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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11. 2022

행복은 가벼운 유머와 위스키 한 모금

아일랜드 인에게 듣는 '인생의 물', 아이리시 위스키 이야기

위스키는 아일랜드어로 ‘인생의 물’이라고 불릴 만큼, 아일랜드인에게 위스키는 일생을 함께하는 좋은 친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신비의 묘약으로 사랑받는다고 해요. 아일랜드 위스키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아일랜드 출신 수영복 디자이너 린들 다우드(LYNDEL DOWD)와의 인터뷰입니다.  




Conas a tá tú? 안녕하세요, 한국 친구들. 저는 남부 아일랜드 코르크(CORK) 출신 린들 다우드라고 해요.


아일랜드는 물의 나라예요. 거의 언제나 비가 내리거든요.


언제나 비가 내리면 우울하지 않냐구요? 글쎄요. 회색 하늘, 궂은 날씨까지는 동의할게요.

하지만 온통 콘크리트로 뒤덮인 회색 거리,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도 좀처럼 반갑게 인사하지 않는 심술궂은 얼굴은 아일랜드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저는 런던에서 지낼 때 그런 쌀쌀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럼 아일랜드 이야기를 해볼까요? 네, 거의 언제나 비가 내려요. 덕분에 산과 들이 온통 초록빛으로 일렁이고 강물과 바닷물은 푸르고 차갑죠. 깨끗한 강물과 바닷물 속에는 물고기와 해초, 해산물이 넘쳐나고 아일랜드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넘쳐난답니다.


행복의 비결이요? 유머 아닐까요? 아일랜드인은 어려운 일이 생겨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아일랜드도 큰 타격을 입었어요. 문제에 집중하고 낙담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결책에 집중하는 아일랜드인 특유의 유쾌한 기질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전통 펍(Pub)도 춥고 궂은 날씨가 잦은 아일랜드에서 행복에 아주 중요한 요소예요. 비가 내리는 싸늘한 저녁 무렵이 되면 작고 어두컴컴한 펍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답니다. 작은 펍은 발 디딜 틈 없이 금방 사람들로 꽉 차 버려요. 위스키 한 잔이나 흑맥주 한 잔이면 친구들과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마련이지요. 한쪽 벽난로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타오르는 이탄(PEAT)은 위스키며 맥주를 마실 때 독특한 향을 더한답니다. 누군가가 아이리시 바이올린을 켜고 피리를 불면 어디선가 노래가 들리고, “한 곡 더!”를 외치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흥겨운 춤판이 벌어지기도 해요.


아일랜드인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위스키도 빼놓을 수 없어요. 아일랜드인에게 위스키는 아주 중요해요. 아일랜드어로 위스키를 ‘인생의 물(UISCE BEATHA)’이라고 부른 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을 촬영하기도 했던 스켈링 마이클(SKELLING MICHAEL) 섬에서 세상과 동떨어져 지낸 수도사들에게도 위스키는 그야말로 ‘인생의 물’이었죠. 물이 없는 작은 돌섬에서 위스키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추위를 막아주는 가장 안전한 음료수였어요. 섬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까지는 적어도 2시간이 걸렸죠. 그 옛날 수도사들이 찬바람 부는 추운 겨울날 거친 바다에 작은 쪽배를 띄워 노를 젓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위스키 한 모금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저도 위스키를 좋아하냐고요? 그럼요. 제가 디자인한 비키니 베스트셀러도 아이리시 위스키 색깔인 걸요.

린들 다우드(Lyndel Dowd)가 디자인한 아이리시 위스키색 비키니. www.iamzazie.com


저와 제 남편 밴이 호주에서 처음 만난 저녁에도 위스키 테이스팅 바에 갔어요. 저희가 위스키를 좋아하는 걸 알고 친구들이 결혼 선물로 미첼앤선(Mitchell&Son) 설립 200주년 기념으로 그해에 1000병만 생산한 그린 스파트(Green Spot) 위스키를 선물해 주었답니다.

