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에도 밀당이 필요하다
저의 필살기는 ‘밀당’입니다.
개그우먼 이국주,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남자들은 밀당이 싫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 퍼주는 여자보다는 적당히 밀고 당길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할걸요? 3년 전까지는 저도 다 퍼주는 사람이었어요, 완전 곰처럼. 그런데 그걸 딱 끊으니까 안 친하던 남자들까지 연락이 오더라고요. 여성미가 넘쳤다면 더했겠지만 제 외모에도 열 명 중 한둘은 걸린다는 얘기죠”
예전에 허니 버터 칩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마트에 모든 제품들에 허니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대부분의 제품에 ‘허니’라는 용어가 들어갔다.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은 아이템으로 등극하였다.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올려서 자랑을 하였고, 못 먹어본 사람들은 웃돈을 지불해서라도 먹어보고 싶었다. 이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더 품귀현상은 심해졌고, 매장에서 1인 1 봉지까지 제한하자 더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래서 한국에 허니 마케팅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언제든지 살수있어서 그때의 전성기는 지났다)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었지만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으로 인해 사람들이 일종에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은 '헝거(Hunger)'와 '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로, 잠재 고객을 ‘배고픔’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흔히 헝거 마케팅을 남녀 간 연예인 ‘밀당(밀고 당기기)’에 비유한다. 너무 밀면 상대방에게 흥미로운 감정이 빨리 식을 것이고, 너무 당기면 상대방은 지쳐서 떠난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항상 적당한 밀당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이상형도 아니고, 그 사람을 좋아한 적도 없는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생각날 때가 있는가? 아마 상대방이 당신과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조건 밀고 당기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업사원이라면 한 번쯤은 고객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야 잘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고객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고 싶은가? 갑과 을의 관계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동등한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끌려만 간다면, 당신은 잘하는 것인가? 아니면 못하는 것인가? 정해진 답은 없다.
당신은 주로 고객에게 사주었는가? 아니면 몇몇은 안 되지만, 고객들이 당신을 사주는 영업사원인가? 나도 고객에게 주로 접대를 하는 영업사원이지만, 고객들이 나에게 음료수, 커피, 그리고 간식이나 식사, 비싼 음식, 심지어 선물까지도 받아봤다. 처음에는 많이 불편하였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해서 고객이 고마움의 표시로 사주는 것을 고맙게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몇 년 전,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연말을 맞이하여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으니 식사비용을 내라는 이야기였다. 인원만 거의 150명. 교수님에게 전화로 거절하기 어려워서 직접 뵙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교수님, 정부의 김영란 법으로 회사에서 교수님에게 접대할 수 있는 금액은 1인당 금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또 의약품의 경우, 의사 선생님에게만 접대하도록 되어있어, 간호사 선생님에게는 불가능합니다. 제약협회에 미리 신고해야 하고, 제품 설명회를 하여야 합니다. 다른 제약사처럼 사진과 서명까지 받아야 합니다.”
규정을 설명하고, 송년회는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은 크게 노여워하셨다. 우선 최대한 공손하게 화를 풀어 드리려고 노력하였다. 결국 교수님은 제품 사용을 중단하셨지만 후회는 없다.
처음부터 제약회사에서 다 지원하였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다. 고객을 욕하기 이전에 나 스스로 먼저 반성해봐야 한다. 교수님들도 규정을 지키는 것이 감정이 상하고, 불편하시겠지만 향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교수님을 지켜드리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내가 아쉬운 것은 실적이 떨어지는 것보다 귀중한 교수님 한 분을 잃어버렸다는 안타까움만 클 뿐이다.
의료업종은 정부 정책으로 쌍벌죄, 리베이트 척결 같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업을 하면서 많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거기다가 매출실적을 가지고 압박하면 더더욱 유혹에 빠지기 쉽다. 미래에 감사를 받아 적발되면 매출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가 내려가는 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는 매년 윤리교육을 시키고 있다. 몇몇 회사들은 아예 영업사원 목표를 없애버렸다. 목표는 매년 높게 주어주고, 윤리를 지키라고 하는 것 자체가 영업사원이 불법적인 행동을 묵인한다는 판단으로 여길 수 있다.
지그 지글러는 ≪진심을 팔아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정직하고 양심적인 태도로 살아가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 물론 당장에 보상이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양심적이고 정직하고 신뢰성 있는 삶의 태도는 언젠가 놀라운 기적으로 돌아올 미래의 보상을 차곡차곡 쌓는 것과 같다.”.
개인과 조직이 평가 축으로부터 기인한 한 목소리로 통일된 세일즈 문화를 갖게 되면 하나를 팔더라도 잘 팔려고 노력하게 되고,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불완전 판매를 미연에 예방하여 정도 영업을 할 수 있으며, 더 멀리 가는 영업이 가능해진다. IT 발달로 정도 영업이 더욱 중요시되며, 준법감시인(compliance)이 필요할 만큼 변화된 환경에서 정도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점점 똑똑해지는 고객으로 인해 정도 세일즈를 하지 않으면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어떻게 해서 한건을 팔았다 하더라도 그 악영향으로 세건, 열 건의 컴플레인이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윤리경영이 대세다 세일즈맨이 잘 팔기 위해서는 더더욱 자신의 지식과 스킬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서 정직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세일즈를 해야 한다. 세일즈에는 핑계가 없어야 한다.
나도 감사를 받아본 적이 있다. 몇 년 동안 주말도 반납해가며 학회에 참석하고, 비용절감을 위해서 조금 더 저렴한 주차장에 주차하고, 식당에서 비용이 오버될까 봐 식당 주인에게 애교를 떨며 서비스를 받은 나에게 ‘어떻게 회사가 이렇게 나를 무시할까?’ 하고 실망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바꾸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규정을 더 잘 알고, 후배들에게도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해서 연애를 하는 것이지 갑과 을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약간의 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진짜 갑과 을처럼 일방적인 관계라면 사귈 이유는 없다. 항상 끌려간다면 주도권은커녕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고객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형성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끌려가지 않으려면 당신의 실력을 높이면 된다. 고객과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메드트로닉(Medtronic)에서 그것을 느꼈다. 나의 매니저였던 이미경 차장님(현재 타 회사의 사장님)은 제품에 대해서 완벽할 때까지 교육을 시켰다. 필드에 나가서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고객에게 무시당할 수 있다고 제품과 수술 프로시저, 그리고 관련된 의학지식까지 공부시켰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회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게 함으로써 내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가르쳤다. 몇 번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현장에 나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졌다. 그 분야의 저명한 교수님과 환자에 관해서 서로 논의할 수도 있었고, 우리 제품이 어느 부위에 이식되면 좋을지도 상의하였다. 그때의 경험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교수님에게 항상 을인 세일즈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교수님과 의견을 나누었던 기억이다.
우리는 항상 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원한 을은 없다. 을일 때도 있고 갑일 때도 있다. 하지만 난 무조건 끌려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마음에 드는 이성이 다른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다면 쉽게 접근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성이라면 당신은 그 이성에게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 처음부터 선물 공세를 하였다면 계속 선물 공세를 해야 한다. 공주님으로 모셨다면 계속 공주님으로 모셔야 한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한 순간, 연인은 다른 경쟁자와 함께 멀리 떠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처음부터 정도영업을 하자. 그러면 적어도 앞의 사유 때문에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밀 것인가? 당길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