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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24. 2021

타르투포. 고급 정보 들어갑니다~

어떻게 고를까?


먼저 향, 냄새입니다. 타르투포 네로tartufo nero 든 타르투포 비앙코tartufo bianco든 맛보다 향으로 먹는 타르투포인지라 가능하다면 향을 맡아보고 사시길 권합니다. 타르투포 네로는 6종류의 나무 아래에서, 타르투포 비앙코는 13종류의 나무 아래에서 자라니, 나무 종류에 따라 향이 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까요?

다음은 무른 정도를 보세요. 판매자가 허락한다면 손가락으로 만져 보세요. 엄지와 검지 사이에 놓고 눌렀을 때 너무 단단하면 향이 덜 할 수 있고, 너무 무르면 속이 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타프투포도 버섯인지라 하루하루 상태가 달라지는 게 당연하겠지요.

사이즈도 보십시오. 타르투포는 크기가 클수록 가격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크기만 크다고 다 좋은 타르투포는 아니지요. 1인용 한 접시 위에 올라가는 타르투포는 9-10그람이 적당합니다. 두 사람이 한 접시에만 올린다면 20그람 정도, 두 접시에 올린다면 40그람~50그람 정도의 타르투포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보관할까?


“Madonna!!!! 세상에!!! 도대체 뭘 한 거야? 이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밀라노 놈들은 안 된 다니까!” 열손가락을 머리털 밑에 넣고 거의 울부짖듯 얼굴이 벌개진 주방장이 소리쳤습니다. ‘아니,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아말피 코스트 마이오리에서 일할 무렵입니다. 밀라노 출신 동료 요리사 쥴리오가 어제 저녁 서비스를 마치고 모짜렐라 치즈를 냉장고에 넣은 겁니다.  ‘무더운 여름, 물기 많은 모짜렐라 치즈를 냉장고에 넣는 게 어디가 어때서?’ 현지 문화를 타지 사람이 단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값비싼 타르투포도 보관 방법을 제대로 알면 나쁠 게 없겠지요? 자, 퀴즈를 내겠습니다.

문제: 타르투포는 어디에 보관하는 게 좋을까요?

가. 쌀을 가득 담은 유리병 속

나. 계란을 가득 담은 유리병 속

다. 종이로 감싼 유리병 속


가. 삐~ 아닙니다. 타르투포도 버섯인지라 수분이 있습니다. 쌀독 속에 묻어 보관하면 타르투포의 모든 수분과 향을 쌀이 모두 빼앗아 버립니다. 타르투포는 속이 빈 강정이 되어 버리지요. 정말 타르투포가 작은데, 적은 양의 타르투포로 리조또를 만들고 싶은 목적이라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요.

나. 삐~ 저라면 하지 않겠습니다. 계란 역시 타르투포의 향을 빨아들입니다. 계란 표면의 살모넬라 균이 타르투포에 좋을 리도 없겠지요.

다. 딩동댕~ 타르투포의 본고장 랑게와 로에로 지역에서는 타르투포를 하나하나 부드러운 종이에 감싼 후 아무 냄새가 없는 유리병 속에 넣어 보관합니다. 그 유리병은 냉장고에 넣어 주세요. 타르투포도 숨을 쉬지요. 그러니 수분을 뱉아 냅니다. 종이로 감싸지 않으면 여분의 수분이 값비싼 타프투포의 표면에 곰팡이를 슬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어떻게 준비할까?


타르투포에 흙이 묻어 있는 경우 우선 모에 힘이 있는 타르투포 전용 솔로 흙을 제거해 줍니다. 그리고는 흐르는 찬물 아래에서 재빨리 전용 솔을 이용해 여분의 흙을 모두 제거하고 물기를 꼼꼼하게 제거해 주세요. 물기를 제거한 타르투포는 부드러운 종이 키친 타올로 하나하나 감싸 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꼭 타르투포 칼을 준비해 주세요. 타르투포 칼은 작은 대패가 달린 손거울 모양으로 생겼답니다. 작은 나사로 칼날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지요. 타르투포는 얇게 저밀수록 좋습니다. 새로 산 칼은 언제나 날이 서 있기 마련이지요. 타르투포를 저미며 손을 다치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한 손으로는 타르투포 칼 손잡이를 꼭 잡고, 다른 손으로는 손가락을 구부리지 말고, 손가락을 모아 쭉 뻗고 타르투포를 눌러서 칼날에 닿을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재빨리 타르투포를 얇게 저며 얇은 타르투포 조각이 요리 위에 바로 떨어질 수 있게 해 주세요.  



언제 먹을까?


타르투포는 역시 가을이지요. 2021년 올 해 알바의 타르투포 비앙코 축제 공식 일정은 10월 9일부터 12월 5일까지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10월도 역시 이릅니다. 아무래도 날씨가 많이 쌀쌀해지면 축제에 지장이 생기니 무더위가 가시자마자 축제를 서두르는 거지요. 하지만 적어도 11월은 되어야 타르투포 맛이 들고 생산량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계절과 상관 없이 타르투포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름에도 타르투포를 찾아 대지요. 네, 여름에도 타르투포가 있기는 합니다. 값비싼 타르투포 비앙코는 서늘해지는 가을에야 나오지만, 여름에는 타르투포 네로의 하나인 스코르쪼네가 있습니다. 여름 타르투포는 향이 덜하고 비교적 수분이 높아 며칠 만에 쉽게 물러집니다. 가을 타르투포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여름에 이 지역을 방문하시는데 타르투포를 맛보지 못 해 아쉽다고 생각 되신다면, 조금 향은 덜하더라도 여름 타르투포라도 맛보시기를 권합니다. 눈앞에서 사샤샥 눈처럼 접시 위에 떨어지는 검은 타르투포의 향연,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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