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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24. 2021

주방 방문도 예약을?

주방 일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매우 고됩니다. 근무시간은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길죠. 저녁 서비스가 끝나갈 시간이 되면 허리 아래에 붙어 있을 두 다리는 무겁다는 말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무릎 관절은 불침을 놓는 듯 따끔거리고 땀에 젖은 조리화 속의 두 발은 퉁퉁 부어 신발에 꼭 끼어 버리죠. 서비스가 끝나갈 때는 어서 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아! 뜨거운 샤워에 시원한 맥주 한 잔!’ 모든 오더가 끝나고 후식 파트만 남으면 그 날의 긴장은 풀린 셈입니다. 도마를 걷어 식기 세척실로 가지고 가고 불판을 닦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농담을 꺼낼 여유가 생깁니다. ‘오늘 쟌니가 입은 티셔츠 봤어? 아, 진짜 왜 쟌니 부인은 한 사이즈 큰 티셔츠를 안 사 주는 거야?’ 

그 순간, 갑자기 홀 책임자가 얄미운 얼굴을 쏙 내밀며 주방에 들어옵니다. “한 고객이 주방을 보고 싶어 합니다.” 주방장은 바로 대답합니다. “그럼요. 문제 없어요.” 요리사들의 눈썹뼈와 이마는 순간 움찔거리고 손이 갑자기 바빠집니다. 정리하던 주방을 순식간에 반짝거리게 만들어야 하니 말입니다. 정리가 채 끝나기도 전입니다. 방문객들은 이미 주방으로 입성합니다. 가스불 주변과 작업대는 아직 온통 거품투성이입니다. 

일고여덟 살 먹은 금발의 한 사내아이를 팔에 안은 멋진 옷의 사내가 들어섭니다. “죄송해요, 제 아들 꿈이 셰프라서요. 집에서도 곧잘 유모를 도와 파이를 만드는 걸 돕기도 하죠. 보렴, 로렌조. 요리가사 되는 일은 이렇게 힘들단다.” “하지만 정말 멋진 일이죠.” 급히 주방장이 한 마디 내뱉습니다. “그럼요, 주방이 정말 멋지네요. 그렇지, 로렌조? 하지만 이 늦은 시간에도 서서 일을 해야 하니 고생들이 많으시네요.” “잘 생각해라, 로렌조.”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장난기 많은 한 요리사가 농을 칩니다. “로렌조, 이래도 요리사가 되고 싶니?” 

행여 그대가 프로 요리사여서 남의 주방이 궁금하거나, 어린 아들의 꿈이 미리 걱정이 되어 힘들게 일하는 요리사의 고된 삶을 직접 보여주고 싶더라도 너무 늦은 시간 주방을 방문해 청소 시간마저 빼앗는 일은 하지 말기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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