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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08. 2022

이탈리아 심야식당?

몇 시까지 술 마시세요?

한국은 어떤 나라야? 나는 한국은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라고 말한다. 골목 어디든 24시간 편의점이 있어서 어느 시간이든 , 담배, 음식, 간단한 생필품을   있는 나라. 초저녁 저녁 식사  가볍게 맥주  , 식당에서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 청하   반주에 저녁을 먹고,  후엔 아쉬우니 간단한 안주에 소주  ,  다음은 가볍게 와인  ,  동이 트는 새벽에 해장국까지 먹고 택시 잡아 타고 편하게 집에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탈리아는 어떤 나라야? 이탈리아는 가게 불이 일찍 꺼지는 나라다. 이탈리아에 오고 나서 밖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셔본 기억이 없다.


맥시멈은? 정말 늦게까지라면 새벽 2시 정도? 초저녁에 해 지는 거 보고 집에서 나와서 동틀 녘에 해장국 마시고 집에 들어간다고 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얼마나 놀랠까? 혈기왕성한 이탈리아 젊은이들에게는 아주 부러워할 이야기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나서 내게는 몇 개의 강박이 생겼다. 예약한 식사 시간은 꼭 지킨다. 10분 이상 늦어질 것 같으면 꼭 미리 전화를 해서 알린다. 예약한 인원에 변동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 중 특정 식재료를 싫어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필히 예약 전화를 할 때 미리 이야기한다. 예약 시간 엄수, 예약 인원 준수, 기피 식재료에 대한 정보 공유.


이밖에 필사적으로 지키는 것이 하나 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마지막 테이블 손님으로 남게 되는 건 피한다. 밥장사든 물장사든 오픈 시간은 주인이 정해도 마감 시간은 마지막 손님이 일어나야 끝이 보인다. 점심 식사 1시에 예약하고 4시에 나타난 러시아 단체 손님들이 얼마나 미웠던가? 밤 10시가 넘어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손님은 어떻고? 식사 시작 시간이 늦으면 식사 끝나는 시간이 늦는 것도 당연할 일.


즐겁게 식사를 하다가도 갑자기 주위가 썰렁하고 조용하게 느껴지면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웨이터에게 묻는다. "혹시 우리가 마지막 테이블인가요?" 아주 이른 시간이 아니라면, 그렇다는 답이 돌아오면 허둥지둥 마음이 급해진다. 이런 내 성격 때문에 같이 식사하러 온 사람들도 여간 불편해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어쩌랴? 마지막 손님으로 남는 건 영 마음이 불편하다.


이탈리아 저녁 식사 시간은 한국보다 늦은 편이다. 보통 8시 반은 되어야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굳이 긴 코스 요리를 먹지 않아도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1인당 2 접시 정도만 시켜 먹고 치즈에 후식에 식후주에 커피까지 마시고 일어나면 자정은 기본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2차를 가는 경우는 드물다. 자정 이후에 손님을 받아주는 술집을 찾는 것도 일이다.


아! 자정이 넘어 새벽까지 영업하는 곳이 있긴 있다. 디스코텍. 그럼 디스코텍에서 자정이 넘어 한껏 에너지를 발산하고 나온 젊은이들은 그럼 어떻게 하나? 배는 고프고 주머니는 가벼운 그들의 선택은?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케밥 가게다. 가끔 밤늦게 주차장에서 여러 가지 빠니노와 꼬마 병맥주를 파는 푸드 트럭도 있긴 하다.


화이트 트러플 박람회로 유명한 알바에는 '헤밍웨이'라는 칵테일 바가 있다. 여러 종류의 칵테일, 와인, 맥주 등과 간단한 야참을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이 유명한 이유가 있다. 알바 시내에서 가장 늦은 시간,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는 몇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새벽 2시까지만 영업이라구? 좀 더 뭉기적거리고 안 나가고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새벽 2시가 다가오면 양복을 입은 덩지가 큰 흑인 기도가 가게 안을 순회 한다. 만원 지하철 문 앞사람을 밀어 넣는 푸쉬맨과는 반대의 역할이다. 만원 술집 안에서 끝까지 나가지 않고 버티는 손님들을, 굳이 무력으로 끌어내지 않더라도 알아서 제 발로 걸어 나가게 하는 역할이다.


늦게까지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같은 곳이 이탈리아에 생긴다면 어떨까? 자정부터 새벽까지, 손님이 원하는 심플하지만 정성 들어간 요리를 만들어주는, 편안한 음식과 술이 있는 작은 식당. 마지막 손님으로 남아도 급하게 일어서지 않고, 조곤조곤 속 깊은 대화도 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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