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첫 학기, 첫 수업

코로나 시대의 유학

by Natalie

2020년 9월,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나는 온라인으로 대학원 첫 학기를 시작했다. 월요일 첫 수업은 스튜디오 1 & 2였는데, 장장 7시간짜리 수업으로 미국 시각 오전 9시에 시작했다.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1시, 정말 어마어마한 시차였다)


오리엔테이션 날이라 수업 개요를 설명해 주셨는데, 정말 놀라울 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방대한 양의 구글 문서와 엑셀 시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수업 링크 이메일이 오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하시느라 늦으셨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주 해야 할 과제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자료의 양은 거의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감동적이라기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과제만 정리해 놓은 엑셀 시트가 따로 있었는데, 과제가 얼마나 많으면 이런 시트까지 따로 준비했을까 싶었다. 당장 다음 주까지 네 권의 책과 영상들을 보고 토론 거리를 준비해 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첫 수업은 1~2시간 동안 전체적인 과목 개요, 어떤 주제를 탐구할 것인지,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태도가 무엇인지, 과제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룹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수업 성적은 어떻게 평가되는지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20분 정도 휴식한 뒤 그룹 활동이 진행되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의미’를 하나의 이미지로 찾아 구글 닥스에 올리고 발표하는 활동이었는데, 약 2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발표하고 교수님의 크리틱이 이어지다 보니 3~4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해 왔기에, 수업 직전에 한 시간 정도 자두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그룹 활동이 끝날 무렵에는 너무 졸려서 계속 시계만 바라보며 겨우 정신을 붙잡는 수준이었다. 깜깜한 새벽에 홀로 모니터 앞에 앉아 원어민 영어와 다양한 억양의 외국인 영어에 귀 기울여 집중한다는 것은, 미국에서 낮에 수업을 듣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힘든 일이었다.


그룹 활동 후 한 시간의 휴식 시간이 있었는데, 애매하게 한숨 자기에도 뭐하고, 배는 고프고… 결국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했다. 평소에는 나름 spoken English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그날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들려서 당황스러웠다. 졸림과 긴장감까지 겹치니 정신이 흐려지고, 간신히 수업을 따라가며 영어의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큰 자괴감마저 들었다. 물론 수업 콘텐츠 자체가 어렵기도 했겠지만, 졸림과 긴장이 더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가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확실히 느껴졌다. 온라인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단순히 녹화된 강의를 인터넷 강의처럼 수동적으로 듣지 않도록, 발표와 그룹 수업을 적절히 섞어 참여를 유도하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학과는 예상했던 대로 중국인 학생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전체 약 20명 중 아시아인이 아닌 학생은 4~5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거의 모두 동양인이었다. 그중에서도 70~80%는 중국 학생들이었고, 대만 학생들도 일부 있었다. 중국과 대만 학생들은 언어 소통이 가능하다 보니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훨씬 가까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듯했다. 나 역시 한국인 동기들이 있었다면 조금 덜 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학년은 전체를 통틀어 내가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나이로도 가장 연장자였다.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지친 상태로 버티느라 막판 과제 공지 부분에서는 결국 졸아 버렸다. 언뜻 보니 나처럼 피곤함에 허덕이며 시차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앞으로는 새벽 수업을 들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해 두지 않으면, 한 학기 내내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수업은 그렇게, 설렘과 피곤함, 그리고 묘한 외로움 속에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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