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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24. 2021

타르투포를 아시나요?

타르투포, 트러플, 송로버섯

아니 대체 어떤 맛이길래?     

“앗! 이게 무슨 고약한 냄새에요?” 갑자기 우크라이나에서 온 스테이저 알레산드라가 양 미간을 힘껏 찌뿌리고 코를 잡고 펄쩍 뛰었습니다. 소믈리에 알레산드로가 타르투포 비앙코를 담은 유리병 뚜껑을 막 열자마자 벌어진 풍경입니다. “알레산드라, 너 이 냄새가 얼마짜린지 아니? 죽기 전 꼭 맛봐야 할 산해진미 중 하나라 했거늘.....”      

가을이 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는 귀하디 귀한 타르투포 비앙코. 과연 어떤 맛이고 어떤 향이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걸까요? 우리의 덩지만 큰 귀여운 꼬마 아가씨 알레산드라에겐 코를 싸잡고 펄쩍 뛸 만큼 심한 악취로 느껴졌지요. 그도 그럴 것이 병뚜껑을 열자마자 온 키친이 타르투포 비앙코 냄새로 덮였으니, 갑자기 덮친 후각적 충격도 이해가 됩니다.     

저는 타르투포 비앙코 향을 처음 맡았을 때, 가을 무 말리는 냄새가 떠올랐습니다. 맛은 단맛이 덜 한 심심한 밤맛이라고 할까요? ‘무 양이 나는 단 맛 없는 밤’이 100그람에 500유로~900유로를 훅 뛰어넘는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타르투포 성수기엔 레스토랑 자리도 없다구요?

“안녕하세요, 금요일 저녁 식사를 예약하고 싶은데요. 네, 두 사람입니다.......네? 12월 중순까지 예약이 꽉 찼다구요? 두 사람 식사할 자리가 정말 없어요?” “아니, 쓰리 스타 미슐랭 레스토랑도 아니고. 무슨 그냥 오스테리아 자리 하나 잡기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나요?”

“그러게요. 죄송합니다. 9월 중순에서 12월 초까지는 타르투포 성수기라 예약이 어렵습니다. 특히 주말은 예약은 몇 달 전이나 심지어 식사 하시고 나가시면서 내년 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예약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음에 찾아주십시오.”     

알바 근처 랑게나 로에로의 좀 맛있다는 레스토랑이라면 매일 오가는 전화 내용입니다.      

왜 맛있다는 레스토랑들은 죄다 좌석이 적을까요?      


도대체 타르투포가 뭐길래

도대체 타르투포가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의 랑게와 로에로 지역으로 몰려드는 걸까요?     

정식 명칭은 Tuber magnatum. 버섯의 일종입니다. 다른 버섯과 다른 점이 있다면 땅 위가 아니라 땅 속에서 자란다는 것. 그리고 100그람에 산지에서는 500유로, 밀라노까지 간다면 800~900유로까지 값이 나간다는 정도일까요?      


돼지냐 개냐

먼저 타르투포 헌팅 이야기를 해 볼까요? 제 아무리 향이 강한 타르투포라지만, 땅 속에서 자라니 사람의 후각으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랑게나 로에로의 사람들은 후각이 발달한 돼지나 개를 훈련시켜 타르투포를 찾아 왔습니다. 다만, 돼지는 타르투포를 찾자마자 제 입 속에 넣기 바쁘고, 땅을 너무 많이 훼손시켜서 이탈리아에서는 1985년부터 돼지를 이용한 타르투포 사냥이 금지되었습니다.

타르투포 헌팅용 개는 몇 대를 거쳐 순종을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3-4대째 순종을 유지시켰다는 쟌니 할아버지의 타르투포 헌팅 개들은 후각이 발달한 건 물론, 몸이 날렵하고 동작이 재빨랐습니다. 훈련이 잘 된 타르투포 헌팅 개들은 혼자서 10사람 몫을 하기도 합니다. 쟌니 할아버지가 제일 예뻐라하는 개 가이아는 어디론가 신나게 뛰어가더니 순식간에 어른 주먹만 한 타르투포 비앙코(화이트 트러플, 백송로 버섯)를 입에 물고 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깊은 산 속에서 자라는 산삼처럼, 타르투포도 버섯이 난 자리 근처에서 다시 버섯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러니 우리나라 심마니들만 아는 비밀이 이 랑게나 로에로 지역의 타르투파이오tartufaio들에게도 있겠지요? 어른 주먹 만 한 값진 타르투포를 얻은 건 기쁘지만, 말 못 하는 개가 혼자 가서 캐 왔으니, 타르투포가 난 자리를 알 수가 없어 쟌니 할아버지는 얼마나 애석했을까요?      


타르투포 비앙코는 부르는 게 값

타르투포 비앙코 성수기에는 타르투포는 부르는 게 값입니다. 특히 2021년처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해는 귀한 타르투포가 더 귀해졌지요. 2020년 100그람에 300~350유로를 조금 웃돌던 타르투포가 2021년엔 500유로를 훅 넘어섰습니다. 500유로를 더 주고도 구할래야 구하기가 어려워졌지요. 랑게나 로에로 산지 가격이 이러니, 밀라노로 넘어가면 가격이 두 배로 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까요?

비교적 값이 덜 나갔던 2019년, 밀라노 원스타 미슐랭 레스토랑 'Ristorante Berton'에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그렇듯이 하루 열 두시간 넘게 주방 불앞에 서고, 쉬는 날은 남들은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엿보러 가지요. 마늘과 라임을 넣은 하얀 리조또에 타르투포 비앙코를 올린 접시 하나가 100유로 정도 하더군요. 타르투포 비앙코 맛은 아는지라, 그럼 타르투포를 빼고 주세요 했습니다. 세상에, 랑게 산지에서 100그람에 350유로 하던 타르투포가 밀라노로 넘어가니 800~900유로를 웃돌더군요. 제가 일하던 그린자네 카불 고성에서 15분이면 가는 마솔리노 와이너리 네비올로가 밀라노로 넘어가니 가격이 두 배로 훅 뛰더이다. ‘아! 이래서 다들 랑게로 랑게로, 로에로로 로에로로 몰려 오는구나.’ 싶었습니다. 대여섯 시간만 자동차를 타면 랑게나 로에로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스위스, 독일 사람들 중 꽤 많은 이들이 랑게나 로에로 지역에 별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와인, 타르투포,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빼어난 풍경이 한 몫을 했겠지요?     


기회가 되신다면 깊은 가을날 랑게, 로에로로 와인과 타르투포를 즐기러 오세요. 어딜 가도 구릉구릉 언덕마다 울긋불긋 빨갛고 노란 단풍이 든 포도밭 물결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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