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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샤 Oct 27. 2021

찬란한 무채색의 도시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는 뿌연 모래 바람 속에 낮게 깔린 베이지 색의 건물들이 도시를 채우고 있다. 간간이 초록의 식물들과 이국적인 느낌의 바다를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공간은 그저 흐릿한 색의 무미건조함이 가득 채우고 있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땅에 세워진 이 도시는 뜨거운 날씨와 모래바람 속에서 사람들이 가장 적합하게, 또 지혜롭게 만들어 온 삶의 형태지만 어째서인지 그 풍경은 무척 이국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정까지 메마르게 하는 공허함이 있다. 


카타르의 최대 도시이자 수도인 도하는 인구 100만이 되지 않는 작은 곳이다.

그리고 그 중의 20% 미만이 자국민이고 나머지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소수의 카타리와 다수의 외국인으로 이루어져있다. 


카타르에서 살면서 일상에서 카타리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 넘쳐 나는 오일 머니로 자국민에게 엄청난 지원을 하기 때문에 그들은 일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꽤 풍족한 삶을 유지할 수 있고, 일을 하더라도 언제나 모든 직군에서 관리자급 이상이다. 흔히 말하는 화이트칼라의 직업은 대부분 카타리의 차지다. 


부족한 노동력은 전 세계에서 온, 그 중에서도 특히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이하 인스방파), 그리고 필리핀 등에서 온 노동자로 채운다. 그들은 과한 노동과 적은 임금에도 자국의 가족들을 부양하며 살아간다.


자본주의 세계에서의 만연한 사실이지만, 유독 도하에서는 인종, 출신국가, 경제력 등이 그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의 삶의 명암 대비가 너무도 선명해서 때때로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건설 노동자들이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도시의 곳곳에서 고군분투 하는 동안 카타리들은 전통 복식을 차려 입고 에어컨이 쉴새 없이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남자들은 취미로 매를 키우고, 매를 이용한 각종 게임을 즐기고, 사파리에서나 볼 듯한 동물들을 애완용으로 키우기도 한다. 얼굴을 빼고 다 가린 전통 복장을 입은 여성들이지만 옷감에서부터 얼마나 부유한 삶을 향유하는지 느낄 수 있다. 고급스러운 전통 복장 아바야가 바람에 사르르 흩날릴 때, 각종 금은보화가 그들의 팔과 목에서 번쩍번쩍 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호텔 바에서만 술을 파는데, 휴일 전인 목요일 밤(이슬람 국가에서는 금요일, 토요일이 주말이다)에 호텔 주차장에는 세상 진기한 여러 스포츠카가 주차장을 메우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인사동쯤 될 전통 시장 쑥 와키프는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과 전통적인 소품과 거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

그리고 그 뒷골목에는 도시 개발로 밀려난 축축하고 어두운 달동네가 늘어져 있다. 그곳에는 좁디 좁은 방에서 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침대마저도 번갈아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에 무자비한 임금을 받으며 살아간다. 

 

자국의 엄청난 지원을 받으며 모든 직군에서 관리자급 이상을 차지하는 카타리들, 그럭저럭 괜찮은 환경에서 정당한 임금을 받으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


우리는 모두 같은 도시의 다른 공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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