미첼앤선(Mitchell&Son) 그린 스파트(Green Spot) 위스키


강하고 스모키 한 스카치위스키도 좋지만 저는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매력인 아아리시 위스키를 선호해요. 스카치 위스키는 whisky, 아이리시 위스키는 whiskey라고 표기하니 부드러운 위스키를 원하실 땐, ‘s’와 ‘y’ 사이의 ‘e’를 확인하는 걸 잊지 마세요.


아일랜드에서 해가 비치는 날이 많은 여름이 시작되면 부모님과 저희 6남매는 캠핑을 떠나곤 했어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땐 5월 말경 마지막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답니다. 시험이 끝나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의 긴 여름방학 동안 데리네인 블루 플래그 비치(DERRYNANE BLUE FLAG BEACH) 캠핑장의 작은 캐러밴이 우리 집이 되었답니다. 코르크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차에 가득 물이며 먹을거리며 생필품을 실어 나르시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전기도, 물도, 차도 없이 그 작은 캐러밴 안에서 어머니 혼자 어떻게 6남매를 건사하며 3개월을 보내셨나 모르겠어요.


아일랜드에서는 한여름에 25°C만 되어도 뉴스거리예요. 그 정도로 여름에도 아일랜드 바닷물은 차답니다. 차고 깨끗한 바닷물 덕분에 아귀, 가리비, 해초 등이 넘쳐나지요. 잠수를 해서 가리비며 해산물을 건져 올릴 때면 한여름에도 어찌나 추운지 입술이 파랗게 되고 부르르 몸이 떨릴 정도랍니다.

바다에서 나와 차가워진 몸을 데울 땐, 위스키 한 모금이 정말 큰 힘이 돼요. 어렵게 건져 올린 커다란 가리비며 조개는 위스키를 살짝 부어 플랑베를 한 후 입에 넣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답니다.


다음 여름휴가는 어떻게 보내실 생각이세요? 저는 여느 해처럼 블루 플래그 비치에서 가족 모두와 함께 보낼 거예요. 부모님은 물론 미국, 영국, 호주 멀리에 멀리 떨어져 있는 언니 오빠네 가족들도 함께 모이기로 했거든요. 캐러밴이 몇 대 더 필요할 테고, 막내인 저희는 캐러밴 근처 어딘가에 작은 텐트를 칠 거예요. 오랜만에 대가족이 모이니 정신없지만 재미있는 휴가가 되겠죠?


비 내리는 싸늘한 저녁, 가족 친구들과 다 함께 모여 부드러운 아이리시 위스키 사워에 향기로운 위스키 조개구이 어떠세요?



< 위스키 사워 WHISKEY SOUR >

상큼하고 짜릿하게 즐기는 한 잔의 여유와 위로, 위스키 사워


재료

아이리시 위스키, 갓 짠 레몬주스, 달걀 흰자, 설탕 시럽, 얼음, 칵테일 셰이커


만들기

1) 칵테일 셰이커에 아이리시 위스키:갓 짠 레몬주스: 설탕 시럽을 3:1:1 정도로 넣어주세요. 맛을 보고 위스키, 상큼한 맛, 단맛을 원하는 만큼 조절하면 돼요.

2) 작은 거품이 가득한 위스키사워를 위해서 달걀 흰자를 조금 넣어주세요.

3) 얼음 한두 조각을 넣고 마구 흔들어주세요.
4) 레몬 한 조각이나 체리 한 알을 곁들여도 좋아요.



< 위스키 조개구이 >   

쫄깃하고 깔끔한 조개의 맛에 더해지는 풍부한 향, 위스키 조개구이


재료

아이리시 위스키, 가리비 혹은 조개, 소금, 레몬주스, 해초 가루, 토치


만들기

1) 가리비나 조개껍데기를 윗부분만 제거하고 깨끗하게 준비해주세요.

2) 가리비와 조개 위에 위스키를 아주 살짝 부어주세요.

3) 토치로 가리비와 조개를 그을릴 게요. 위스키 때문에 작은 불꽃이 일고 보기 좋을 만큼 표면이 노릇노릇해지게 익혀주세요.

4) 레몬주스, 소금을 원하는 만큼 더해 주세요.

5) 해초 가루를 뿌리고, 위스키를 살짝 더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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