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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Apr 07. 2023

기억하고 기념하는 많은 날이 있길 바라요

narrative recipe: hotcross buns

St.Patrick’s day가 도대체 무슨 날이냐는 질문에 ‘맥주 마시려는 좋은 이유’라는 답이 돌아왔어. 그 이후 나는 더 이상 그날의 의미가 궁금하지 않을 만큼 꽤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어. 생일은 미역국과 케이크를, 성탄은 슈톨렌을, 동지는 팥죽을, 부활절은 핫크로스번을 먹기 위해 존재하는지도 몰라.


humble bakery, a Chocolate hotcross bun

아침이라 하기엔 무리인 6시부터 빵집 앞엔 줄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소리 없이 투쟁 중이야. 역시나 내 앞에서 핫크로스번이 끝났어. 나는 이렇게나 운이 없다 생각할 찰나에 직원은 초콜릿맛으로 한 개는 줄 수 있다고 했고 갈등은 마법같이 해결되었지.


이스트에 발효해서 시트러스필이나 건과일을 넣어 굽는 핫크로스번은 마치 슈톨렌만큼이나 재미있게 향신료를 쓸 수 있지. 6개, 12개라는 조합은 어디서 왔는지 늘 궁금했지만 어쨌든 이 빵도 하프더즌(6개), 더즌(12개)씩 팔더라고.


sonoma bakery, a NOT hotcross bun toasted

반으로 갈라 버터를 바르고 토스트를 하거나 버거처럼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끼워 먹기도 해. 가난도 즐거웠을 젊은 날 슈퍼에서 사 먹던 싸구려 건포도식빵 맛이지만 핫크로스번은 이 시절에만 먹을 수 있다는 특별함, 오늘을 기억할 감각의 힘, 그리고 기념하는 귀여운 상황, 이것들이 이빵을 빵 이상으로 만들고 말지.


bourke street bakery

음식은 마법이라 상황과 사람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연결시켜 주잖아. 기념하고 기억할 많은 순간들을 모아 내가 할머니가 될 때쯤이면 나의 매일이 기념일이 되길 바라. 그 안에서 재미있는 음식들을 나누자.


hot cross bun at tenacious crois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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