견 없이 고객을 만나야 한다. 운이 좋다면, 자동차를 사려고 영업사원을 찾는 고객을 만날 수도 있다. 또 성실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고객의 마음에 새길 수도 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성과를 만들기는 어렵다. 날씨에 핑계를 대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영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노하우가 생길 수 있는 법이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현대자동차 일본 판매 사장을 지냈던 김진수 씨와 있었던 이야기이다. 김진수 씨가 현대 상사 일본 지점장을 할 때이다. 정주영은 그에게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자네가 일본 지점장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일본에 배를 팔아야지.”
“회장님 일본은 해상왕국인 데다 조선왕국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에 배를 판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팔아보기나 했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은 지금의 현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의 추진력과 뚝심으로 전 세계에 인정받는 현대그룹을 만들어 낸 것이다.
좌우지간 고객을 만나라, 고객을 만나지 않고 성과는 달성할 수 없다. 아무리 고객을 기다려도 최소한 당신이 명함이라도 돌려야 연락이 올 것이다. 우선은 고객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의 제품을 설명하여라. 그리고 판단하여라. 이 고객을 계속 만날지 아니면 다른 고객을 찾아 나설 것인지 확인하라. 만약 고객이 필요한 사항을 알아낸다면, 세일즈는 더 쉬워진다. 원하는 것만 충족시켜주면 된다. 그럼 자연스레 당신의 성과는 나타난다. 고객을 만나지 못할 이유를 찾지 말고 좌우지간 우선 만나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당신에게 묻는다.
“이봐. 해보기나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