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Power

코로나 시대의 유학

by Natalie

겨울을 향해가는 날씨처럼, 원격으로 듣는 대학원 수업도 매섭고 고되어갔다. 마지막 스튜디오 수업(스튜디오 4)은 초능력('technological ‘super power’ prototype")이라는 주제로, 각자가 있는 곳에서 어떤 기술(주로 권장되는 것은 피지컬 컴퓨팅)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제였다. 물론 실제로 초능력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고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리서치와 테스트, 시행착오는 필수였다.


피지컬 컴퓨팅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던 나에게 이 수업은 큰 도전이었다. 나름 재미있게 다양한 주제를 골라오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는 어떤 초능력을 만들고 싶은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평소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을 즐겨 보는 타입도 아니어서, ‘초능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게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리서치를 하면서 나름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무엇을 상상하든 대부분의 기술이 이미 현실 세계에 구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투명망토 같은 것조차 존재했다(물론 여러 이유로 상용화되거나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적용되지는 않았겠지만).


당시 어려운 수업을 고립된 환경에서 거의 1년 가까이 듣고 있었던 터라 우울감에 시달렸고, 자연스레 인간의 감정과 정신 건강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감정을 조절해주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Emotion Controller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주제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던 내게 가장 필요한 초능력은, 무기력함을 쉽게 떨쳐내고 활기와 에너지를 얻는 능력이었다.


피지컬 컴퓨팅을 내 아이디어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이미 이전에 심박수를 활용한 피지컬 컴퓨팅 과제를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억지로 스토리보드를 만들어도 초반에는 대부분 피드백에서 ‘빠꾸’를 맞기 일수였다. 내가 생각해간 VR 시계 아이디어, 공기청정기(?) 아이디어 등은 너무 뻔하고 진부했다. 피드백에서는 “너무 일반적인 상황보다는 개인적이고 특정한 상황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최종 버전에서는 웨어러블 렌즈와 이를 조절하는 리모컨 같은 장치를 상상했다. 요즘 메타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제품과 손가락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보면서, 6년 전 나는 왜 리모컨에서 더 진화된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아쉬웠고, 기술 발전 속도의 놀라움을 다시 실감했다. 최종안에서는 30대 평범한 여성의 일상을 기반으로, 회사에서의 시간, 지인과의 만남, 집에서의 휴식 등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감정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 스토리보드로 제작했다.


우울증 치료에 널리 쓰이는 방법 중 하나가 화학요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미래에는 웨어러블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획기적인 뇌질환 치료제로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여러 번의 피드백과 스토리보드 제작에 많은 시간을 쓰면서, 최종안을 영상 제작으로 프로토타입 대신하려던 계획은 지키지 못했다. 게다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그 당시 지독한 감기에 걸려 극심한 고열로 잠도 못 자고 보건소를 오가며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결국 과제를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받았고, 아이디어와 노력의 과정을 결과물보다 더 중요시하는 미디어디자인과의 철학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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