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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Nov 25. 2022

이탈리아에서 원하는 식당을 예약하는 법

저녁 여섯 시 전화벨이 울립니다. “두 명 예약을 하고 싶은데요.” “네, 원하는 날짜를 말씀해 주세요.” “오늘 저녁이요.” “죄송하지만 오늘 저녁은 만원입니다.” “두 명인데 어떻게 안 되나요?” “죄송합니다. 더 이상 예약 가능한 테이블이 없습니다.”


보통은 인사를 하고 이렇게 통화가 끝납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제가 아주 여러 번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인데요. 대체 예약을 하려면 얼마나 전에 전화를 해야 하는 거예요?” “주말 예약은 서두르시는 게 좋고, 평일 예약은 적어도 며칠 여유를 두셔야 합니다.” “적어도 며칠이 정확히 며칠인데요?” “원하시면 현재 예약 가능한 날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정확히 며칠 전에 전화해야 하는지가 궁금해서요.”


음...... 이쯤 되면 이 손님의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정확히 며칠 전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확답드릴 수는 없습니다. 매일의 예약 상황이 다릅니다. 다만 지금처럼 당일 저녁 식사를 저녁 시간에 전화 주시면 예약하시긴 어렵습니다.”


저녁 서비스 한 두 시간 전에 당일 예약이 가능한 식당이라면 글쎄요...... 아주 운이 좋으시거나, 무언가 모자란 식당일 경우라고 봅니다.


레스토랑에 따라 다르지만 전화벨 소리 때문에 서비스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서비스 시간에는 전화 자체를 아예 받지 않는 식당도 많습니다.

아예 전화 예약 자체를 받지 않는 식당도 있지요. 전화 통화로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 예약 시스템에서 결제 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노쇼(No show)의 경우에도 인원수만큼의 기본 서비스료가 자동으로 결제되는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레스토랑에 따라 인터넷 예약도 날짜를 공지한 날짜와 시간부터 한 달치 예약을 모두 받는 곳도 있지요. 보통 월별 칼렌더가 날짜별로 표시되는데 색으로 예약 가능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표시하기도 합니다. 초록색은 예약 가능한 날짜, 노란색은 웨이팅 리스트 등록이 가능한 날짜, 빨간색은 웨이팅 리스트 예약도 모두 끝난 날짜 식으로 구분이 되지요.

보통 이렇게 인터넷 예약 시스템으로만 예약을 받는 레스토랑은 전화 문의조차 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어떻게 레스토랑과 소통할까요? 네, 이메일이 있습니다.

너무 정나미 없지 않냐고요? 인간미가 떨어지긴 합니다만 적어도 쌍방의 시간을 낭비하는 건 막아주지요.


정반대의 운영 철학을 가진 식당도 있습니다. 예약 관리와 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뺏기니 아예 예약 자체를 받지 않는 겁니다. 토리노의 몇몇 푸짐하고 저렴한 식당이나 나폴리의 몇몇 피잣집에서 이 방법을 쓰지요. 대부분 테이블을 회전하는 식당에서 쓰는 방법입니다. 예약을 할 수 없으니 테이블을 안내받을 때까지 줄을 설 수밖에요.


기온이 훅 떨어지고 트러플 박람회도 끝나가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예약 문의 전화에는 “죄송합니다. 원하시는 날짜 예약이 불가능합니다.”라고 대답해야 하니, 전화를 받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김이 빠지기는 마찬가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원하는 레스토랑 예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꼭 원하는 날짜가 있다면 예약을 미리 하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식을 원하는 주말, 날짜를 바꿀 수 없는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 4명 이상의 예약인 경우엔 몇 주 전에 예약을 하는 게 좋지요.

‘토요일 생일을 맞은 20명의 저녁 식사’ 예약이라면요? 적어도 한 두 달은 전에 예약을 해야겠지요.


‘뭘, 밥 한 끼 먹는데 그리 유난스럽게 예약을 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스무 분은 저녁 식사할 식당을 못 찾아 추위에 벌벌 떨면서 핏제리아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으실 수도 있겠군요.

뭘 그렇게까지 겁을 주냐구요? 화창한 일요일 11시가 넘은 시간, 계획 없이 집을 나섰다가 두 시간을 넘게 헤매다 결국 피자로 늦은 점심을 해치웠던 쓰라린 경험이 저도 있거든요.


“토요일 저녁 두 명 예약했는데요. 제 남친 생일인데 깜짝 파티를 하려구요. 열 명이 더 올 거예요.”

 “죄송하지만, 만석입니다. 두 분 포함 총 네 분까지 모실 수 있게 자리를 조정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만약 예약을 취소하고 싶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모든 면이 마음에 쏙 드는 식당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예약이 쉽지 않은 식당이라면 식당 선택을 잘 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식당을 선택할 때 음식의 질과 맛, 선택의 폭이 넓은 와인 리스트, 친절한 서비스, 레스토랑의 분위기, 레스토랑의 위치, 주차의 편의성, 손님에게 청구하는 가격을 봅니다. 그 중 세 개만 충족되어도 일찌감치 예약을 하지요.


식당을 선택하는 여러 조건 중 꼭 세 개만 꼽으라면 ‘깊은 맛, 친절한 서비스, 가격’을 택하겠습니다. 우선, 요리가 아주 훌륭한 식당이 와인 리스트를 소홀히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또, 친절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면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작은 레스토랑일 경우가 많으니 레스토랑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뒤통수 치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라면 만족도가 높기는 어렵겠지요. 모든 면에서 가격에 맞는 질을 기대하게 될 테니 실망하는 면도 생길 겝니다.


스위스, 독일에서 오신 손님들은 일 년 전에 예약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탈리아 손님들만 당일 저녁에 전화를 해서 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생떼를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무리한 요구를 자주 하다보니 많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정작 이탈리아 손님은 꺼리기도 한답니다.


이탈리아에는 <Il sapore del successo(성공의 맛)>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Burnt>가 떠오릅니다. 레스토랑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장면을 단 한 컷으로 보여주거든요. 레스토랑 운영자가 휴대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곤 단호하게 말하죠. “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다시는 이 번호로 전화하지 마세요!” 공식적인 레스토랑 번호가 아니라 개인 친분을 이용해 예약을 하려고 하는 손님에게 단칼에 거절의 대답을 하는 장면이었죠.


아무리 잘 나가더라도 미리 예약하는 예의 바른 손님을 단호히 거부할 식당은 세계 어디에도 없겠죠?


여행, 그것도 이탈리아까지의 여행이라면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간단하게 빠니노, 피자도 좋지만 적어도 꼭 한 번은 현지인이 많이 찾는 식당에서 전통적인 그 지역의 요리를 맛보시길 바랍니다.

평일 점심 식사 기회를 노려 보세요.

아! 예약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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