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늘 소리 소문 없이
낮밤툰 43화는 일리와 가깝게 지냈던 직장 동료 H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H는 쾌활한 성격에 암벽등반 같은 야외 활동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유럽 곳곳을 다니며 등반할 산을 찾을 만큼 열정이 넘쳤죠. 회사에서도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팀을 이끄는 포지션에 있었습니다.
일리와 H는 2~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참 가깝게 지냈어요. 어머니 생신을 기념해 가족, 친지들과 함께 떠난 발리 여행에서 그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리는 자기도 모르게 H 이야기를 꺼냈다가, 이내 시무룩해지곤 했습니다.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주변의 존재를 공기처럼 여기며 하루하루를 특별한 의미 없이 흘려보내지만, 정작 어떤 일은 예고도 없이,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하루를 조금 덜 후회하기 위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한 번 더 웃어주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것.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