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유학
비대면으로 진행된 첫 학기가 막을 내리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2학기도 비대면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학교의 공지가 내려왔다. 코로나는 잠잠해지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지는 것만 같았다. 솔직히 원격수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고, 한국에서 수업을 듣게 되면 생활비를 크게 아낄 수 있었기 때문에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장점이라고 할 만했다. 2년 남짓한 대학원 생활의 절반을 온라인으로 보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한 학기만 수강하고 휴학하는 옵션은 학교 규정상 불가능했고 ‘일단 1년은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2021년의 시작은 집에서 고독하게 수업을 듣는 일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학기의 가장 큰 고통은 시차였다. LA 시간 오전 9시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였기 때문에 밤낮을 완전히 바꿔 생활해야 했고, 그로 인해 수면 부족과 컨디션 저하에 시달렸다. 중국에서 리모트로 수업을 듣는 유학생이 절반 이상인데, 왜 모든 기준이 LA 시간에 맞춰져 있는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학과 어드바이저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모두 잠자야 할 시간에 수업을 들어야 해서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예상 외로 이메일이 접수되자마자 거의 바로 학과 스케줄이 전면 수정되었다. 물론 전적으로 내 의견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 것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시차 문제가 계속된다면 휴학까지 고민할 정도로 바이오리듬이 망가지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기에, 학교의 이런 신속한 조치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덕분에 두 번째 학기는 동아시아 시간 오전 8~9시, 즉 LA 시간 오후 3~4시에 진행되었다. 게다가 첫 학기처럼 장장 6~7시간을 잡아먹던 스튜디오 수업도 없었다. 대신 소규모 수업 외에 1:1 미팅을 늘리겠다는 공지가 있었다. 전례 없는 재난의 상황 속에서도 공부는 계속되어야 했고, 학교는 유연한 태도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고 있었다.
두 번째 학기는 4월에 종강이었다. 이번 학기도 금방 지나가겠지 하는 안도감과,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과 기대가 뒤섞였다. 지난 학기에는 수많은 리딩 과제를 감당하지 못했고, 친밀한 관계를 쌓을 친구도 없어 외로움이 컸다. 두 번째 학기가 좀 더 나아질지, 혹은 더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생전 처음 겪는 ‘원격 해외 대학원’이라는 고독한 환경을 온전히 버텨낸 첫 학기의 경험 덕분에, 그래도 멧집이 조금은 단단해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게 임해보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코로나 시대의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