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

미국 출국은 오리무중으로

by Natalie

코로나 국면 덕분에 전례 없는 리모트 유학생활은 나에게 매우 힘든 경험이었다. 종강 후 미국 출국을 위한 준비로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밤, 머리에 원형탈모가 크게 생긴 것을 발견했다. 무심하게 손으로 머리를 빗질하던 중, 뒤통수에 맨질맨질한 피부가 느껴졌는데 처음에는 두피에 껌이 붙은 줄 알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거울로 확인해 보니 왼쪽 뒤통수에 족히 4센티는 되는 탈모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생각을 더듬어보니 이미 1~2주 전부터 두피가 많이 가려웠고, 샤워할 때 머리카락이 유독 많이 빠진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다음 날 바로 집 근처 탈모 전문 피부과를 찾았다. 매주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지만, 6월 중순 처음 발견한 탈모반은 7월 초에는 4센티에서 6센티로 커졌고, 추가로 정수리 주변에서 작은 탈모반 네 개가 더 발견되어 다발성 원형탈모 진단을 받았다. 탈모반이 단발성이면 희망적이지만, 다발성은 재발이 잦고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생겼는지 절망스러웠다. 완치가 가능할지, 언제 사라질지, 새로운 탈모반이 생기진 않을지, 전두탈모로 진행되진 않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불치병 판정을 받은 사람처럼 무기력했던 시기였다. 다발성 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재발이 흔해 사실상 완치가 어려운 편이다. 게다가 미국에 가서 논문을 끝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이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상태가 심각해지자 대학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원형탈모 치료는 어디든 스테로이드 치료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발성 탈모환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 대학병원이고, 만약 면역억제제 같은 치료가 필요할 경우 경험 많은 선생님께 진료를 받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원형탈모가 자가면역질환이므로 다른 과 진단이 필요할 때 연계해 검진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출국을 한두 달 앞둔 시점, 나의 마음은 온통 탈모 치료에 가 있었다. 네이버 카페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안 읽어본 치료 후기가 없었다. 세상은 내가 경험한 만큼만 보인다고, 원형탈모를 겪고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며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소아 탈모부터 면역억제제를 받는 환자들의 사연은 안타까우면서도 결코 남 일이 아니었다.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는 확실한 치료제가 없으므로, 생활습관과 식습관 개선,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한 대응책이었다.


머리를 들춰볼 때면 심란한 마음을 추스를 방법이 없었다. 길게 기른 머리는 짧은 단발로 자르고, 매일 탈모반에서 새 머리카락이 자라는지 확인했다. 샤워 후 빠진 머리카락을 가늠하는 이상한 습관도 생겼다.


원형탈모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몸의 면역력이 많이 무너지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뜻이었다. 비자 신청까지 마치고 미국 출국만 남겨둔 상황에서, 나는 최소한 한 학기, 일 년 정도는 건강 회복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탈모를 악화시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논문 주제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미 thesis gateway까지 거절된 상황이라, 당장 논문은 접고 망가진 면역력과 건강을 복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그렇게 휴학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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